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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외장하드를 꺼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꺼낸 게 아니라 꺼낸 다음 목적을 찾았습니다. ‘2010폴더를 열었습니다. 거기엔 ‘2010남아공월드컵이라는 하위 폴더가 들었습니다. 그때 사진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사진을 넘겨보는 동안 당시 기억들이 불려나옵니다. 사진을 찍던 훈련장, 경기장, 도시와 이동하던 거리 등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 주변의 풍광들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그려졌습니다. 8년 전으로의 여행이었지요.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사진은 8년 전의 시간에서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려 놓았습니다. 재밌는 사진이었습니다. 8년 이라는 시간의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찍을 당시에는 그저 밋밋한 훈련사진이었는데 말이지요.

 

사진설명에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2010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더반에 입성한 20일, 선수들이 프린세스 마고고 경기장에서 헤딩패스를 이어가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돼있네요. 짐작하시겠지요? 사진 속 이영표, 박지성, 안정환 세 선수는 8년 후 각각 KBS, SBS, MBC의 2018러시아월드컵 해설위원이 되었습니다. (서 있는 순서가 시청률의 순일까요?)

 

 

당시 기분 좋은 첫 승 상대, 그리스와의 경기 선발출전 선수들 기념사진도 흐른 시간을 느끼게 합니다. 저 선수들 중 러시아월드컵엔 기성용만 뛰고 있네요. 차두리는 코치로 대표팀에 합류했지요. 가깝고도 가깝지 않은 과거가 된 사진은 세월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공평하게 흐른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당시엔 30대였군요. ㅎㅎㅎ

 

 

남아공월드컵은 우리 대표팀이 해외에서 16’에 오른 대회였지요. 그때 저는 역사적인 월드컵을 기록하는 사진기자로서 16강 진출의 기쁨이 작지 않았습니다만, 한 경기 추가로 출장이 닷새 이상 늘어나 투덜거리기도 했었지요. 지쳤고 기쁨 이전에 일단 긴장되는 일이다 보니...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제 인생샷’이라고 할 만한 사진을 건지게 됩니다. 블로그에 한 번 썼던 사진인데 다시 보니 또 그 현장의 리얼한 영상이 되살아나는군요. 후반전,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가 굵은 빗줄기 속에서 역전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입니다. 흥분한 수아레스가 경기장을 돌아 A보드 광고판을 뛰어넘는 순간, 사진을 찍던 제가 그의 발아래에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외신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에 타전됐습니다. '한국의 8강행 좌절'이라는 묘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악동' 수아레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더군요. 어쨌든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비록 굴욕적일지언정 인상적인 제 기념사진을 남겨주었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 명장면'입니다.

 

4년 마다 한 번쯤 열어보는 외장하드 속 남아공월드컵 사진들. 4년 뒤에는 어떤 말을 걸어올까요.

 

러시아월드컵 우리 대표팀을 응원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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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누적관객 1억 배우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배우 오달수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였습니다. 라운드인터뷰는 4~5개 매체를 묶어서 동시에 진행하는 집단인터븁니다. 인터뷰하려는 매체가 무지 많기 때문이지요.

 

대게 1시간쯤 진행되는 인터뷰에 앞서 4~5개 매체의 사진기자들도 무리지어 사진을 찍습니다. 10분쯤 시간이 주어집니다. 각기 조금씩 다른 위치에 선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배우가 시선을 골고루 주는 식이지요. 저같은 경우 대체로 시간에 쫓기며 말없이 찍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관계가 지워지고 셔터소리만 가득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그저 카메라가 되어버렸구나'하는 자괴감도 살짝 들지요. 

제 나름의 요구와 표현으로 다시말해 '1대1'로 찍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부실한 결과물에 변명과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인 권혁재 선배를 만났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분입니다. 제겐 늘 배움을 주는 형님이시죠. 사진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철철 넘쳐 바닥이 흥건해지는 그런 분이지요. ^^ 사진을 찍는 대상에 대한 이해와 배려뿐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사진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인터뷰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걸 엮는 책 <권혁재의 비하인드>(동아시아)를 보면 인터뷰이 뿐 아니라 가 또렷이 드러납니다. 

 

권선배의 현장 태도에 주목했습니다이미 잘 찍기 힘든 현장 상황으로 합리화의 구실을 중얼대고 있는 저와 달랐던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함께 사진을 찍는 후배들을 배려했습니다같은 공간에서 배우가 조금씩 배경을 바꾸는 그 짧은 틈에 오달수라는 배우 특유의 '개성을 끌어내려 했습니다. 싱겁운 농담 같은 말(정확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지만)을 붙였지만 해석된 자신의 시선으로 표현할 모습을 편하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제가 말했다면 조금만 더 밝게요” 정도였을 겁니다. 배우는 일단 잘나 보이게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저와 대상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른 것이지요. 그가 추구하는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렵지요. 멋있어 보이도록 찍는 게 어쩌면 가장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조건에 대한 아쉬움이야 저와 권선배가 다를 리 없겠지요. 저는  사진찍기 좋은 조건이 아닌 상황을 탓하고 핑계를 찾지만, 그는 극복하고 해결하려 했습니다. 겸손한 그는 손사래 치겠지만, 제겐 그리 보였습니다. 그 상황에 조명도 적당한 위치에 미리 설치해뒀더군요. 그렇게 또 한 수 배우는 겁니다.

 

오달수를 찍다말고 거울에 비친 사진 찍는 권선배를 몇 컷 담았습니다. 그 순간 제겐 1억 배우보다 그가 더 빛나보였던 겁니다.

 

 

 

“한 시간씩 찍는다고 좋은 사진 찍는 것도 아니더라카페를 나서며 그가 툭 던진 말입니다그만큼 집중하고 노력했느냐는 질문으로 제게 돌아왔습니다. 사진찍는 환경을 탓하고 변명과 합리화에 익숙한 저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쓰다 보니, '비하인드' 권혁재편이 돼버렸네요. '몰카'를 부디 용서하시길.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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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2017년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뉴스올해의 사진등 내·외신 매체들이 한해를 정리하는 뉴스를 내놓고 있지요. ‘나는 올해 무슨 사진을 찍었나?’ 싶어 개인 외장하드를 한 번 훑었습니다. 매년 12월 요맘때면 하는 연례행사지요. 올해 만났던 사람이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만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골랐습니다.

