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

바람으로 오는 가을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아졌습니다. 이런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것은 인간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맨 처음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난데없이 궁금해집니다. 막상 선선한 바람이 와 닿으니 지난 무더위에 왜 그리 짜증을 냈었는지 무안하고 뻘쭘해지기도 합니다. 연일 비가 내리다 모처럼 파란하늘이 드러나자, 이를 사진에 담기 위해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한강공원으로 내려서니 그새 구름이 하늘을 넓게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구름은 높았고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늘은 파랬습니다. 지난해 기억을 더듬어 공원에 핀 코스모스를 찾았습니다. 어떤 이는 코스모스가 여름부터 피니 가을의 상징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만, 가장 절정인 계절이 가을이니 마땅히 가을꽃이라 해야지요. 높은 하..

사진이야기 2017.08.31

제주의 바람이 된 김영갑에 빠지다

사진가 김영갑(1957-2005)의 에세이 (휴먼 앤 북스, 2015)를 읽었습니다. 그의 사진과 삶을 살짝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삶과 사진에 빠져들었습니다. 김영갑은 스스로를 고독과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은 사람입니다. 오직 사진만을 생각하도록 삶을 몰아붙였습니다. 좋은 사진은 그러한 조건에서 건질 수 있다는 듯 말이지요. “(사람과) 어울리면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보다 “사진에 몰입해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무료함을 끌어안고, 그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사진에 푹 빠져든 것이지요. 그는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사진은 수행의 도구였지요. “밑 빠진 독에 물 채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정신 나갔다고 혀를 찬다. 그래..

사진이야기 201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