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7

'용한 그림'을 청와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민중화가로 불리는 홍성담 작가를 지난 2월 초 만났습니다. 사진기획하며 만난 풍자 예술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풍자화 작업과 관련한 얘기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림 앞에서 포즈를 부탁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듯 큰 캔버스를 들고 와 벽에 기대 세웠습니다. 작품은 ‘벚꽃노리’(2013년 작)였습니다. 지난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를 기념해 그린 풍자화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그의 부친 박정희를 닮은 아이 손을 잡고 벚꽃 길을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입니다. 홍 작가는 작품의 벚꽃은 허무를 상징하며 저 꽃길을 따라 사라지는 박 대통령을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화백은 이 그림을 그리기 수개월 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출산 그림을 그려 논란..

사진이야기 2017.03.20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

국회풍경 2016.12.12

플래시와 대통령

‘정치인은 카메라 플래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꺼려서는 크지 못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즐길 줄도 알아야합니다. 정치인의 인지도가 카메라를 모으지만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 이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카메라 플래시에 곧 익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이 싫을 리 없지요. 플래시의 빛은 ‘내가 주목받고 있구나’ ‘뉴스 안에 내가 있구나’ 느끼게 합니다. 어느 은퇴한 정치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습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저는 대통령의 주위에 번쩍이는 플래시 빛이..

사진이야기 2016.12.05

'아웃포커스를 허하라'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향할 대상은 자명합니다. 다음날 황교안 장관은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23일자 경향신문 1면을 포함해 몇몇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 뒤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황 장관의 사진을 게재 했습니다. 전날밤 청와대에서 이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더군요. 사진 앵글 왼쪽에 있는 박 대통령의 얼굴이 ‘아웃포커스’ 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파문이 커지는 국정현안에 침묵하는 대통령과 수사 외압 의혹에 함구하는 황 장관을 한 컷에 잘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에는 보통 신문사의 고참급 사진기..

사진이야기 2013.10.28

야권 후보 단일화 해답은 사진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에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요. 하지만 '정면충돌'이라는 센 제목으로 시작하는 기사와 함께 나간 두 후보의 사진에서는 이미 단일화가 시작되고 있는 듯 합니다.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재밌는 편집이어서 보여드립니다. 문재인 후보의 흙먼지 덮인 구두를 클로즈업한 사진과 '소통과 융합'을 강조하며 한쪽 눈을 가린 안철수 후보의 손을 부각시킨 사진이 나란히 쓰였습니다. 기사는 다툼이지만, 사진은 화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과 발'이 따로 일 순 없지요. 좀 억진가요? ^^ 다음 사진에서는 확실한 '단일화'의 이미지를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신문 8, 9면을 나란히 장식한 대선기획 문 후보, 안 후보 '뒤집어 ..

사진이야기 2012.10.16

문재인의 흙구두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발언' 만큼이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현장을 따라다니다보면 사진 앵글에 들어오는 후보의 표정과 행위는 좀 더 크고,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후보가 얘기를 하면 제스처를 써주길 바라고, 웃으면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어주길 바라고, 아이를 만나면 안아주길 바라고, 거리에 포장마차라도 들어가면 떡볶이나 오뎅을 집어서 먹었으면 하고, 이왕 먹으면 맛있는 표정으로 한 입 거칠게 베어 먹길 바라지요. 이런 바람이 있으면서도 후보들이 이를 너무 잘 소화하면 조금 얄밉고, 이를 너무 모르면 답답하지요. 혹자는 연출이라며 정치인들의 사진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 의식하지 않을 이는..

사진이야기 2012.10.12

대선 후보에 밀린 한류스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장에는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광주·전남 경선이 끝나자마자 저도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날 비엔날레 개막식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쪽 바닥에선 대단히 큰 일입니다. 여야 양당의 대선 경선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당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첫 만남이었지요. 무대 주변에 몰려든 취재진은 행사 스태프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밀리면 끝장이라는 듯 자리를 굳게 사수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후보가 식장에 나타나자 시야를 가리는 모든 이들은 기자들의 적이 됐습니다. "거기 앞에요!!" "좀 나오세요" "후..

사진이야기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