 

1, 경향신문은 대선의 꿈이라는 신년 기획으로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단독촬영했습니다. 인터뷰 장소였던 한 호텔 앞 인도에서 “5년 전 대선에서 제가 마크맨이었습니다라고 인연을 앞세우며 걸어오시겠습니까?” “카메라 보시면서 미소 지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었지요. 조기대선 이후 이제 단독으로 찍기 힘들게 됐지만요. 이 글을 쓰는 오늘(20)이 원래 예정된 대통령 선거일이었네요. 페북이 이날 아침 알려온 5년 전(20121220) 게시물에는 18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당시 문 후보의 사진이 제 짧은 소회와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민중화가’, ‘5월화가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홍성담 화백.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예술가입니다. 국정농단 핵심 자료인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14번씩이나 이름을 올렸다지요. 홍 화백은 지난 2월 포토다큐에서 다룬 4명의 블랙리스트 예술가 중 한 분입니다. 그의 뒤로 보이는 그림은 벚꽃노리로 박 전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2013년 그린 풍자화입니다. ‘허무함을 상징한다는 벚꽃길을 걸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 2017년 탄핵을 기가 막히게 예언했습니다. 그는 차기 작품 계획으로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를 14번이나 사랑스럽게 불렀으니 이제 내다 답할 차례라며 그의 일대기를 풍자화의 최고정점 포르노그라피로 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연극무대에 선 세월호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과 생존 학생 엄마 7명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트라우마 치유를 목적으로 대본을 읽어오다 배우로 나선 겁니다. 슬픔이 가득 들어선 마음에 조그마한 웃음 귀퉁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하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막이 내리자 배우에서 엄마로 돌아왔습니다. 무대인사 시간. 늘 그랬듯 단원고 2학년 몇 반 누구의 엄마라고 소개했습니다. 가슴 속 얘기에 관객도 같이 울었습니다. 세월호 3주기. 아픔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들은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다호데이(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17일을 즈음해 취재했던 국내 성소수자들이 다큐지면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거센 혐오의 시선과 싸우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 이호림씨, 프로그래머 함경식씨, 청년 정책 활동가 차해영씨. 쉽지 않은 커밍아웃, 그 용기에 다시 박수를 보냅니다.

 

 

이한열 열사를 안아 일으켜 세웠던 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을 보며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이종창씨(파주 가람도서관 관장)를 연세대 교정에서 만났습니다. 이씨는 198769일 당시 사진이 찍혔던 바로 그 자리에서 경찰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 열사를 안았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촬영을 하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경험 위에서 촛불혁명도 가능했겠지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는 동안 노가다 연대에 발을 담갔습니다. 사진 찍으러 갔다가 일에 탄력이 붙으면 일만 하고 오기도 했지요. 7월 더위에 함께 땀을 흘린 일꾼들을 찍어 다큐에 썼습니다. 긴 세월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꿀잠은 지난 819일 문을 열었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 찍으세요.” 경희대 후기 졸업식장에서 외치던 박혜윤씨. 이 학교 재학생인 혜윤씨는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의 삶을 함축한다 느꼈습니다. 짠하면서도 믿음직스러웠지요. 혜윤씨를, 또 이 시대 청춘을 응원합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처에서 만난 64세의 소병화 씨. 세월이 내려앉은 손으로 꾹꾹 눌러 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난 4월 검정고시를 통과했다는 어르신은 첫 수능을 앞두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고 하셨지요. 이번 수능 시험 잘 치셨는지 궁금합니다.

 

 

MB정권의 블랙리스트 피해자 방송인 김미화씨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터뷰 중 내가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말이 귓전에 때렸습니다. ‘이제 코미디언으로 돌아가 웃겨 달라는 의미로 인터뷰 끝난 뒤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을 따로 찍었습니다. 포즈를 취하고 웃었지만 사진엔 지난 시간의 아픔이 포개져 있는 듯합니다.   

 

 

 

11월에 로힝야 난민촌을 다녀왔습니다. 천막 틈으로 들어온 햇볕이 아이의 눈에서 반짝였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공포와 상처를 읽습니다. 혹시 난민촌을 다시 가게 됐을 때 누군가 왜 또 가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눈망울 때문이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12월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분주합니다. 평소 일에 더해 한해를 정리하는 송년호와 새해의 힘찬 시작을 담은 신년호를 찍기 때문입니다. 오늘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을 한 컷 찍었습니다. 짠해지더군요. 중국 경호원들의 대통령 수행 사진기자 폭행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누가 뭐라 해도, 현장을 지키며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는 이 시간에도 쉼 없이 울리고 있습니다.

 

 

올 한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합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게 모르게 줬던 상처가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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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김선우 시인이 쓴 책 김선우의 사물들’(단비)을 읽다가 19번째 사물 사진기에 대한 글에 유독, 아니 당연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인의 눈에 사진기란 어떤 것일까. 굳이 사진기라고 쓴 것은 카메라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다양한 기계를 배제한 채 아날로그적 감성 유지를 위함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탁자 위에 올려둔 사진기 렌즈와 무심하게 눈이 부딪혔나 보다. 커다랗고 둥근 눈, 맑고 깊지만 심중을 헤아릴 수 없는 건조한 광택을 지닌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그는 좀체 자신의 표정과 체온을 들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내 손 안에서 외부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던지던 사진기는 손에서 놓여나 탁자 위에 섬처럼 앉은 순간 자신의 내부를 향해 오래도록 면벽한 자의 얼굴로 돌변한다. 그는 손안에서 뜨겁지만 손 밖에서 지독히 냉정하다. 극단의 적막과 무표정……

 

 

자신의 밥벌이에서 부수적일 수밖에 없는 카메라에 보내는 시인의 이런 자유로운 상상이 카메라가 핵심 밥벌이 도구인 저를 당황케 하더군요. ‘난 그 긴 시간 몸의 일부처럼 지녀온 나의 카메라에 어떤 시선을 보내왔던가?’ 묻게 됩니다. 

