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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7.12.21 '2017년, 난 누굴 만났나' (4)
  2. 2017.11.26 이별의식 (2)
  3. 2017.03.25 세월호 인양과 그의 정신승리법
  4. 2017.03.13 달콤 씁쓸한 탄핵 (2)
  5. 2016.12.26 2016 나의 '사진연감'
  6. 2016.01.13 아이들이었을까 (2)
  7. 2015.12.28 2015 내가 만난 사람들 (2)
  8. 2014.12.31 "고마워요 샤이니월드" (2)
  9. 2014.08.29 소설을 품은 사진
  10. 2014.08.27 증명해야 하는 슬픔
  11. 2014.08.14 '4시간 16분 동안의 사진전'
  12. 2014.07.21 고마워요 샤이니 (34)
  13. 2014.07.14 잊지 않을게 (6)
  14. 2014.06.13 기억해야 할 것
  15. 2014.05.26 비는 눈물 되어
  16. 2014.05.23 눈물의 진정성
  17. 2014.05.10 꿈이었으면 (2)

2017년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뉴스올해의 사진등 내·외신 매체들이 한해를 정리하는 뉴스를 내놓고 있지요. ‘나는 올해 무슨 사진을 찍었나?’ 싶어 개인 외장하드를 한 번 훑었습니다. 매년 12월 요맘때면 하는 연례행사지요. 올해 만났던 사람이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만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골랐습니다.

 

1, 경향신문은 대선의 꿈이라는 신년 기획으로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단독촬영했습니다. 인터뷰 장소였던 한 호텔 앞 인도에서 “5년 전 대선에서 제가 마크맨이었습니다라고 인연을 앞세우며 걸어오시겠습니까?” “카메라 보시면서 미소 지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었지요. 조기대선 이후 이제 단독으로 찍기 힘들게 됐지만요. 이 글을 쓰는 오늘(20)이 원래 예정된 대통령 선거일이었네요. 페북이 이날 아침 알려온 5년 전(20121220) 게시물에는 18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당시 문 후보의 사진이 제 짧은 소회와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민중화가’, ‘5월화가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홍성담 화백.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예술가입니다. 국정농단 핵심 자료인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14번씩이나 이름을 올렸다지요. 홍 화백은 지난 2월 포토다큐에서 다룬 4명의 블랙리스트 예술가 중 한 분입니다. 그의 뒤로 보이는 그림은 벚꽃노리로 박 전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2013년 그린 풍자화입니다. ‘허무함을 상징한다는 벚꽃길을 걸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 2017년 탄핵을 기가 막히게 예언했습니다. 그는 차기 작품 계획으로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를 14번이나 사랑스럽게 불렀으니 이제 내다 답할 차례라며 그의 일대기를 풍자화의 최고정점 포르노그라피로 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연극무대에 선 세월호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과 생존 학생 엄마 7명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트라우마 치유를 목적으로 대본을 읽어오다 배우로 나선 겁니다. 슬픔이 가득 들어선 마음에 조그마한 웃음 귀퉁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하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막이 내리자 배우에서 엄마로 돌아왔습니다. 무대인사 시간. 늘 그랬듯 단원고 2학년 몇 반 누구의 엄마라고 소개했습니다. 가슴 속 얘기에 관객도 같이 울었습니다. 세월호 3주기. 아픔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들은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다호데이(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17일을 즈음해 취재했던 국내 성소수자들이 다큐지면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거센 혐오의 시선과 싸우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 이호림씨, 프로그래머 함경식씨, 청년 정책 활동가 차해영씨. 쉽지 않은 커밍아웃, 그 용기에 다시 박수를 보냅니다.

 

 

이한열 열사를 안아 일으켜 세웠던 이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을 보며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이종창씨(파주 가람도서관 관장)를 연세대 교정에서 만났습니다. 이씨는 198769일 당시 사진이 찍혔던 바로 그 자리에서 경찰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 열사를 안았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촬영을 하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경험 위에서 촛불혁명도 가능했겠지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는 동안 노가다 연대에 발을 담갔습니다. 사진 찍으러 갔다가 일에 탄력이 붙으면 일만 하고 오기도 했지요. 7월 더위에 함께 땀을 흘린 일꾼들을 찍어 다큐에 썼습니다. 긴 세월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꿀잠은 지난 819일 문을 열었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 찍으세요.” 경희대 후기 졸업식장에서 외치던 박혜윤씨. 이 학교 재학생인 혜윤씨는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의 삶을 함축한다 느꼈습니다. 짠하면서도 믿음직스러웠지요. 혜윤씨를, 또 이 시대 청춘을 응원합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처에서 만난 64세의 소병화 씨. 세월이 내려앉은 손으로 꾹꾹 눌러 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난 4월 검정고시를 통과했다는 어르신은 첫 수능을 앞두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고 하셨지요. 이번 수능 시험 잘 치셨는지 궁금합니다.

 

 

MB정권의 블랙리스트 피해자 방송인 김미화씨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터뷰 중 내가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말이 귓전에 때렸습니다. ‘이제 코미디언으로 돌아가 웃겨 달라는 의미로 인터뷰 끝난 뒤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을 따로 찍었습니다. 포즈를 취하고 웃었지만 사진엔 지난 시간의 아픔이 포개져 있는 듯합니다.   

