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2

'재벌 할 걸'

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찍었던 사진은 아니었지만, 굳이 찍어 두었던 이유가 열흘이 지나서야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입니다. 이날 지난해 11월부터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벌여온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시위를 위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하는 ‘블랙리스트 버스’에 올랐습니다. 주말 촛불집회의 명물, 박근혜 대통령의 흉상 조형물 등이 트럭에 실려 함께 세종시로 떠났지요. 사진은 트럭에 실리기 전에 찍힌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형물입니다. 전날 제작을 마친 조 장관의 흉상은 처음으로 공식집회에 나서는 길입니다. 이 부회장과 조 장관의 조형물은 이날 광장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의미를 입히지 못하고 취재사진 폴더에 넣어 두었던 사진을 꺼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사진이야기 2017.01.21

'광장 노숙'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 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 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

사진다큐 201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