 

사진기는 그의 눈이 본 것, 그의 몸이 받아 안은 것을 현재형으로 사는 존재다. 셔터가 차륵, 열렸다 닫히고, 엎드린 소녀(케빈 카터의 사진 독수리와 소녀’)의 갈비뼈에서 마지막 숨이 할딱이며 빠져나가는 소리가 어두운 몸 깊이 회오리쳐올 때, 이미 과거가 되었으나 그의 몸속에서는 여전히 현재인 그 광경을 감당하고 기록해야 하는 사진기의 슬픔. 롤랑바르트의 사유가 보여주는바 사진이 상처라면, 사진기는 상처를 낳는 깊은 구멍이며 여러 겹의 슬픔으로 상처들을 감싸고 있는 창백한 알주머니다.”

 

 

나는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저 무표정한 적막 속에 실은 얼마나 뜨거운 것들이 들끓고 있는지……몸속에 어둠의 무대를 마련해놓고 자신이 허락한 순간의 빛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때, 그가 지녔을 설렘과 두근거림 같은 것. 빛이 보내온 형태를 자기 몸속에 아로새기는 동안, 과학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어둠과 빛의 교감이 그 방에서 일어날 것만 같다.”

 

시인은 사진기를 라 칭하고 감정까지 부여했습니다. 늘 곁에 있어 무감했던 카메라를 낯설게 바라봅니다. 문득 지금껏 나를 거쳐 간 카메라가 몇 대쯤일까 꼽아 보았습니다. 이래저래 일하며 쓴 것만 열두세 대쯤 되는듯합니다. 중고 카메라업자에 팔려간 한때 나의 카메라들은 지금 어디로 흘러갔을까. 다시 팔려 누군가의 취미에 기여하고 있을까. 옛 모델을 모으는 어느 수집가에 손에 들어갔을까. 고물이 돼 잘게 부서져 흩어졌을까. 적어도 4~5년씩 밥벌이를 감당해준 카메라에 대한 뒤늦은 애틋함이 솟습니다.

 

 

요즘 '나의 사진기는 기쁨도 슬픔도 설렘도 두근거림도 아닌 그저 '가벼움'만 새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한편 세상의 모든 시인들이 시를 쓰듯 사진을 찍는다면 이 가벼움이 극복될 수 있을까 상상해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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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엊그제 블로그 방문자가 100만을 넘어섰습니다.

 

숫자의 노예가 된 시대를 살면서 숫자에서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이 좀 더 사람다운 삶을 보장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블로그에 표시된 ‘1000000’이라는 숫자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아래 하루 방문자 수가 1000 단위가 넘어가는 것은 앞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글 덕입니다. 평소 100~200 정도인데 '대통령 특수'를 누리고 있지요. ^^   

 

 

지난 2004531일 남산타워에 올라 찍은 파란 하늘 사진과 함께 사진기자라서...’라는 첫 글을 올렸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사진기자로 나름의 고민도 긁적였고 남기고 싶은 기억도 새겼습니다. 

 

 

+생애 첫 블로그 글

  

 

블로그는 일단 가볍고 재밌어야 한다’며 시작했는데 힘이 들어가고 다소 무거워지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 이유가 '나이가 들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

 

중간에 회사 사정으로 블로그 서비스 업체를 옮기는 동안 두어 차례 쉬기도 했지만, 13년 동안 딱히 파워도 없이잘 버텨와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가끔씩 찾아 오시는 분들,  지나다 오시는 분들의 방문 하나하나가 쌓인 것이 '100만'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고 또 감사한 숫자인가 깨닫습니다.

 

어제 김해 봉하마을에서 '100만 돌파'에 뭐라도 써야하는 거 아닌가 하던 중에 찍은 아기의 사진이 어떤 메시지처럼 다가옵니다. 블로그를 쓰는 마음과 방향을 말해주는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 , ...” 사람의 재주로는 세기도 힘든 ‘1000000’ 숫자를 채워주신 분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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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시리아발 사진 한 장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진기자 때문에 그 메시지가 더 부각되었지요. 주인공은 시리아 한 매체의 사진기자 압둘 카디르 하바크입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 오른손에 카메라를 손에 쥔 채로 부상당한 아이를 안고 달려 나오는 사진이었습니다.


 

일상적인 것이 그러하듯 시리아 테러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특히 한국 언론의 관심에서는 더 멀지요. 그런 중에 현장의 위험을 무릅 쓴 사진기자의 정의로운 행동이 기록된 사진이 널리 공유되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의 참상이 이 피사체인 사진기자 덕에 드러나고 관심의 영역으로 잠시 들어왔습니다. 만약 구조대원이 아이를 안고 뛰어나왔다면 역시 일상성의 범주 안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짐작도 해봅니다.

 

이 사진은 자연스럽게 사진가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이 사진으로 그는 퓰리처상(1994)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곧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지요. 그는 얼마 뒤 자신의 차 안에서 자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난과 가책이 자살의 이유로 쉽게 연결되었지요. 공개된 그의 유서는 가난과 탐욕적 전쟁, 친구의 죽음 등이 긴 시간 그를 괴롭혀 왔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그 사진이 직접적인 또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사실 그는 사진을 찍은 뒤 소녀를 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와 그의 사진은 앞뒤 맥락이 다 생략된 채 생명이냐 특종이냐’ ‘취재 윤리등을 언급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는 속이 상하겠지만 한국 언론사 면접시험에서도 자주 묻는 단골 질문 중에 하나지요. 

 

당신이 케빈 카터였다면?” 


카터의 다른 많은 작업들을 이해한다면 단순하게 물을 질문도 아니고 또 그렇게 답할 수도 없는 가혹한 질문이지요. 이 사진 한 장으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수단의 현실을 알렸고, 이후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바크는 테러 현장에서 피란민을 향한 잔인한 테러 사진을 찍어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눈앞의 아이를 구하는 것사이에서 갈등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몸의 반응에 충실했던 겁니다. 카메라를 먼저 들었던 카터의 상황 역시 몸의 명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아닐까요. 하바크의 사진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가 아이를 구한 행위 이상으로 카메라를 놓을 수 있었던 용기에 큰 점수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머리는 생명이 우선이지하고 명쾌하게 답을 합니다만, 급박한 순간에 제 몸은 어떤 명령에 충실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크고 작은 현장에서 때론 과감하게 카메라를 놓을 수 있는 용기,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시험에 들지 않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yoonjoong

Posted by 나이스가이V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날, 저는 헌재 인근 안국동 거리에서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설치된 화면에서 흘러나왔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가족과 주위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으로 선고 상황을 짐작했습니다.

