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습지 2

기다림과 행운

취재했던 사진 원본 파일을 다시 들여다볼 때가 있습니다. 가끔의 필요를 대비해 마감한 사진 이외의 사진 파일들을 바로 삭제하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쓸모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고, 메모리카드의 공간이 부족해질 때 오래된 취재사진부터 삭제를 해갑니다. 파일 전량을 보관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그 방대한 양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사진 에세이를 쓸 목적으로 원본사진이 든 메모리카드를 다시 열었습니다. 비슷비슷한 한 뭉텅이씩의 사진을 조금 더 꼼꼼하게 보게 됩니다. 현장마감처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 때문이겠지요. 다시 보이는 사진이 있습니다. 당시 골라내진 않았지만 더 선명하게 찍히거나 좋아 보이는 앵글의 사진이 있고, 찍으려 했던 의도에 더 어울려 보이는 사진도 뒤늦게 눈에 띕니다. 한번 봤..

사진이야기 2021.02.08

새가 있는 풍경

앞서 올린 글 ‘새가 없는 풍경’에 이어지는 얘깁니다. 있어야 할 곳에 새가 없었으므로 당황했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른 철새를 수소문했습니다. 순천만 습지의 흑두루미. 고창의 아름다운 석양을 아쉬워하며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흑두루미는 가능할까?’ 불안했지요. 순천의 한 모텔에서 잠을 설쳤습니다. 인근 나이트에서 나온 유흥객들 취기 섞인 말소리가 잠결에 들려왔습니다. 불편했던 잠은 다음날 일정의 불안감을 가중시키지요. 전날 꺾인 전의는 회복 기미가 없었습니다. 순천만생태공원. 취재지원을 하는 직원분은 때마침 해외출장 중이었지요. 난감했습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멀찌감치 앉아 있는 흑두루미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고맙게도 전망대에서 만난 명예습지안내인이 저를 대신 안내했습니다. 그는 순천만 습지의..

사진이야기 201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