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2

답인 듯 위로인 듯

내가 찍은 사진에 자주 실망한다. 대개 같은 현장에서 찍은 다른 동료의 사진과 명확하게 비교될 때 그렇다. 고민하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정직한 결과물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후회하지만 그때뿐이다. 수도 없이 반복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끔, 최근 들어선 자주,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해왔던 일이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연차만큼 축적돼 온 무기력일까 싶기도 하고, 방향과 목표가 없어서일까 싶기도 하다. 사진 앞에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건 아주 오래전 퇴화된 감각처럼 느껴진다. 여느 때처럼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질문 앞에서 몇 장면을 떠올렸다. 어제 저녁자리에서 “일이 너~무 재밌다”며 짓던 후배의 표정, 1인 시위용 마..

낯설게 카메라를 본다

김선우 시인이 쓴 책 ‘김선우의 사물들’(단비)을 읽다가 19번째 사물 ‘사진기’에 대한 글에 유독, 아니 당연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인의 눈에 사진기란 어떤 것일까. 굳이 ‘사진기’라고 쓴 것은 ‘카메라’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다양한 기계를 배제한 채 아날로그적 감성 유지를 위함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탁자 위에 올려둔 사진기 렌즈와 무심하게 눈이 부딪혔나 보다. 커다랗고 둥근 눈, 맑고 깊지만 심중을 헤아릴 수 없는 건조한 광택을 지닌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그는 좀체 자신의 표정과 체온을 들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내 손 안에서 외부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던지던 사진기는 손에서 놓여나 탁자 위에 섬처럼 앉은 순간 자신의 내부를 향해 오래도록 면벽한 자의 얼굴로 돌변한다. 그는 손안에서..

사진이야기 201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