 

처음 얼마간 환호로 시작한 선고가 탄식과 함께 무겁게 변해갔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세월호 관련 선고 내용이 간간이 들려왔고 유가족들은 얼굴을 묻었습니다. 기각인가? 이어지는 선고 결정문에서는 문장마다 환호가 터졌습니다. 그 속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이 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눈물짓고 얼싸안은 시민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보며 뭉클했습니다. 어깨를 걸고 함께 이룬다는 것은 무엇이든 감동이지요. 그게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잡는 큰 걸음이라면 그 무게와 감동의 크기는 차원이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행진을 따라갔습니다. 오가며 마주치는 사진기자 선후배들과 그간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료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박사모 등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합뉴스 동기가 누군가 내리치는 사다리에 머리를 맞았다 했습니다. 누가 다치고 누군 실려 갔다는 소식이 속속 알려졌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순간 박사모 등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마주보고 선 사진기자들은 가장 가까운 공격의 대상이었지요. 기자를 골라서 폭행을 가했다고 하니,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는 명확한 공격 대상이기도 했지요. 일부는 사다리와 쇠파이프를 휘둘렀습니다. 동료기자들이 찍히고 밟히고 집단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카메라를 훔쳐 달아나는 이도 있었답니다. 도대체 이 폭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뭡니까


 

  세계일보 하상윤 기자 sns

 

이제 막 비정상 권력의 불의를 도려내는 성취를 맛보았습니다. 외신들도 일제히 수준 높은 한국의 시민의식, 평화적 시위, 민주주의의 모범에 찬사를 보냈지요. 그러나 한쪽에서는 집단 광기와 감정적 배설의 폭력 시위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제 동료를 향한 철제사다리 폭행 영상을 수차례 봤습니다. 운 좋게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지요. 그 살벌한 공격은 바로 저를 향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언론에 항의하고 비난하는 것은 보장된 자유지만 기자를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것은 용납도, 용서도 되어서는 안 되지요.

 

친박 단체 사이에서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쯤 저는 촛불시민들 사이에서 한 참가자로부터 막대 사탕을 받았습니다. 그는 탄핵이 되었으니 달달하게 마무리 하자며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사탕을 돌렸습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사탕과 폭행.

간극이 커 보이는 두 단어에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진기자들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현실이 들어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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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해 블로그 첫 포스팅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아주 먼 얘기, 다소 희망적인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보는 시야가 워낙 좁다보니 안 되는군요. 여전히 어수선한 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년 첫 신문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날 간담회 참석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을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지요. 참 가지가지 합니다.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6컷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기자의 카메라를 통제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널널하게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할 사진을 여섯 장이나 올려놓고 다양하게 제공했다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철저한 검열을 통해 제공된 사진이겠지요.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당번제로 취재하는 출입 사진기자가 간담회를 이런 식으로 찍어서 올렸다면 각사의 항의가 빗발쳤을 테지요. 사진기자라면 이날 대통령의 표정을 중심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양한 사진을 챙겼을 겁니다. 얼굴에 주사 바늘 자국까지 까발려지는 카메라에 대한 공포였을까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드러났을 때 각종 의혹에 대한 이날 대통령의 반박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원천차단하자는 계산이 깔렸을 것도 같습니다.

 

사진 속 대통령은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얘기하고 주위에는 참모들과 기자들이 둘러서서 대통령을 바라봅니다. 사진은 난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청와대가 사진을 통해 그리 말하더라도 상식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뻔뻔함으로 읽겠지만요.

 

대통령에 대한 취재는 경호 등의 이유로 기본적으로 제한적이고 통제적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라 통제가 한층 더 노골적이라 느껴집니다. 제공사진에는 지가 아쉬우면 쓰겠지하는 심보가 느껴집니다. 그 기저에는 사진은 다루기 쉬운 것, 부수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공사진은 합리적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로 국한 되어야지요. 입맛에 맞는 몇 컷을 주고 쓰라는 것은 보도통제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이런 발상들이 지금 국정농단 사태를 견인하지 않았나요.

 

박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이러한 통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통제가 작동한다면 그 안에 국정농단의 싹은 언제든 자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촛불 이후의 바뀐 세상을 얘기합니다. 사진기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사진기자가 찍은 그 사진이 무슨 얘기를 하든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더 바랄 것 없겠습니다.

 

  <청와대 제공>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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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영화의 한 장면일까. 다음날 신문 1면에 일찌감치 편집된 사진을 보며 든 첫 반응이 그랬습니다. 오른손에 권총을 쥔 남성이 왼손을 높이 들고 검지로 하늘을 찌르며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고 그의 왼쪽에 한 남성이 큰 대자로 누워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설명을 읽고서야 총격 살해 직후의 장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이런 극적인 사진은 잔인하고 끔찍한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사진은 터키 경찰관인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를 쏜 뒤 신은 위대하다. 알레포와 시리아를 잊지말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관련 기사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반발한 범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반대하는 쿠데타 진영의 짓이라는 해석도 있다는군요.


       AP Photo/Burhan Ozbilici                                          

 

  AFP PHOTO/Sozcu daily/Yavuz Alatan                                   

 

영화 장면이 아님을 확인한 후 곧바로 어떻게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현장에 사진기자들이 있었기에 찍혔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사진기자가 총성이 울린 현장에서 총 든 범인의 눈앞에서 어떻게 흔들림도 없이 또렷하게 찍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지요. 총격 앞에 대담하고 침착한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간 큰 사진기자가 궁금했습니다.