 

 

 

11월에 로힝야 난민촌을 다녀왔습니다. 천막 틈으로 들어온 햇볕이 아이의 눈에서 반짝였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공포와 상처를 읽습니다. 혹시 난민촌을 다시 가게 됐을 때 누군가 왜 또 가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눈망울 때문이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12월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분주합니다. 평소 일에 더해 한해를 정리하는 송년호와 새해의 힘찬 시작을 담은 신년호를 찍기 때문입니다. 오늘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을 한 컷 찍었습니다. 짠해지더군요. 중국 경호원들의 대통령 수행 사진기자 폭행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누가 뭐라 해도, 현장을 지키며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는 이 시간에도 쉼 없이 울리고 있습니다.

 

 

올 한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합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게 모르게 줬던 상처가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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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사건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탄핵 촛불의 감동을 바로 이 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이제 곧 떠나보내야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 누구의 눈이 되어 어떤 시간을 새겨갈지 궁금합니다. 막상 반납을 하려니 좀 섭섭해지는군요. 기계도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새로 들어온 카메라는 캐논1DX mark25D mark4입니다. 아직 낯설고 어색합니다. 들어오고 며칠이 지나서야 박스를 뜯었습니다. 앞으로 같이 하는 동안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사건과 시간들이 그 안에 쌓여갈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새 카메라에 어깨끈을 끼운 김에 반납을 앞둔 카메라와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문득, 잠깐 자리를 비켜서 이 신구(新舊) 장비들에게 대화의 시간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네 대의 카메라가 주인 없는 공간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난감처럼 깨어나 사실 쟤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하며 저의 뒷담화를 늘어놓을 것도 같습니다. 노련한 카메라가 그동안 경험한 현장 이야기를 신참 카메라에게 영웅담처럼 들려주기도 하겠지요.

 

 

보낼 카메라는 다시 못 올 지난 5년의 세월을 담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후다닥 내빼버린 비정한 시간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 이별하고 또 새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반갑다. 잘 해보자.”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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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22일 야근하며 이르면 23 새벽에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게 그리 쉬운 거였나간절히 바라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다음날 휴대폰 속보에 세월호의 선체가 드러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자위가 뜨거워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곧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런 걸 3년 동안이나...’


 사진/이준헌 기자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불과 두 주일 만에, 인양 작업 이틀 만에 물 위로 올라온 부식된 배를 보며 허탈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인양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찔한 건 대통령 탄핵이 기각이 됐다면 인양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선체 인양이 탄핵 심판 결과에 달려있었다니 세월호의 진실을 누가 가리고 훼방하고 있었는 지는 자명해 진 것이지요

 

아침 신문을 넘겨보다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밤새 불을 밝히고 인양작업을 하는 1면 사진과 검찰 조사를 받고 자택을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보고 활짝 웃는 박 전 대통령 사진때문이었지요. 또 수백 명의 생명이 물속으로 잠겨가던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여전히 감춘 채 자기는 기필코 살아보겠다고 검찰 조서를 밤을 새워 7시간 동안 꼼꼼히 읽었다는 기사를 보며 악마라는 단어를 젤 먼저 떠올렸습니다.

 


  경향신문 PDF 캡처

 

 


세월호가 떠오르고 시민들의 마음은 다시금 그때의 큰 슬픔에 가 닿고 있는데 그 시간에 또 올림머리손질을 받았다는 뉴스는 쌍욕을 부릅니다. 가 그러데요. ‘그 머리 밀어버리고 싶다고.’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가 세월호 인양 뉴스를 봤을까요. 아니 그 시간에 드라마에 몰입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늘 우리의 상식이 닿지 않는 분이니까요. ‘이제 대통령이 아니니 내 책임은 없어라는 악착같은 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인양으로 진실도 인양되겠지요.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속히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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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날, 저는 헌재 인근 안국동 거리에서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설치된 화면에서 흘러나왔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가족과 주위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으로 선고 상황을 짐작했습니다.

 

처음 얼마간 환호로 시작한 선고가 탄식과 함께 무겁게 변해갔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세월호 관련 선고 내용이 간간이 들려왔고 유가족들은 얼굴을 묻었습니다. 기각인가? 이어지는 선고 결정문에서는 문장마다 환호가 터졌습니다. 그 속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이 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눈물짓고 얼싸안은 시민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보며 뭉클했습니다. 어깨를 걸고 함께 이룬다는 것은 무엇이든 감동이지요. 그게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잡는 큰 걸음이라면 그 무게와 감동의 크기는 차원이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행진을 따라갔습니다. 오가며 마주치는 사진기자 선후배들과 그간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료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박사모 등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합뉴스 동기가 누군가 내리치는 사다리에 머리를 맞았다 했습니다. 누가 다치고 누군 실려 갔다는 소식이 속속 알려졌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순간 박사모 등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마주보고 선 사진기자들은 가장 가까운 공격의 대상이었지요. 기자를 골라서 폭행을 가했다고 하니,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는 명확한 공격 대상이기도 했지요. 일부는 사다리와 쇠파이프를 휘둘렀습니다. 동료기자들이 찍히고 밟히고 집단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카메라를 훔쳐 달아나는 이도 있었답니다. 도대체 이 폭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뭡니까


