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2

가을을 타다

나뒹구는 낙엽을 보며 문득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찬바람 불고 물든 단풍잎 흩날리니 ‘막연한 그리움’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 ‘가을이니까’ 내지는 ‘다들 가을에는 그렇지 않나’하는 질문으로 되받습니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낙엽을 보며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요맘때 많은 이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만들어 놓은 '강요된 감정'은 아닐까하는 의문도 품어봅니다. 지인들과 술자리가 많아지는 가을입니다. “날 선선해지면 한 잔 하자”했던 여름의 약속이 드러난 핑계이지만, 선선한 바람과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에 술 한 잔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 실체가 조금 모호한 감정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쓸쓸함이든 그리움이든 외로움이든 그대로 한 번 ..

외로운 등

개화산에 취재갔다 등산로에서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어르신의 배낭에는 개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서너장을 급히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개가 참 호강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이었지요. 수요일자 '포토에세이'에 쓰려고 사진을 '꼬불쳐' 놓고 몇 번이고 꺼내 보았습니다. 볼때마다 사진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재미있었던' 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묵직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최근 가난과 외로움에 힘든 노년을 보내던 노부부의 자살 사건도 사진 위에 어른거렸습니다. 사진 속 어르신 앞으로 길게 나있는 등산로도 살아갈 많은 날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찍을 당시 개를 먼저 봤다면, 다시 사진을 볼때는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