       AP Photo/Burhan Ozbilici                                               

 

       AP Photo/Burhan Ozbilici 
                                        

AP 사진기자 버르한 오즈빌리치는 퇴근길에 러시아 대사가 축사를 하는 앙카라 현대미술관에 잠시 들렀다는군요. 당장의 뉴스보다는 자료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지요. 대사가 발언하는 중 총성이 들리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벽 뒤에 몸을 살짝 숨긴 채 두려움 속에서 셔터를 눌렀다고 하는군요. 그는 뒤에 AP웹사이트에 그 순간, 내가 총을 맞거나 다치거나 심지어 죽더라도 나는 저널리스트이고...”하는 글을 올렸답니다. ‘그 순간에 그러한 생각을 한가롭게 떠올릴 수 있었는지 사실 좀 의심이 갑니다만, 본인이 그러했다고 하니 믿어야지요. 분명한 건 이 충격적인 사진은 퇴근길에 잠시 들러찍을 수 있었던 겁니다. 특종은 그렇게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진 한 장이 시리아를 둘러싼 주변국의 갈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찍힌 공간이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사진전 행사장이라니 전시 주제에 가닿는 또 하나의 사진이 추가된 셈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사진을 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총격을 야기한 갈등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를 생각하기보다 잘 찍었다’ ‘어떻게 찍었을까?’를 먼저 궁금해 하는 것은 즉각적이고 솔직한 직업적 반응이지만 이내 민망해지는 부분이지요. 

 

그럼에도 ‘범인의 총구가 대사를 향하고 있고, 대사가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었다면 더 극적인 사진이 아니었을까’하고 일말의 아쉬움을 생각합니다. 제 안에 그렇게 악마가 살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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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정치인은 카메라 플래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꺼려서는 크지 못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즐길 줄도 알아야합니다. 정치인의 인지도가 카메라를 모으지만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 이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카메라 플래시에 곧 익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이 싫을 리 없지요. 플래시의 빛은 내가 주목받고 있구나’ ‘뉴스 안에 내가 있구나느끼게 합니다. 어느 은퇴한 정치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습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저는 대통령의 주위에 번쩍이는 플래시 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진기자의 플래시를 은근히 통제해 왔다는 것을 익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이 싫어하신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듣자하니 문고리 3인 중 하나의 의지라는군요. 청와대 내 회의장이나 행사 공간이 충분히 밝다면 특별히 플래시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용 자제를 요구하기 전에 그런 노력이 먼저여야지요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국회의 한 회의장으로 들어서던 박 비대위원장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손으로 눈 주위를 가리며 눈이 부셔서...”라며 거북해 했었지요. 플래시 빛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정치인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회의장에 일찍 도착한 비대위원장에게 한 취재기자가 가볍게 그러나 조금 예민한 질문을 웃으면서 던졌는데 대답 없이 빤히 바라보며 레이저를 쏘았었지요.



대국민 담화에서 터지는 사진기자의 플래시와 질문 있다며 손을 드는 취재기자를 보면서 대통령이 플래시질문을 즐길 줄 알았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까지 왔겠나 싶었습니다.

 

정치인을 키운다는 카메라 플래시를 오래전부터 싫어했던 대통령그때부터 큰 정치는 과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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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제(23) 국방부 청사에 모인 사진기자들은 취재를 거부하며 일제히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이날 사진기자들은 ·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공식 서명식의 일방적인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방부에 항의했습니다. 장소가 협소한 이유라면 풀 취재(POOL, 대표 취재해 전체가 공유하는 취재형식)’를 하더라도 언론 공개, 즉 기자 입회를 요구했지요. 국방부 측은 "일본 측의 요구다. 사진을 제공해주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협정에 대한 기자들의 해석과 표현을 원천차단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공하겠다는 의미죠. 공보 담당자들은 계속되는 기자들의 항의에 맘대로 하라”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즉시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밀실 서명일본 측 대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들어설 출입문 앞에 사진기자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그리고 발 앞에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사진기자가 된 후 사진으로 이런 식의 집단항의를 두어 번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직접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일본대사도 이런 상황 처음이었겠지요. ‘이건 뭔가?’하는 당황한 표정이 스쳤습니다.

 

 

이 사진은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인용·게재되었습니다. 협정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지요. 감추려했던 졸속·밀실 서명식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사실 H신문의 K선배가 이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일본대사가 청사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찍고 조용히 흩어졌을 겁니다. K선배는 협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가적 사안의 협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는 일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국방부에서 설치한 포토라인 뒤에서 곱게 자리 잡고 있던 후배들에게 왜 이 부당함에 가만있느냐라 꾸짖는 것이었지요. ‘언론 통제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진 후배들을 흔들어 깨웠던 것이지요. 사진기자가 왜 존재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각 프레임에 현장을 담아야 하는 기자들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현장을 기록해 사진뉴스를 생산해야 할 자들이 뉴스의 대상이 된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요. 모든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놓고 있는 중에도 바로 그 현장을 기록하는 한 대의 카메라는 셔터소리를 냈습니다. 기록이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조차 2016 어느 날 한·일 양국의 역사가 되겠지요.

 

카메라를 내려놓고 벌인 무언의 항의는 어떤 격앙된 발언보다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또 그만한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존재 이유인 취재의 권리, 현장 기록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던 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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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소 뒷걸음에 쥐 잡는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진 청와대와 경내를 밝힌 가로등 불빛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 침묵하는 청와대정도의 제목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어둠은 금세 짙어졌고 삼각대도 없이 들고 찍는 사진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만하면 됐다싶어 철수하려다가 뭔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렌즈의 줌 링을 방정맞게 돌리며 셔터를 난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기자의 난사는 참 민망한 행위라 생각하지만 두 가지의 조건이 맞을 때 가끔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적당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가 들릴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한 번씩 후련하게 구사해 보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수다스럽고 간사한 셔터소리가 화나고 갑갑한 속을 잠깐 위로해 주었지요.

 

사무실로 와 쓸 사진을 골라놓고 난 뒤 난사 컷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흔들려서 버릴 사진들 사이에 그나마 덜 흔들린 사진 두어 장을 구색 맞추려 올렸습니다. 주변의 불빛이 청와대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구색용 사진이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상의 끝에 토요일자(11.19) 1면 사진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어둠 속 고립된 청와대의 느낌을 읽어낸 것이지요. 막상 1면에 배치되니 작자에게조차 천대받던 이 사진이 의미들을 뿜어냈습니다. 게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무료 배포되기까지 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진은 개인적·사회적 경험으로 읽힙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이 사진을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의 촛불로 읽었을 테지요. 국정농단의 주역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읽었을까요. 민심을 읽어내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왠지 이 두 분은 ‘온 우주의 기운이 청와대로 몰려오고 있다라 해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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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저는 사기꾼이었습니다. 좀 억울했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영락없는 사기꾼이었지요. 두 주일 전에 사진다큐를 위해 찾은 한 농촌에서의 일입니다.