 

  세계일보 하상윤 기자 sns

 

이제 막 비정상 권력의 불의를 도려내는 성취를 맛보았습니다. 외신들도 일제히 수준 높은 한국의 시민의식, 평화적 시위, 민주주의의 모범에 찬사를 보냈지요. 그러나 한쪽에서는 집단 광기와 감정적 배설의 폭력 시위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제 동료를 향한 철제사다리 폭행 영상을 수차례 봤습니다. 운 좋게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지요. 그 살벌한 공격은 바로 저를 향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언론에 항의하고 비난하는 것은 보장된 자유지만 기자를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것은 용납도, 용서도 되어서는 안 되지요.

 

친박 단체 사이에서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쯤 저는 촛불시민들 사이에서 한 참가자로부터 막대 사탕을 받았습니다. 그는 탄핵이 되었으니 달달하게 마무리 하자며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사탕을 돌렸습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사탕과 폭행.

간극이 커 보이는 두 단어에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진기자들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현실이 들어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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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2016년 어떤 현장에서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기준으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할 만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12월 현재까지 마감해 외장하드에 들어간 사진이 6200여장이구요. 그 중에서 사진 20여장을 추렸습니다. 6000장이 넘는 사진이 다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빛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재한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의 그날을 기록한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사진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급히 고르느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에 밟혔지만 너무 많아질까 싶어 빼버린 사진들도 20여장은 됩니다. 골라내지 못한 사진들 사이에서 "어이 당신, 나 여기있어. 여기있어"하는 아우성이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사진의 완성도보다는 의미에 더 충실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올 한해 제 발길의 궤적이며 2016 저만의 연감입니다. 

 

1. 아픈 졸업식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희생된 학생들의 가족들이 교실을 찾아 아이의 빈자리에 앉아 있다. 2016.1.12.

 

 

 

2. 졸속 합의에 성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부의 졸속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원천무효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2016.1.27.

 

 

 

3. 국민의당 창당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6.2.2.

 

 

 

 

4.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마지막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시작한 토론이 오후 7시를 넘어서고 있다. 2016.3.2.

 

 

 

5. 대구에 야당 깃발 꽂은 김부겸

 

4.13 총선 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이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길 건너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소의 현수막이 보인다. 김 당선자는 전날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를 크게 이겼다. 2016.4.14.

 

 

  

6. 여자라는 이유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지난 17일 새벽 인근 공용화장실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2016.5.20.

 

 

 

7. "민중은 개·돼지" 발언한 교육부 정책기획관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으로 공분의 산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7.11.

 

 

 

8. 사드배치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을 사드 배치지역으로 선정해 발표한 날, 한 노인이 성주버스터미널에서 사드 배치지역 발표 뉴스속보를 외면한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2016.7.13.

 

 

 

9. 폭스바겐 행정처분 

 

환경부가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아우디폭스바겐 PDI(출고전 차량 점검)센터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16.8.2.

 

 

 

10. "인간답게 살고 싶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정부지침 준수' 등을 촉구하는 김포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결의대회에서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부 지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이날 김포공항 미화원, 카트관리원 조합원 12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2016.8.12.

 

 

 

11.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경주에서 발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과 관련해 핵발전소의 위험을 지적하고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6.9.13.

 

 

 

12. 배터리 폭발 갤럭시노트7

 

삼성전자가 배터리 폭발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갤럭시노트7 단말기를 기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교환해주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단말기 교환 및 환불 등을 문의하고 있다2016.9.19.

 

 

 

13. 성과연봉제 철회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총파업 돌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공공성을 훼손하는 성과연봉제 철회를 촉구했다. 2016.9.27.

 

 

 

14. 백남기 농민 추모하는 고향 들녘

 

전남 보성군 웅치면 국도변 가로수에 지난해 쌀값 보장을 요구하다 경찰 물대포에 쓰러졌던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의미의 근조리본이 달려있다. 그 뒤로 펼쳐진 노란 들녘이 쌀농사와 농민의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웅치면은 백남기 농민이 농사짓던 고향이다. 2016.10.3.  

 

 

 

15.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화가 임옥상씨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예술검열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사진, 만화 등 각계 예술인들은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예술검열 반대 예술행동을 벌였다2016.10.18.

 

 

 

16. 최순실의 벗겨진 구두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는 동안 벌어진 취재진과 검찰 직원의 몸싸움에 최씨의 명품 구두가 벗겨져 있다. 2016.10.31.

 

 

 

17. 경향신문 특별판 '시민의 명령'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경향신문 특별판을 집어들고 있다. 2016.11.12.

 

 

 

18. '하야' 촛불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3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해 촛불로 글씨를 만들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2016.11.12. 

 

 

 

19. 촛불에 고립된 청와대 

 

‘100만 촛불이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박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했고 약속했던 검찰 조사도 불응하고 있다. 어둠에 묻힌 청와대로 흐르는 불빛이 촛불 민심에 고립된 대통령을 상징하는 듯하다. 2016.11.18.

