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3

"뭐 찍어요?"

회사에서 만난 타 부서 선배들이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다친데 없냐?”고.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주말 소위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친박 단체’ 집회에서 제가 겪은 작은 해프닝을 전해 들었던 모양입니다. 제 옆자리 ‘이야기꾼’ S선배의 입을 거쳐 나간 것이라 짐작합니다. 두어 다리 건너간 얘기는 극적이고 긴박해지고 포장되고 과장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촛불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겨 회사를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3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친박 단체 집회를 잠깐 찍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이 하나둘 스쳐갔습니다. 집회가 한창인 서울광장 일대는 붐볐습니다.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며 적당한 위치를 찾아 섰습니..

사진이야기 2017.03.06

'영웅'

서울시청 외벽에 걸린 대형 걸개의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쳐 지나며 읽은 문구에서 조그만 위안을 얻으며 흐뭇했습니다. 때마침 신호에 걸려 차창을 내리고 사진을 한 컷 찍으려는데 벤치에 누운 지쳐 보이는 남자가 글과 함께 앵글에 들어왔습니다. ‘영웅’과 ‘드러누운 남자’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였습니다. 글귀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간사하게도 바로 조금 전 위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도처에 널린 무기력하고 좌절적인 삶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겠다”는 검찰의 말처럼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난세영웅’이라 했으니, 너도나도 영웅이어야 할 어지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