 

며칠 계속된 비에 땅이 질어 가을걷이에 나선 농민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작정 헤매다 콤바인 작업에 나선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번 다큐의 핵심 주제인 쌀값에 대한 얘기도 듣고 사진도 찍을 요량으로 다가갔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틈틈이 던지는 물음에 답도 잘 해주셨지요. 내내 농사일을 지켜보며 가끔 사진 찍고 가끔 질문을 했습니다. 모르는 쌀농사는 지켜보는 거 이상 답이 없었지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대화하다가 자연스레 집으로 초대받는 모양새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더 깊이 다가가 노부부의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마감에 쫓긴 성급한 저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어르신은 들녘의 일이 끝나가도록 붙어있는 제게 더 찍을 게 남았나.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고 하셨지요. ‘땡볕에 고생이네하는 촌로의 인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유지하신 채 어르신은 무슨 취재로 왔다고 했지하고 새삼 물었습니다. 이날 아침에 만나자마자 취지를 설명했었지요. 어르신은 좀 머쓱해하며 지나가듯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긴 시간 뭐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옆에 붙어 버티고 있으니 의심이 일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불편해진 겁니다. 사실 전날도 비슷한 일을 겪어 이 순간 좀 더 진심을 보이자 마음 단단히 먹었더랬습니다. 전개되는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 볏단을 몇 번 들어 옮겼습니다. “하지 말라하시데요. 이미 고개 든 의심이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환심을 사려는 수작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어떠한 친절도, 짓고 있는 선한 표정도 경계를 키우는 요소일 뿐이었지요.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노트북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와 보여드렸더니 뒷면에 직인이 왜 없냐고 물었습니다. 어르신의 저를 향한 심증은 굳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신문사 이름이 크게 새겨진 취재차량이 저하고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수상했던 모양입니다. “저 차 운전하는 양반도 회사서 월급 받나?” 명함도 신분증도 취재차량도 이미 의심 속에서는 완벽한 사기를 위해 철저히 준비된 소품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어르신은 미안했던지 경찰서에 가서 신분을 증명 받은 뒤에 취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순간에 그 앞에서 저 스스로를 경향신문 기자라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어르신의 걱정과 불안만 키우겠다는 생각에 결국 건강하시라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르신은 물러나는 저를 보고 안도했을지 모릅니다. 이날 오전에 명함을 건넸을 때 저도 모르는 전남지역 경향신문 박oo 기자를 잘 아신다며 물어보면 알겠구먼하셨지요. 그런 사람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니다 싶어 ......”하고 얼버무렸었지요. 그 박oo기자가 사기를 쳤을 수도, 아니면 어르신이 잘못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대뜸 그 기자에게 전화해 제 이름을 댄다면 당연히 모른다 할 테고, 그러면 어르신의 의심은 확신이 될 테지요. 가슴을 쓸어내리는 어르신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디서 기자라 사칭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약장사라 하고 약 파는 사람은 없겠지요. 농촌 현실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사를 써대는 것도 어쩌면 사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다큐기사를 보셨다면 오해를 푸셨을 테지만 못 보셨다면 저는 여전히 사기꾼의 한 유형으로 어르신의 기억에 남아있겠군요.


스스로 기자라고 증명할 수 없다는 것과 내가 기자가 맞긴 한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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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원한지. 뭐 그런 생각들을 간혹 했던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정치인들이 버릇처럼 뱉는 협치보다는 갈등을 기록하려했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대체로 '잘 찍은' 정치 사진은 갈등이 아주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정치 사진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순환구조 내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19대 국회 중후반기에 출입해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어쩌다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을까 싶은 이들이 더러 있더군요. 그런 이들과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싸잡혀 욕먹는 게 좀 억울하겠다 싶은 괜찮은 의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의 발전은 그 한심하고 씁쓸한 분들이 선거를 거듭하며 솎아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국회 출입을 하면서 블로그에 국회 풍경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25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관행적으로 찍히는 사진에 대한 설명도 있고, 의원들이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있고, 국회 사진기자들의 모습과 뒷얘기 등도 썼습니다. 블로그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국회발 뒷얘기가 짜증과 조롱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의 발전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정치 사진에 반영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 사진을 보며 독자들이 혀를 차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다시 출입 때는 좀 더 희망적인 국회 풍경’을 블로그에 채우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되겠습니까.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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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중국의 최종예선처럼 관심을 끄는 경기는 기자실 자리 잡기 경쟁부터 치열합니다. 경기 시작 전 대여섯 시간 일찍 가는 게 기본이지요.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자리 추첨을 합니다. 번호순대로 선호하는 자리를 고르고 명함을 붙입니다. 좋은 자리가 반드시 좋은 사진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자리를 차지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자리 추첨의 운으로 취재사진 결과물의 운을 점쳐 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하는 A매치 시간은 보통 오후 8. 신문 마감시간과 물려 있어 마음은 바쁩니다. A매치 취재는 오랜만이었지요.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종 허둥댔습니다.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접이식 의자 하나의 폭 안에서 두 대의 카메라와 무릎 위에 펼쳐 놓은 노트북을 다뤄야 했습니다. 익숙하다 여겨왔던 카메라와 노트북이 낯선 물건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지요.