 

 

 

20.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사진취재 거부

 

일간지·통신사 등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서명식에 참여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앞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 이날 사진기자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식의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장소가 협소하다면 풀(POOL) 취재를 하더라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국방부 측은 "사진을 제공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의 항의에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일방적인 서명식 비공개 통보와 막말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주한 일본대사의 국방부 청사 입장 사진취재를 거부했다. 2016.11.23.

 

 

 

21.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김관영,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2016.12.3.

 

 

 

22. 청문회 증인 출석한 재벌 총수들 

 

기업 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2016.12.6.

 

 

 

23.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탄핵안은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표로 가결됐다. 2016.12.9.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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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공중에서 배회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카메라에 들어왔을까.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 지을 수밖에.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이 열리던 그 시간 새들은 학교 건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도 그 무리가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고 있는 새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이라도 실어왔을까.

아이들의 메시지라도 전하러 왔을까.

물의 부자유와 대비되는 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354명이 입학했지만 이날 86명이 졸업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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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201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제 카메라는 수많은 사람을 담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와의 인연이었던 이들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테지요. 지난 2014년에 이어 몇몇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남겨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훗날 저의 2015년 기자 생활을 떠올리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겠지요. 월별로 모아 놓았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사진을 두서없이 골라냈고 거기서 몇 장 추렸습니다. 사건 속 인물도 있고 제 추억에 기댄 인물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 카메라에 담겼던 ‘2015 내 멋대로, 내가 만난 인물 정리'입니다.

   

 

*삭발하는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저도 눈물을 떨궜었지요. 세월호 이후의 사회는 달라질 것이라던 다짐의 말들은 공허해졌고 아픔과 고통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엄마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습니다.

 

 

 

*청각장애 가진 은비

 

청각장애인 학교인 서울삼성학교를 취재(포토다큐)한 건 SNS를 달군 스웨덴의 한 수화통역자 때문이었지요. 그는 가수의 노래를 통역하며 리듬, 동작, 표정을 풍부하게 살려 열정적으로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수화와 구화를 섞어 진행되는 삼성학교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유은비양은 구화가 능숙해 제게 말을 곧잘 걸어왔고 수화로 제 이름과 간단한 표현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래 수화 익혀두세요. 순서대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사랑합니다

 

 

*성완종, 이완구, 홍준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리스트가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국무총리는 결국 사퇴를 했구요. ‘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경남지사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의 측근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과 검찰의 유기적 관계, 기업인과 정치인, 돈과 정치, 정치와 배신 등을 생각했습니다.

 

 

*DJ 배철수

 

그룹 송골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이젠 라디오 DJ로 더 유명한 '배철수 아저씨'는 송골매의 리더였지요. 차 안에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을 때면 언젠가 그를 촬영하게 된다면 기념사진을 찍으리라막연히 생각했었지요. 입사한 지 16년째 되는 올해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청재킷과 스니커즈가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여유,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아이들

 

아프리카 출장이라는 드물고 귀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포토다큐를 현지에서 기획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중에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살람하고 현지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재미난 것을 목격한 양 배를 잡고 웃었지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커다란 눈의 아이들을 그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만 배고픔에 그 눈빛을 잃지 않길 소망합니다.  

 

 

 

*찍힌 유승민

 

대통령이 찍어낸 사람,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입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같은 날 선 대통령의 말씀에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쫓겨났지요. 권력의 작동방식을 무섭게 놀랍게 안타깝게 지켜봤었습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와 아들 허훈

 

농구 대통령, 농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던 허재 전 KCC 감독이 이제 농구선수 허훈(연세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농구 잘하는 아들 덕에 카메라 앞에 같이 선 것이지요. 농구 판에서 늘 주인공이었던 아빠가 이날은 조연이었습니다. 다소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말을 건넨 허재 전 감독은 나긋나긋 수줍은 듯 제게 최선의 예의를 갖췄습니다. 막내 아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그저 아빠였습니다.

 

 

*남은 물건으로 만난 10명의 아이들

 

10월 말쯤 문득,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을 치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각 한 명씩 10명의 아이들의 남겨진 물건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의 추억과 꿈이 담긴 물건은 여전히 책상 위에, 책꽂이에, 진열장에 남아있었습니다.

 

 

*‘다섯손가락이두헌

 

계산해보니 저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무렵 즈음인데 당시 그룹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참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새벽기차이층에서 본 거리같은 노래의 가사를 거의 기억합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듣고 또 들었었지요.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던 카세트라 듣다 잠들면 밤새 노래가 반복되곤 했지요.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돋게 하는 이두헌의 다섯손가락이 데뷔 30주년이 되었답니다. 제게도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15년이 갑니다.

올 한 해 어떠셨는지요.

이래저래 고생들 많으셨죠?

새해엔 삶의 곳곳에서 기쁨과 희망이 수시로 돋길 소망합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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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12일 제 블로그에 비밀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이 잘 붙지 않는 블로그라 댓글이 표시되면 설렙니다. 제법 긴 댓글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뭉클해졌습니다.


