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4

'아름답다, 패럴림픽'

평창에 출장 왔습니다. 패럴림픽 개막 사흘 전에 와서 이제 일주일쯤 지났습니다. 보통 출장이 그렇듯 하루가 참 깁니다. 회사 출근시간보다 일찍 일을 시작하고 마감시간을 넘겨 일해서겠지요. 10년 전 베이징패럴림픽을 취재한 경험이 있어 패럴림픽 취재는 두 번쨉니다. 하계와 동계의 종목이 다르니 낯선 취재이긴 마찬가집니다. ‘어떻게 찍을까.’ 보이는 대로, 셔터가 눌리는 대로 찍히겠지만, 적어도 스포츠에서 장애인과 장애를 어떻게 드러내고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해 볼 좋은 기회지요. 쉽게 할 수 있는 취재가 아니라서 이번이 아니면 고민해 볼 기회가 다시 없을 지 모릅니다. 10년 전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일정을 촘촘히 짜서 하루에 되도록 많은 경기(아마도 4종목쯤)를 보려고 애썼습니다. 당시 절단장애든, 시..

사진이야기 2018.03.13

안현수 VS 빅토르 안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있는 지인이 강사의 말을 제게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책을 쓰지 않은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글을 쓰는 혹은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법한 분류법입니다. 그럼,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는 저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책 쓴 작가가 자신의 책에 애착을 갖듯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으로 남은 대상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도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7년 전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를 살짝 인용하자면, “···스케이트 훈련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체력훈련이 시작됐다. 호시탐탐 셔터타이밍을..

사진이야기 2014.02.04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올림픽

사진다큐 소재로 장애인을 가급적 많이 다루려 합니다. 2002년 생애 첫 다큐가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한 것이었으니 저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다큐를 시작하며 내세운 기획의도와 잘 부합하고 의무감,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겼지요. 누가 물어오면 보통 위와 같은 식으로 답을 했습니다. 사실 10년 전 첫 다큐를 힘들게 한 뒤, 다음 다큐도 장애인 관련 소재를 찾고 있는 저를 보면서 ‘내가 왜 장애인이라는 소재에 집착 하는가’ 자문해 보았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교 인근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같은 교회에 다녔고 어머니끼리 친했고 해서 함께 다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몸을 휘청거리며 걷는 친구의 한 쪽 팔을 붙들어 주며 느린 걸음의 보조를 맞춰야 했습니다. 집..

사진다큐 2013.01.28

노동자의 얼굴, 2012

집회 현장에서 그렇게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고, 노골적으로 얼굴을 클로즈업 한 적이 제 기억엔 드뭅니다. 그는 아스팔트도 녹일 듯 뜨겁던 날, 국회 앞에서 열린 '용역의 폭력'을 고발하는 노동자들의 회견에 나왔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절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도 그 눈빛이 밟혔습니다. 불면의 밤을 선사했던 올림픽과 그 대미를 장식한 축구 한-일전이 선사한 기쁨에, 그의 고통, 노동자의 아픔은 가려지고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기업이 고용한 '용역 폭력'의 실태를 공개하는 회견장에서 한 노동자의 눈과 마주쳤다. 짧게 깎은 머리에 검게 그을린 눈빛엔 그간의 고통과 분노, 아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국격'을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