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3

비와 문재인

유세를 따라다니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비오는 날 사진기자는 손이 세 개쯤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찍는 동안에는 우산을 겨드랑이와 목으로 지탱합니다. 카메라가 젖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요. 빗발이 굵어지면 이마저 소용이 없습니다. 어제는 일하는 내내 물기를 닦았습니다. 그래도 렌즈에 뿌옇게 앉는 습기. 비오는 날 술 마시긴 좋아도 일하는 건 귀찮습니다. ^^ 엊그제는 춥다고, 손발이 시려서 일하기 힘들다고 툴툴댔는데, 추위 물러가고 내리는 비가 또 싫습니다. ㅎㅎ 천상 '사람'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후보의 이날 마지막 유세장인 부산 서면에 도착해 유세차에 먼저 올랐습니다. 노래'그대에게'가 울려 퍼지고 문 후보가 흠뻑 젖은 채 등장했습니다. 우비를 입었지만 들이치는 비는 어..

사진이야기 2012.12.15

'기억하겠습니다. 안철수 후보'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는 안철수 후보의 회견 첫 마디가 떨어지자, 기자들 사이에서 "아~"하고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안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 한다는 문자메시지가 30분 전에 들어왔고, 앞서 대리인을 통한 단일화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한 터라 다시 '직접 나서서 담판을 하겠다'는 정도의 회견을 생각했었지요.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듣고도 순간 귀를 의심하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동료 기자들의 움직임이 무척 빨라졌습니다. 취재기자들의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 사진기자의 셔터 소리도 분주해져 회견의 무게감을 꿈에서 깨듯 알게 됐지요. 만감이 교차했을 안 후보는 선언문을 읽어가다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울먹였습니다. 여기저기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기자였는지 지지자였는지 캠프 관계자 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게..

사진이야기 2012.11.26

대선 후보에 밀린 한류스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장에는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광주·전남 경선이 끝나자마자 저도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날 비엔날레 개막식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쪽 바닥에선 대단히 큰 일입니다. 여야 양당의 대선 경선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당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첫 만남이었지요. 무대 주변에 몰려든 취재진은 행사 스태프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밀리면 끝장이라는 듯 자리를 굳게 사수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손학규 후보가 식장에 나타나자 시야를 가리는 모든 이들은 기자들의 적이 됐습니다. "거기 앞에요!!" "좀 나오세요" "후..

사진이야기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