“···몇 달 전 세월호 희생자이자 그룹 샤이니의 팬이었던 다영양의 이야기를 기자님 블로그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글에 다영양이 사고나기 전 샤이니의 공연도 보러 갔다고 하셨었지요? 제 짐작으로는 다영양이 본 공연이 올 초 3월 7일~8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었던 샤이니의 콘서트였을 것 같아요. 저도 갔던 공연인지라, 비록 다영양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환호하고 노래 불렀을 다영양을 생각하며 눈물이 났더랬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남기는 건 다름이 아니오라, 다영양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콘서트의 라이브 실황 앨범이 어제 발매되었어요. 그런데 이 앨범에 노래하는 샤이니의 목소리 뿐 아니라 샤이니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는(떼창이라고 하죠) 팬들의 목소리도 꽤 많이 담겨있답니다. 특히 이번엔 당시 팬들이 샤이니에게 무반주로 노래를 불러주었던 이벤트를 아예 하나의 개별적인 트랙, sung by SHINee WORLD(샤이니월드는 샤이니 팬클럽의 이름입니다)로 만들어 앨범에 히든트랙으로 실었다고 해요. 물론 만 여명에 이르는 관객들이 다함께 부른 노래라 한명 한명의 목소리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이 안에 다영이의 목소리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다영이 부모님께서도 이 앨범을 들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건 샤이니 팬이 아니면 모르는 소식이라 다영이와 아주 친했던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부모님께 챙겨드릴 수 없는 부분이기에 마음이 쓰이네요. 그래서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앨범 2장을(하나는 다영이가 잠들어 있는 곳에 전에 받은 샤이니 싸인CD와 함께 기념으로 놓아둘 수 있도록, 또 다른 한 장은 부모님께서 댁에 두고 언제든 들으실 수 있도록) 다영이 부모님께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곧 크리스마스도 찾아오는데 부모님들께서 다영이 목소리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나마 들어있는 앨범으로 추운 겨울을 달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댓글에는 이름도 연락처도 없이 메일만 남겨 놓았습니다. 다영양 아버지께 앨범을 보낼 주소를 물어 답 메일을 보내며 세월호의 기억과 가족 위로를 위해 이 사연을 기사화해도 되겠는지 물었습니다. 일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아이돌 팬의 괜한 생색내기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이 일로 인해 지난 봄 잔인했던 세월호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되살려 볼 수 있다면, 그래서 희생자 및 유가족분들께 위로가 된다면 제가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라고 답해왔습니다. 사연은 ‘세월호 가족 울린 샤이니 CD 성탄 선물’(경향신문2014.12.25일자 11면, 조형국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습니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였습니다. 다영양과 부모님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겠지요.

   

선행의 완성은 드러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연을 얘기하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겁니다. 팍팍한 세상에 숨통이 조금 트이지 않습니까. 2014년의 마지막 날 훈훈한 사연으로 올해 블로그를 마감해 참 좋습니다.

  

샤이니와 샤이니월드 팬들에게 블로그를 통해 감사인사 전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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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가끔 어떤 장면은 서둘러 셔터를 눌러라명령을 합니다. 몸과 마음이 급해집니다. 흘러가버려 다시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아쉬움이 생각보다 짙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자리 잡고 명령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일단 찍고 본다는 게 더 정직한 표현이겠지요. 경험적으로 이렇게 얻는 사진들은 신문에 쓸 사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어디 쓰냐구요? ㅋㅋ블로그에 씁니다. ^^

 

찍은 뒤에 무엇이 찍게 했는지, 왜 찍었는지를 다시 생각합니다. 명령은 장면을 기록하는 일에 익숙해진 몸의 명령인지, 움찔하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가슴의 요구인지도 답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다시 추궁합니다. 왜 찍었냐고. 찍은 당시의 상황을 세밀하게 더듬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모니터 위에서 보는 사진과 기억 속 현장 상황은 간극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찍을 당시의 절실함이 희미해진 곳에서 사진은 심심하고도 담담한 얼굴을 하고 저와 마주 봅니다. 사진이 무어라 답을 할 때까지 바라봅니다. 그러다보면 사진은 단어나 문장의 형태로 하나씩 말을 던집니다. 얘기를 풀어내는 것은 이미지인지, 저인지, 억지인지도 헷갈립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대학생과 교수,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유가족 농성장을 향해 걸으려다 경찰과 차벽에 막힌 상황. 돌아갈 길을 찾아 광장을 걸어 나오는 행진 참가자들의 모습에 알록달록 분수쑈가 한 앵글에 있습니다. 간절한 발걸음의 묵직함과 시원한 소리와 함께 흩어지는 물입자의 가벼움이 조화롭지 않습니다. ‘상황 파악도 못하는 분수.’  사진을 찍는 바로 그때 제 등 뒤 시민 동조 단식농성장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었고, 때마침 통기타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분수는 노래 박자에 맞춰 물을 뿜는 듯 했습니다. ‘분위기 좀 아는 분수’··· 뭐 이런 얘기들이 들립니다.

