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3

모범 부부

그는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었습니다. 양복 차림이었으니 집에서나 신는 홈패션의 일환은 아니었지요. 거실 바닥에 깔아 놓은 두툼한 러그 속으로 발을 넣었다 뺐다 하는 동안 제 눈에 띄었습니다. 찍었냐구요? 눈으로만 봤습니다. ^^ 강지원 변호사. 그는 정책중심선거로 기존 정치판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와 0.2% 득표해 낙선했지요. 강 변호사와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부부를 만났습니다. 부부는 삼청동 한옥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까지 40평 남짓 되는 아담한 한옥에서 지난 2년간 월세로 살았다는 군요. 밖으로 난 창과 문에는 큼직한 비닐을 덮어 새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고 있었습니다. 덧 댄 비닐과 구멍 난 양말로 이 부부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짐작하는 것은 오버입니..

사진이야기 2013.01.14

문재인의 흙구두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발언' 만큼이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현장을 따라다니다보면 사진 앵글에 들어오는 후보의 표정과 행위는 좀 더 크고,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후보가 얘기를 하면 제스처를 써주길 바라고, 웃으면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어주길 바라고, 아이를 만나면 안아주길 바라고, 거리에 포장마차라도 들어가면 떡볶이나 오뎅을 집어서 먹었으면 하고, 이왕 먹으면 맛있는 표정으로 한 입 거칠게 베어 먹길 바라지요. 이런 바람이 있으면서도 후보들이 이를 너무 잘 소화하면 조금 얄밉고, 이를 너무 모르면 답답하지요. 혹자는 연출이라며 정치인들의 사진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 의식하지 않을 이는..

사진이야기 2012.10.12

대선 후보에 밀린 한류스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장에는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광주·전남 경선이 끝나자마자 저도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날 비엔날레 개막식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쪽 바닥에선 대단히 큰 일입니다. 여야 양당의 대선 경선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당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첫 만남이었지요. 무대 주변에 몰려든 취재진은 행사 스태프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밀리면 끝장이라는 듯 자리를 굳게 사수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후보가 식장에 나타나자 시야를 가리는 모든 이들은 기자들의 적이 됐습니다. "거기 앞에요!!" "좀 나오세요" "후..

사진이야기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