 

취재는 갈등의 연속입니다. 각각 300mm 렌즈, 70~200mm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중 당장 어떤 것을 들 것이냐 부터 고민입니다. 사진을 즉시 마감할까, 골이 터질 때까지 기다릴까, 마감하는 동안에 더 중요한 장면을 놓치지는 않을까, 골이 터진 뒤 세리머니 때는 어떤 렌즈를 들까, 세리머니는 이리로 뛰어올까, 저리로 뛰어갈까. 숱한 갈등과 조바심이 경기 내내 널을 뜁니다

 

 

옆자리 앉은 스포츠지 동료기자를 힐끗 봤습니다. 몸과 카메라와 노트북이 일체가 되어 취재와 동시에 마감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동작에 경외감이 들더군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반복되는 작업 같기도 하고 끊어지지 않는 매끈한 춤 동작 같다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흉내를 내보려고 해도 부자연스러움만 커졌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에서 노트북으로, 노트북에서 카메라로 네 개의 메모리카드가 무질서하게 옮겨 다니고, 카메라를 어깨에 기댄 채 어정쩡한 자세로 몇 장의 사진을 골라 설명을 쓰고 전송을 시도했습니다. 전송 신호가 약해 사진이 가다가 말거나, 속이 타도록 느린 속도로 들어갔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전후반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소파에 기대 앉아 맥주마시며 보는 축구와 경기장에서 일로 보는 축구가 같을 리 없지요. 카메라 앵글 밖의 상황은 알 길이 없어서 경기의 흐름도 골이 터지는 상황도 잘 모릅니다. 경기가 흥미진진해도 즐길 수 없는 그저 일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축구사진은 특유의 맛이 있습니다. 이거다 싶은 장면이 앵글 안에서 펼쳐질 때 셔터의 요란한 소리와 진동은 답답했던 가슴을 뻥 틔워줍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지요. 국회 출입을 하다 보니 정치사진과 비교하게 됩니다. 정치사진의 애매함, 답답함에 비해 축구사진은 명징하고 시원합니다. 시도 때도 없는 뻗치기와 주기적인 몸싸움이 정치사진의 바탕인데 비해 축구사진은 정해진 시간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사진기자들 간의 몸싸움이 없어 깔끔합니다. 대체로 짜증을 유발하는 정치사진에 비해 선수들의 골과 세리머니 사진은 지친 삶에 어느 정도 위안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하튼 그리 헤매면서도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날 경기 중 가장 좋았던 장면을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자리 추첨에서 ‘1을 뽑은 운이 작용했을 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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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떤 류의 사진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대게 이런 이미지를 피하고 싶은 게 평균적 사진기자의 마음입니다. ‘주식거래 30분 연장사진도 그랬습니다. 벽시계를 걸고 객장을 찍는다는 게 경험 있는 사진기자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한 증권사 객장을 찾았습니다. 저와 타사의 몇몇 후배들이 거래 마감시간 즈음해서 모였습니다. 한 후배의 손에 벽시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미 지면으로 증명되어 온 '굳은 이미지'는 떨치기 힘든 것이지요. 정성이 대단하다고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시황 모니터 상단에 숫자로 시간이 표시돼 있어 벽시계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빤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는 준비한 시계를 카메라 앵글 속에 넣어 연방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림이 되냐?”며 슬쩍 눈길을 주자, “한 번 찍으시라는 눈짓을 해옵니다. ‘그래, 식상한 앵글이지만 한 컷만 찍자.’ 그렇게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지면에 쓰지는 말았으면...’하며 딱 한 장 전송했고, 시황 모니터를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마감했습니다. 비슷한 사진을 여럿 보낸다는 것은 요걸 썼으면 하는 작자의 바람이 담긴 것이지요. 편집자는 한 장 보낸 벽시계 사진을 신문에 썼습니다. 최초의 독자라는 편집자의 선택은 저의 복잡한 심사와는 달리 명쾌하고 간단했지요. 마찬가지로 익숙해서였을까요. 혼란스럽습니다. 망설이다 구색맞춤용으로 보낸 바로 그 사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애초에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늦은 후회를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과정과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계가 주는 ‘30분 연장이라는 명쾌한 설명적 사진을 다른 이미지들이 뛰어넘지 못한 것이지요.

 

빤한 사진흔히 쌍팔년도 앵글이라 불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빨간 신호등이나 먹구름 아래 위기의 대상(검찰, 롯데, 조선소, 국회 등)’을 넣어 찍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지요. 쌍팔년도에는 나름 신선하지 않았겠습니까. ^^ 

 

유사하게 반복되는 현장에서 가끔 새로운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면 그런 약발로 사진기자의 직업적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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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와 관련, 주민 설득을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설명회는 파행됐지요.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발표와 대통령 해외순방 시작 날 황급히 달려와 수습하려는 정부의 빤하고 딱한 '매뉴얼'에 화가 나더군요. 여기에 더 화가 났던 건 이를 사무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는 동안 갑갑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사드 지역을 발표하던 날(13) 성주에 갔다가 다음날(14) 밤에 올라왔거든요. 총리의 전격방문이 이날 밤늦게 결정되었고 이 일정을 미처 체크하지 못해 사진부에서는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못했습니다오전 9시 넘어 기사를 통해 체크한 총리의 일정은 11시 성주였지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총리가 화난 주민의 계란세례와 물세례를 받는 생방송 화면을 보며 , 오늘 1면 사진이구나했지요. ‘왜 어제 하루 더 성주에 머물지 못했을까?’ ‘왜 서둘러 왔을까?’ 자책이 시작됐습니다. 총리를 태운 버스가 몇 시간째 트랙터에 막혀있는 현장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통신 사진에서, 온라인 기사에서, TV화면에서 확인할 때 , 늦게라도 출발했다면...’하고 아쉬움이 들었지요. “지금이라도 가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려 해도 3시간 이상 걸려 가는 동안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짐작에 말을 삼켰습니다. 데스크가 나름의 판단을 했기에 따로 얘기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반복되는 뉴스화면을 보며 주요현장에 저나 저희 부원이 없다는 것이 하루를 얼마나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 경험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져 큰 한숨을 주기적으로 뱉게 되더군요. 옆자리 선배도 간혹 헛웃음과 한숨을 흘렸습니다. 사진기자와 현장은 이런 관계인 것이지요.

 

다음날(16일자) 조간신문을 보니 예상대로 모두 1면에 총리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사진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달리 읽힐 것이지만, 기사 제목이나 사진 제목 등을 미뤄볼 때 같은 사진에도 신문사의 의도가 묻어나는군요. 저희 신문을 비롯해 매일신문 사진을 제공받아 게재한 신문이 많습니다. 주민의 거센 저항과 삼엄한 경호 속에 그와 같은 사진을 찍어내는 데는 판단, 의지와 함께 운이 조금 받쳐줘야 합니다. 운이라는 게 애써 저를 피해갈 리 없겠지만, ‘내가 갔다면 저런 사진을 찍어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어제 생생했던 현장 부재의 무기력이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씁쓸한 위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ㅠ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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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일정이 많지 않은 날인 것을 아는 노련한 정치인은 그 틈새를 노리기도 합니다. 뉴스 주목도가 높은 월요일 게재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합니다. 