 

한 장의 사진이 앵글 안팎으로 많은 것을 품고 있지만 다 보여주지는 않지요. 유추해 내기 쉽지 않지만 적게 보여주고 많은 걸 상상케 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매체의 매력이지 싶습니다. 생각의 깊이와 글재주가 모자라 이 정도의 얘기만 들렸고 고만큼만 썼습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신문의 단신기사를 보고 장편소설 도가니를 썼다지요.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장편소설을 써낼 수도 있을 겁니다. 대학생, 종교인, 예술가, 정치인, 그냥 시민들, 기자, 심지어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인물들이 아주 짱짱하기 때문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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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1836일째 단식을 이어오던 유민 아빠김영오씨는 앙상한 팔을 걷어 보이고 허리둘레보다 두 배쯤 커져버린 바지춤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앞서 한 정치인은 제대로 된 단식이면 실려 갔을 것이라 비아냥댔지요.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을 잃은 아비의 슬픔을 의심받아야 하고, 목숨을 건 단식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참 잔인합니다. 겨울 나뭇가지 같은 아슬아슬한 몸을 드러내 보이고 딸과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에 통장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가학적인 의심과 무책임한 발언에 분노가 일어납니다.

 

인간성이 상실된 이들에게 절망하다가도 진상이 규명되고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동조 단식에 나선 시민들을 보며 다시 희망을 쥐어 봅니다.

 

목숨 건 단식에 아빠라는 이유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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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함께 슬퍼했고 함께 분노했던 세월호가 잊히고 있습니다

  

사진가들이 나섰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들입니다. 자신의 사진 한 장을 들고 ‘4시간 16동안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걸었습니다. ‘4시간 16분 동안의 전시라는 소위 걷는 사진전이었지요.

 

 

기록되어 기억되는 것이 사진의 본질입니다만, 기억에서 잊히는 세월호 앞에서 새삼 우리는 무엇을 찍는가’, ‘왜 사진을 찍는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고민이 사진가들을 거리에 세웠던 것이지요. 사진기자인 저 역시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은 현수막 천에 출력한 사진을 각목에 고정해 어깨에 얹고 걸었습니다. 전시 소개글에 사진가들이 각자의 십자가인 사진을 들고 걷는 것이라는 표현이 참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겸해 걷는 전시의 일부를 함께 했습니다.


 

짧은 구간을 걸으며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세월호 참사 뒤 진도와 안산에서 다투어 취재하던 사진기자 동료들을 요즘 세월호 관련 취재 현장에서 잘 볼 수 없습니다. 사고 뒤 공분했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다수의 언론의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세월호만 쓸 수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사건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비리와 부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로 드러난 문제들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풀어야 할 것들이 아닌가요. 무엇보다 '내가 찍은 세월호 관련 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를 고통스럽게 물어야 했습니다.


 

카메라로 대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에 직접 행동(?)’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50여 명의 사진가들은 더위 속에 4시간 16분을 걸으며 특별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그저 사진만 들었을 뿐인데 어떤 외침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더군요.

 

가장 짧지만 가장 오래 기억될 사진전'임이 분명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4시간 16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시간은 어쩌면 294명을 살리고 10명을 찾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 사진전 소개 글 중에서-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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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세상에는 기록될 만한 가치가 충분함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묻어두거나, 기록되지 않아서 기억되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일들이 있지요. 몇몇 소수의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다 사라지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를 포함한 몇몇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을 여기 블로그에라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 기록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다큐를 하던 중 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다영이의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제게 다영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의 연락처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한 듯 물어왔습니다. 혹시 샤이니 사인을 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다영이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열성 팬이며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고 먼 훗날 샤이니의 디너쇼까지 보겠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다영이의 짐을 정리하면서 한 박스가 넘는 샤이니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상자를 들고 SM에 찾아가 사인을 받아 와야겠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마음은 간절했으나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다영이의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사랑하는 딸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전화로 건네지는 간절함에 저는 덥석 받아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엄마는 딸의 생일 날 샤이니의 사인을 들고 추모공원을 찾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제게 방법을 물었던 겁니다. 전화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눈물이 배었습니다.

 

연예전문매체에 일하는 친구에게 사연을 들려준 뒤 사인을 부탁했습니다. 이는 다시 기획사를 통해 샤이니에게 전달됐고, 다시 그 역순으로 사흘 만에 샤이니의 사인 CD와 사진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두툼한 서류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며 저부터 뭉클했습니다. 다영이를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더군요. 그룹 멤버들의 진정성이 묻어났습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짬을 내 글을 적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되는 인기 아이돌인데 이는 기사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멋져보였습니다.

 

샤이니의 사인을 받았다는 문자에 엄마는 펑펑 울었다고 다영이 아빠가 얘기해 주었습니다. 다영이의 부모님은 수십 차례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영이 생일 날 샤이니 사인 들고 추모공원으로 가고 있다는 엄마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울컥하면서도 '다영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온유, 종현, Key, 민호, 태민!!

고마워요. 샤이니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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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김없이 다큐의 순서는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한 다큐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간 많은 기사와 사진이 나와서 다른 접근으로 사진을 담아내기엔 부담스러우면서도 막연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방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방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했지요.


여기서부터 다시 여러 문제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습니다. 아이의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능했지만, 부모들에게 어떻게 다가가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인가. 또 방이라는 공간으로 의미가 전달 될 수 있나. 기존 다큐에는 대체로 사진 앵글 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인물의 행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저 공간을 담은 사진은 낯설 것이 분명했습니다.

