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4

내게 위로가 되는 사진

지난 4월 말 동네 조그만 북카페에서 ‘책 읽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북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가 ‘책 시장’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이 공간에서는 처음 갖는 행사였지요. ‘웬만하면 쉬는 날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는 나름의 소신이 있지만, 본행사인 ‘책 시장’ 날짜를 잡는 것도 부대행사인 ‘사진 찍기’ 성사여부에 달렸다는 ‘협박(?)’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뭐, 늘 이런 식이지요. 북카페을 이용하거나 책모임, 바느질 모임 등 이런저런 소모임을 하는 이웃들이 사진신청을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등이 짝을 지어 소품인 책을 든 채 제가 정해준 자리에 앉거나 섰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와 셀카의 ‘즉흥’에 익숙해진 시대에 묵직하고 시커먼 카메라는 살짝 긴장을 유발하지요. “앉으세요” “기대세..

사진이야기 2017.06.06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영화의 한 장면일까. 다음날 신문 1면에 일찌감치 편집된 사진을 보며 든 첫 반응이 그랬습니다. 오른손에 권총을 쥔 남성이 왼손을 높이 들고 검지로 하늘을 찌르며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고 그의 왼쪽에 한 남성이 큰 대자로 누워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설명을 읽고서야 총격 살해 직후의 장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이런 극적인 사진은 잔인하고 끔찍한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사진은 터키 경찰관인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를 쏜 뒤 “신은 위대하다. 알레포와 시리아를 잊지말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관련 기사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반발한 범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반..

사진이야기 2016.12.23

'4시간 16분 동안의 사진전'

함께 슬퍼했고 함께 분노했던 세월호가 잊히고 있습니다. 사진가들이 나섰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들입니다. 자신의 사진 한 장을 들고 ‘4시간 16분’ 동안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걸었습니다. ‘4시간 16분 동안의 전시’라는 소위 ‘걷는 사진전’이었지요. 기록되어 기억되는 것이 사진의 본질입니다만, 기억에서 잊히는 세월호 앞에서 새삼 ‘우리는 무엇을 찍는가’, ‘왜 사진을 찍는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고민이 사진가들을 거리에 세웠던 것이지요. 사진기자인 저 역시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은 현수막 천에 출력한 사진을 각목에 고정해 어깨에 얹고 걸었습니다. 전시 소개글에 ‘사진가들이 각자의 십자가인 ..

사진이야기 2014.08.14

로버트 카파와 나

어느 입사시험 면접에서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로버트 카파가 누굽니까?” 짧은 질문에 짧게 “전쟁터를 누비던 종군 사진기자입니다”라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아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지요. 다행히 면접관은 더 묻지 않았습니다. 그 면접관은 회사 선배가 되었습니다. 로버트 카파의 명언 “If your photograph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다)”를 그 대답 뒤에 갖다 붙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답이었을 것을. ^^ 전쟁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1954)의 이 멋진 말을 사진기자 초년병때 처음 접한 뒤 고개를 끄덕댔을 때는 '다가간다'의 의미를 피사체와의 ‘물리적 거리’로 받아 들였..

사진이야기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