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2

몸싸움의 계절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종종 제 뒤에 섰던 사람들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해 서서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낀 채로 도착한 환승역에서 내리는데 이리저리 밀립니다. 갈 길 급한 여성들에게도 쉽게 밀립니다. 자리 못 잡고 잘 밀리는 저는 자리싸움과 몸싸움에도 능해야하는 사진기자입니다. 요즘 정치판이 분주합니다. 이세돌 사범과 알 사범의 바둑 대결이 시선을 상당히 돌려놓고 있음에도 여의도 기자들은 그냥 정신없습니다. 일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지만 현장에선 그럴 상황이 못 됩니다. 변수가 많아 일단 해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요.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기자는 많고 장소는 좁습니다. 요즘 아침부터 자리싸움,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아시겠지만 치고 박는 날선 싸움이 아니라 은근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정신 줄을 살..

국회풍경 2016.03.15

몸싸움

취재현장의 ‘몸싸움’은 사진기자들에게 일종의 '취재 기술'입니다. 몸싸움이란 것은 정당한 것이고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동료를 배려합니다. 좁은 현장에서 어깨를 밀어가며 사진을 찍다가도 위치가 좋지 않은 동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하는 암묵적이고 신사적인 룰입니다. 밀려서 좋지 못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동료를 탓하며 화내면 쪼잔하고 무능한 자가 되어버립니다. 몸싸움은 거칠다기보다 밀고 밀림이 유연한 물의 흐름과 같았습니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 집안의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더 이상 '고상한' 몸싸움은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들어오던 모습을 뉴스 화면을 통해 봤습니다. 화면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경호원과 취재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들이 서로 엉겨 붙어 ..

사진이야기 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