 

사건을 전담해 취재해온 사회부 후배들을 괴롭혔습니다. 몇몇 학부모들에게는 다큐 취지를 장문의 문자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마감은 다가오고 '과연 이 다큐를 할 수 있을까'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마감을 며칠 앞둔 금요일. 희생된 아이들을 나비로 표현한 작품으로 전시회를 가진 한 학부모를 만났고, 저의 취지를 이해해주신 이 분이 같은 반 엄마들을 설득하고 섭외해 주셨습니다.


소진이, 주희, 한솔이의 방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공간에서 더 크게 아이들이 느껴졌습니다.

 

취재하고 집을 나서는 제게 한 아이의 아빠가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울어진 배 안에서 아이들은 벽과 선반 등을 잡은 채 버티고 있었고 그 옆에 밖으로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문을 통해 바깥의 햇살이 들이쳤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긴 한숨과 함께 보여준 이 사진 한 장이 빚을 진 것처럼 가슴에 박힙니다.         


yoonjoong



포토다큐 '세월이 간다해도... 그리움이 잊힐까... 기억할게 너희들을'    



# 이소진의 방


"소진이 누나 사랑해. 돌아와"

소진이는 일찍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띠 동갑 남동생을 꼬박꼬박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등교 했다. 친구들이 동생 때문에 너의 인생은 없다고 할 정도로 동생을 보살폈다. 소진이의 방 책상 위에는 소진이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엄마는 매일 아침 초를 켜 놓고 딸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여섯 살 난 동생은 엄마를 졸라 종이학을 만들어 누나 사진 앞에 놓았다. 글씨를 삐뚤빼뚤 쓰기 시작한 어린 동생은 어린이집에서 소진이 누나 사랑해를 수시로 써 온다고 했다. 책상 한켠에 소진이의 중학교 친구들이 소진이의 사진을 안고 다정하게 기념 촬영한 사진을 보며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소진이는 이 작은 방에서 유치원 교사의 꿈을 키웠다.

 


# 김주희의 방.


주희의 버릴 수 없는 흔적들  

주희는 마마걸이라 불렸다. 엄마가 걱정할까 수시로 전화하고 일찍 귀가하는 착실한 외동딸이었다. “우리 주희는 과학도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지었어요.” 다재다능한 주희는 엄마의 든든한 자랑이었다. 엄마는 딸의 방을 치우지 않았다. 주희의 미술 작품과 그림, 과학경연대회 출품 모형 자동차, 수학 참고서 등이 책상 위에 그대로 놓였다. 의자에는 체육복이 걸려 있었다. 엄마는 작은 메모까지 딸의 모든 흔적을 모아 간직했다. 상장을 모은 스크랩북 속에 엄마의 이름을 한자로 반복해 쓰고 엄마 사랑해라고 알록달록 그려 넣은 연습장을 보여주며 엄마는 울었다. 주희는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었지만 엄마 고생을 덜어주려고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 강한솔의 방.


한솔이 기다리는 고양이

한솔이의 방 책상 위에는 고양이 라온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2년 전 한솔이가 데려와 키웠다. 한솔이 앞에 늘 그 자세로 있었다고 했다. 한쪽 벽에는 한솔이의 이름이 새겨진 교복이 걸려 있었다엄마는 49재 때 옷가지를 모두 태웠지만 교복은 태울 수 없었다.우리 아이는 욕심이 많은 노력파였어요. 공부도 운동도 잘했어요금세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살기 바빠 못 해준 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대학병원 간호사 돼서 돈 모아 큰 집 사줄게. 엄마야무진 딸의 꿈이었다. 한솔이의 친구들이 휴대전화에서 뽑아준 한솔이의 사진 앨범을 넘겨보던 엄마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소진이, 주희, 한솔이는 안산 단원고 2학년 10반 친구들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소중한 꿈을 키우던 방은 주인을 잃은 채 그렇게 남아 있었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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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벌써 12년 전의 일이구나하고 새삼 놀랍니다. ‘벌써라는 말에 빨리 흘러버린 세월의 의미도 있지만, 그 세월동안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망각의 의미도 들었습니다. 2002613일 경기도 양주 56번 국도에서 미군 궤도장갑차량에 압사당한 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추모제를 다녀왔습니다. 좁은 국도변에서 30여 명의 추모객들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사고가 난 바로 그 지점에 사고현장 표지판을 설치했지요.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난 추모행사는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12년 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이 분개했습니다만, 광장과 거리에 가득했던 거대한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시민들의 분개를 가려버렸습니다. 효순·미선이의 죽음과 관련한 시위와 집회가 연일 열렸지만, 그보다 월드컵 취재의 기억이 훨씬 더 또렷하고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추모제 사진을 찍으면서 좀 미안했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두 여중생의 이름과 죽음을 겨우 기억해내니 말입니다.


 

12년이 지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세월호 사고로 꽃다운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잊지 않으리라 했지만 잊히고 있습니다. 다시 12년이 흐른 뒤에 우리는 얼마나 이 죽음을 기억할 수 있을지요.    

 

살다보면 망각이란 게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신의 저주인 것도 같습니다. 언론의 역할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에게 잊혀져 가는 것 중에 기억해야 할 것을 되새겨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며.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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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25일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진도를 찾았습니다. 지난 번 진도를 찾았을 때 팽목항은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실종자 가족의 분노와 절규, 울음이 가득했었지요. 다시 찾은 팽목항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원래 진도라는 곳이 이런 모습에 가까웠겠다, 생각했지요.

