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백사마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10.08 "당신이 가난을 알아?"
  2. 2015.05.19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1)

제가 사는 집 가까이에 백사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이지요. 이사 와서 자주 다녔습니다. 끊어진 듯 연결되는 골목을 무작정 따라 걷는 게 좋았습니다. 골목이 주는 묘한 위안이 좋더군요. 미로 같은 골목을 뛰며 놀던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곤 했습니다.

 

 

13년 전 포토르포라는 기획면에 사진과 글을 실었습니다. ‘달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는 제목으로 나간 기삽니다. 고단한 삶이 드러나는 곳이지만 골목마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꿈을 읽으려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이랬습니다. “중계동 산104번지에는 여느 해바라기보다 고개를 더 길게 빼고 있는 해바라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동네의 바라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심은 꿈이 아닐까.” 좀 오그라들지요?

 

최근 백사마을 재개발에 관한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가까이 살아서 눈에 더 잘 띄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마을에 빈집이 엄청 늘었다는 건 오가며 봐서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놀던 구멍가게가 사라졌다는 것도 이미 알고 아쉬워했었지요. 문득 구멍가게 앞 평상에서 딱지놀이 하던 아이들은 어디로 떠나갔을까?’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로 시작하는 다큐를 한 번 해보자 마음먹게 됐습니다.

 

 

 

 

13년 전 찍었던 구멍가게, 골목, 야경사진을 놓고 같은 자리에서 되도록 비슷한 앵글로 사진을 찍어보려 했습니다. 떠난 사람들, 사람이 떠난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3년 전과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는 편집도 염두에 뒀었지요.

 

 

다큐를 하며 가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말하는 것에 조심해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진과 글이 깊지 못하고 언저리를 배회하다 만 것 같은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변명 같지만)

 

가난해도 정답던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2018년 백사마을이 지난 6일 포토다큐면에 게재됐습니다. 온라인으로 기사가 나가고 곧 댓글이 하나 붙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읽은 댓글인데 부끄러웠습니다.

 

가난해도 정답다?
강윤중씨 당신이 가난을 알아?
실제 가난한 것이 얼마나 비통한지를...
바보네.”

 

기사 내에 가난해도 정답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제목으로 뽑은 표현이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가난을 경험하지 않았던 이들이 흔히 쓰는 상투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섬세하지 못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는 것은 늘 부담입니다.  

 

▶▶포토다큐-13년 만에 다시 찾은 백사마을

 

yoonjoong

'사진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가난을 알아?"  (0) 2018.10.08
"둘이 묵으이 맛나네"  (0) 2018.09.26
버거운 다큐  (0) 2018.08.23
'곰의 일'  (0) 2018.07.24
이런 가족  (0) 2018.05.29
사진다큐의 완성은...  (0) 2018.01.30
Posted by 나이스가이V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은 서울에서 알려진 출사지입니다. 104번지여서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달동네지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을 가끔 찾습니다. 6,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골목골목을 누비며 두어 시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먼 여행을 다녀온 듯 나른한 기분에 젖기도 합니다.

 

10년 전 인근에 이사와 이 마을을 소재로 사진다큐를 지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매년 달동네의 사계절을 기록해 언젠가 사라질 마을에 대한 작업을 해보자 다짐을 했었습니다. 집이 가까운 것은 제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작업환경이었음에도 같은 이유로 자라난 게으름 때문에 시간만 흘러 보냈습니다. 저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미련인지 취재용 카메라를 들고 퇴근해 쉬는 날 운동을 빙자해 나 홀로 출사를 감행합니다. 늘 느끼지만 미로와 같은 골목이 참 매력적입니다. 건축가 승효상씨를 빠져들게 한 골목입니다. 단순히 골목의 무계획적 구조 때문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결들이 막힌 듯 이어지고 있는 골목길에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을길에 인적은 훨씬 드물어졌습니다. 사람의 온기를 잃은 집은 금세 망가진다더니 무너져 내린 집들이 즐비합니다. 빈집이라 써 붙인 집들이 많아져 무겁게 내려앉은 마을이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달동네라는 단골 출사지와 그 안의 고단한 삶 사이의 거리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사진 찍기 좋은 곳은 촬영자의 삶과 거리가 멀수록 그 매력이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달동네에서 마주친 삶을 공감하고 이해하기보다는 대상화하거나 동정할 위험이 있지요. 비싼 카메라 들고 어슬렁거리며 나와 동떨어진 공간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다분히 폭력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타인의 남루한 삶의 공간이 그저 드문 사진, 좋은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태도는 무엇인지, 왜 찍는지를 스스로 묻게 됩니다.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40여 년 전 밀려들어온 삶들은 또 어디로 밀려가 고단한 삶을 부려 놓았을까. 10년에 걸쳐 수차례 같은 공간을 사진에 담는데 비어가는 공간이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그만큼의 얘기를 보태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젠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골목을 오가며 마을이 들려주는 얘기에 머리보다 카메라의 반응에 의지해 기록해 보았습니다.

 

거쳐 간 혹은 머물고 있는 숱한 삶의 흔적과 세월이 녹슨 철제 대문에, 허술한 집과 담벼락에, 타이어를 얹은 지붕에, 쌓인 연탄재에, 아무렇게나 타고 오른 담쟁이에, 거미줄 같은 골목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남루한 집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빨래를 보며 삶의 짙은 의지 또한 느껴졌습니다. 

 

낯익은 어느 대문 앞. 10년 전 그 대문 옆 지붕에서 저를 보고 마구 짖던 개를 찍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짖던 개도 없고 집도 비었습니다. 그 자리에 나이 10살 더 먹은 제가 낯설게 서 있었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철수 아저씨  (2) 2015.06.16
'틈새사진'을 허(許)하라  (0) 2015.05.26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1) 2015.05.19
슬픈 사자를 보았다  (0) 2015.05.12
'자리경쟁'  (0) 2015.05.09
사진에 담은 봄바람  (0) 2015.05.04
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