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4

'고마워요, 샤킬씨'

한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편하고 안전한 차량렌트를 권했습니다. 10여 년 전 이곳 방글라데시에 와서 “처음 오토릭샤(CNG)를 타던 날 사고가 나 그 이후 절대로 타지 않는다”면서 말이지요. 오후에 잡혀있는 인터뷰를 앞두고 아침밥을 먹고 숙소를 나선 일행은 그냥 오토릭샤를 탔습니다. 여행지로는 좀처럼 추천되지 않는 ‘다카’라는 도시를 경험하기엔 가장 적절한 교통수단이었지요. 조그만 불편과 위험은 감수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약속 장소인 다카국립대로 향했습니다. 서둘러 출발한 건 인근에 있는 방글라데시국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였죠. 외국인이라 5배를 더 내고 들어가 ‘신속’하게 둘러봤습니다. 거리의 사람과 차량의 밀도가 공간을 인식하는 기준인 듯 전시물들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지요. 식물부터 현대미술..

사진이야기 2018.05.16

"얘들아, 아저씨 신기하지?"

“앗살라말라이쿰” 엉성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웃습니다. 수줍은 듯 혼잣말 같은 답인사가 돌아옵니다. 피부색과 옷차림이 다른 아저씨의 등장에 아이들의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의 라즈샤히주에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빠져들었습니다. 크고 또렷한 눈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요. 게다가 그 안에 궁금증이 잔뜩 들어앉았습니다.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작동합니다. “척! 척! 척!”셔터 소리는 “아, 저 눈 좀 봐”하는 감탄사처럼 울려 퍼졌지요. 꼬마들의 눈에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있지요. 때 묻지 않은 선한 눈에 ‘사진 찍는 아저씨’에 대한 느낌이 드러나는 것 같아 재밌습니..

사진이야기 2018.05.01

남의 일이 아니라서

출장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만 아직 ‘로힝야’ 얘기를 우려먹습니다. 지면 등을 통해 보도된 뒤, 보여주지 못한 더 많은 사진은 ‘향이네’에 사진취재기를 연재해 내보였습니다. ‘금주의 B컷’으로 또 한 장의 사진을 싣기도 했지요. 출장 한 번 갔다 와서 사진을 너무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것 같아 좀 민망합니다. 난민사진을 찍으며 제게 던지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나(의 카메라)는 난민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이 사진이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 사진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까?’등등. 연차를 먹는다는 것은 대책 없고, 답 없는 질문이 늘어간다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질문하는 것은 윤리적 고민과 회의 등을 '퉁'쳐버리는 고도의 수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여하튼 끝도 없는 질문도..

사진이야기 2017.12.08

연 날리는 아이

하늘에 연이 날아올랐습니다. 아이는 바람이 걸리지 않는 언덕 제일 높은 곳에서 연줄을 잡았습니다. 높이 오른 연이 자랑스러운 듯 미소 한가득 머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 건너의 고향집에서 하던 놀이였을 거라 짐작합니다. 연이 날고 있는 맑은 하늘과 하늘 아래 나무와 천으로 엮은 허름한 집들이 대조를 이뤘습니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연은 구름 쪽이 아니라 파란하늘 쪽에 날고 있었습니다. - 7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하킴파라 로힝야 난민캠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