 

풍랑주의보가 내린 진도에는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팽목항 빨간 등대로 향하는 양쪽 난간을 따라 노란리본과 연등과 풍경들이 비에 젖은 채 흔들렸습니다. 휴일이라 가족 단위의 추모객들이 가끔 등대길을 찾았습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천천히 등대 주변을 둘러본 부모는 함께 온 아이의 어깨를 가만히 감쌌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지고 서너 명의 경찰 근무자뿐인 등대를 향해 걸어보았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둔 과자와 음료수 등 음식물에 비가 내려 고였습니다. 부모는 실종된 아들이 좋아했던 기타와 신발이 비에 젖을까 비닐로 단단히 감싸 놓았습니다. 기타에 달라붙은 젖은 비닐 속으로 부모의 간절한, 그리고 아픈 글이 드러나 보였습니다.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기타 위로 떨어지는 빗물은 눈물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0일이 넘어섰고, 충격과 미안함에 빠져있던 이들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가는 듯합니다. 일상의 회복이 곧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망각'은 아닐테지요. 아직 16명의 실종자가 바닷속에 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울부짖음이 여전히 팽목항의 적막을 깨우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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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중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보수단체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약속에 공감한다"며 한 일간지에 광고까지 실었습니다. 여간해선 볼 수 없는 대통령의 '눈물'에서 진정성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또 다른 쪽에서는 똑같은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폄하하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사고 수습과정과 급히 쏟아낸 대책을 보며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얘기지요.

 

요즘 정치인들의 눈물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선거의 계절이기 때문일까요. 여하튼 이 사진들을 기억하는 것은 눈물 사진이 주목도가 높고, 신문지면에도 잘 반영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눈물에 약해지는 건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겠지요.

 

정치인의 눈물에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울어야 될 때 잘 우는 것도 정치감 내지는 역량이 아닐까 합니다. 울컥 눈물이 솟아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울지, 말지를 고민하는 직업병이 정치인에게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한 눈물을 적재적소에서 흘릴 수 있다면 거의 배우의 내공입니다. 배우들이 화낼지 모르지만 정치와 연기의 공통점이 많은 듯 합니다. 한편, 진심으로 울어도 그 진의를 의심받는다면 참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정치인이기에 감당해야하는 운명입니다.

 

거의 모든 종합일간지들이 20일자 신문 1면에 대통령의 눈물 사진을 게재하였습니다. 각 신문의 1 제목이나 기사를 읽고 다시 사진을 바라보면 같은 사진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습니다. 말과 행동에 이런저런 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겠지만, 큰 슬픔을 당한 국민들과 앞뒤 잴 것 없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 수 있는 대통령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흘리는 눈물은 '공감'의 다른 말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대통령은 앞으로 '그 눈물'의 진정성을 증명해 보여야 할 큰 숙제를 떠안았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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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쓴다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사고가 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몇 줄 씁니다. 기록되어야 기억된다는 믿음으로.

 

진도에 머무는 동안 사고해역과 가까운 팽목항에서 5km쯤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진도 앞바다의 소박한 만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에 있는 펜션이었습니다. 매일 밤 지쳐서 돌아왔습니다. 같은 바다를 앞에 두고 팽목항의 아비규환과 숙소에서 느껴지는 적막’. 그 간극이 참 묘했고, 휴가 때나 올 법한 펜션이라는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밥과 급한 술 몇 잔 삼키고 잠을 청했습니다. 잠에 빠져드는 어느 지점에서 이건 꿈이다라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면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제발 꿈이길···’하고 다시 외쳤습니다. 누운 채 서서히 눈을 떠 마주보이는 펜션의 낯선 천장이 이것은 현실이라고잔인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나고 나흘 뒤인 20일부터 엿새간 진도에 머물렀습니다. 희생자의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지내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오갔습니다. ‘피울음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말과 글로 표현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밴 통곡은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모습을 찍는 순간에도, 골라낸 사진에 설명과 제목을 달 때에도 수시로 울컥하고 울음이 올라왔습니다. 주위 동료들의 눈시울도 수시로 붉어졌습니다.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무너지는 가슴 앞에서 카메라의 무게는 평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고 그 고통과 아픔을 담는 것이 사진기자의 일이라는 게 참 싫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고, 현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취재경쟁 속에서 가슴이 시커멓게 타버린 가족들을 그저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았는지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카메라의 잔인성에 대한 생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심리 상담 전문가가 욕하면 받아주고, 때리면 맞고, 울면 같이 울고, 가만히 손 잡아주는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하더군요. 거리를 두고 조심스러워만 했지, 가족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줄 공감의 여유는 전무했던 것이지요. 큰 현장에서 사진기자에겐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함께 고민해 볼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가눌 수 없는 아픔을 향해 눌렀던 무례한 셔터에 상처받았을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꽃 같은 아이들이 2014년 꽃피던 봄에 허무하고 아프게 져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다짐하기 위해, 두 장의 사진을 이 글과 함께 블로그에 남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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