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3

'밑줄을 긋다보니...'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은 너무 많아지고 격랑의 파도 속에서 밑줄을 긋다 보면 글이 좋아 밑줄을 긋는 것인지 밑줄을 긋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기도 한다 (134p) 자기의 인생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거나 지금껏 보고 들어 알고 있었어도 느끼지 못했던 통찰의 획이 마음속에 그어지는 순간이 있다.(135p) 사진가 허영한의 에세이 (새움)를 읽으며 제가 딱 그 지경이 되었습니다. 책은 그의 깊은 사유와 통찰이 녹은 ‘사진인문학에세이’입니다. 그는 이런 ‘말의 규정’을 싫어할 것이 분명합니다. ^^ 저와는 평소 소주 한 잔 하는 사이인지라, 그의 깊이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경험하는 것은 새삼스럽습니다. 책을 읽으며 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동시대에 카메라를 들고 밥벌이를 하다 보니, 그..

사진이야기 2017.11.1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스팔트 위 작은 틈에서 이름 모를 풀이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발길이 멈췄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리 자란 사연을 생각했다. 수시로 지나는 차량의 바퀴에 밟히면서도 꿋꿋하게 그 생명을 견뎌냈다. 보잘 것 없는 풀의 생명이 더 없이 커 보이는 건, 이 곳이 수 많은 죽음이 기려지고 있는 현충원이어서 일까. 쉽고 가볍게 스러지는 숱한 삶들의 세상에서 연약한 풀의 질긴 생명력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그 작고 고독한 생명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나날히 숭고해지고 있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