 

일정이 아예 없을 때에는 창작을 해야 합니다. 가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그 주 일요일에는 두문불출 김 의원 대신 문 닫힌 의원실을 찍는다는 지, 국회 개원이 미뤄지고 있을 때는 텅 빈 회의장을 찍는다는 지 하는 식이지요. 가끔 뭘 해야하나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만 축적된 경험에 따라 어렵지 않게(다소 식상하게) 소화해내곤 합니다.


 

일요일 기자실을 드나들며 불 꺼진 국회 복도를 바라보면 그 어둠이 참 편안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국회라는 긴장의 공간에서 긴장이 이완된 날 느끼는 특별함일 겁니다. 다음날이면 불을 환히 밝히고 이른 아침부터 의원들과 보좌진, 바닥까지 차지해 앉은 취재기자들, 들이밀 공간도 없을 만큼 들어 찬 방송카메라, 그 사이 틈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진기자들로 북적거리며 정신없을 테지요. 어둠을 바라보며 또 시작하는 한 주는 얼마나 많은 요구, 주장, 공방, 비난, 막말, 사과, 호통, 비아냥이 난무하고, 이것은 또 얼마나 많은 글과 사진과 영상의 홍수를 이룰 것인가 생각합니다.


 

텅 빈 휴일의 국회는 일이 없어 편한 것보다 그 적막함이 더 좋습니다. 평일에 가끔 '내가 기계구나'하고 느끼는 날이 있습니다. 국회의 휴일은 대체로 사람인 날이지요. ^^

 

또 하나, 일요일에 출근하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다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의 '특혜'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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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총선 취재를 했습니다. 두 달 같은 두 주일을 보냈습니다. 당 대표들은 한 달 같은 하루라고 표현하더군요. 진짜 선거는 공천부터라는 말이 있듯 사실 일찌감치 총선 취재는 시작됐던 것이지요.

 

공천과정에서 진을 빼다보니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매너리즘이라는 놈도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놈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뭐 극복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몸을 고되게 하는 겁니다. ㅠㅠ

 

하루 열 서너 개나 되는 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을 모두 챙길 순 없지만 최소한 오후 신문 마감 시간까지는 되도록이면 많은 일정을 챙기려 했지요. 한 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다음 유세장으로 달리는 취재차 안에서 사진을 마감합니다. 미뤄두면 귀찮아지는 것도 있지만 실시간 마감이 '미덕'인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오전에 두세 차례 흔들리는 차 안에서 마감을 하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어지럼증이 일며 도로가 좀 거칠다 싶은 곳에서는 구역질도 난답니다.

 

 

 

 

 

4년 전에 19대 국회의원 선거도 취재를 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땐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시간 마감의 압박도 없었고 매체도 지금에 비해 적었습니다. 그새 환경이 좀 변한 것이지요. 저도 4년의 연차를 더 먹었고 사진부 국회 출입 막내인 3진에서 2진으로 올라섰으니 말입니다. 일은 다를 게 없는데 책임감은 조금 더 무거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연차만큼 자란 매너리즘과 책임감이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똔똔이었던 것이지요. ^^

 

이번에 경험한 현장의 변화 중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은 대표를 수행하는 한 당직자의 모습에서 찾았습니다. 대표를 취재하는 사진기자에게 짜증을 내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봤습니다. 대표가 시민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였지요. 수많은 매체들이 알아서 다투어 속보를 쏟아내고 경쟁하며 기계적으로 기사를 생산하니 개개인의 기자란 존재도 무리 중 하나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SNS 환경에서 이젠 기자들의 취재보도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그런 상황이 웅변하는 것이지요.

 

나름 뉴스의 중심에서 몸을 학대하며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변죽만 울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1차적인 문제는 제게 있지요. 기계적인 사진 생산에, 기계적 균형을 위한 사진게재는 딱히 답이 찾아지질 않습니다. 또 온라인·모바일 공간에서 넘쳐나는 수많은 사진 중 그저 묻혀버리는 한 장의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질문도 생깁니다.

 

4년 뒤, 다시 올 총선 취재 환경은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감히 짐작하긴 어렵습니다만 기자의 취재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생은 하는데 뒷맛은 개운치 않고, 뭔가 남는 것 없이 허무한 것이 이번 총선 취재의 뒤끝이네요. 4년 뒤 이 글을 찾아볼 요량으로 짧은 소회를 남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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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총선을 앞둔 국회는 지금 총성없는 전쟁텁니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자 분위기가 격앙돼 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김 대표의 사진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챙기지 못하면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대표실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가 올 일은 없었지만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다른 분위기를 스케치하려 한 것이었지요. 그때 K선배의 전화. “국민의당에 가봐라. 좀 시끄러웠던 갑더라.” 잽싸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가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지요.

 

회의가 끝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회의장을 나서자 공천에 불만인 당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달라붙었습니다. 당직자들과 국회 방호원들이 안 대표를 감쌌습니다. 여기에 기자들이 가세합니다. 애초에 질서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지요. 어림잡아 3,40명의 사람들이 엉겨 밀고 밀리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뒷걸음을 치며 사진을 찍습니다. 뒷걸음치면서도 조심하긴 합니다만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를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밀린 기자 한두 명이 넘어지자 연쇄적으로 바닥에 넘어진 것이지요. 넘어지는 순간 짧게 눈앞에 스친 표정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남의 표정을 보다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게 넘어졌습니다. 더구나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데 조금 민망하더군요.

 

다시 아수라장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상황이 일단락 됐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움직여 보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두어 시간 뒤 카톡으로 자빠지는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사진기자 동료들의 기록에 대한 악착같음과 순발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다치지 않았으니 기념사진이 되었습니다. 2 딸래미에게 이 사진을 보여줘야 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돈을 번단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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