단원고 4

2016 나의 '사진연감'

2016년 어떤 현장에서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기준으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할 만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12월 현재까지 마감해 외장하드에 들어간 사진이 6200여장이구요. 그 중에서 사진 20여장을 추렸습니다. 6000장이 넘는 사진이 다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빛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재한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의 그날을 기록한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사진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급히 고르느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에 밟혔지만 너무 많아질까 싶어 빼버린 사진들도 20여장은 됩니다. 골라내지 못한 사진..

사진이야기 2016.12.26

아이들이었을까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공중에서 배회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카메라에 들어왔을까.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 지을 수밖에.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이 열리던 그 시간 새들은 학교 건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도 그 무리가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고 있는 새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이라도 실어왔을까. 아이들의 메시지라도 전하러 왔을까. 물의 부자유와 대비되는 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354명이 입학했지만 이날 86명이 졸업했다. yoonjoong

잊지 않을게

어김없이 다큐의 순서는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한 다큐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간 많은 기사와 사진이 나와서 다른 접근으로 사진을 담아내기엔 부담스러우면서도 막연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방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방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했지요. 여기서부터 다시 여러 문제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습니다. 아이의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능했지만, 부모들에게 어떻게 다가가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인가. 또 방이라는 공간으로 의미가 전달 될 수 있나. 기존 다큐에는 대체로 사진 앵글 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인물의 행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저 공간을 담은 사진은 낯설 것이 분명했습..

사진이야기 2014.07.14

꿈이었으면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쓴다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사고가 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몇 줄 씁니다. 기록되어야 기억된다는 믿음으로. 진도에 머무는 동안 사고해역과 가까운 팽목항에서 5km쯤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진도 앞바다의 소박한 만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에 있는 펜션이었습니다. 매일 밤 지쳐서 돌아왔습니다. 같은 바다를 앞에 두고 팽목항의 ‘아비규환’과 숙소에서 느껴지는 ‘적막’. 그 간극이 참 묘했고, 휴가 때나 올 법한 펜션이라는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밥과 급한 술 몇 잔 삼키고 잠을 청했습니다. 잠에 빠져드는 어느 지점에서 ‘이건 꿈이다’라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면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제발 꿈이길·..

사진이야기 201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