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5

월드컵 최고의 장면

서랍 속 외장하드를 꺼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꺼낸 게 아니라 꺼낸 다음 목적을 찾았습니다. ‘2010년’ 폴더를 열었습니다. 거기엔 ‘2010남아공월드컵’이라는 하위 폴더가 들었습니다. 그때 사진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사진을 넘겨보는 동안 당시 기억들이 불려나옵니다. 사진을 찍던 훈련장, 경기장, 도시와 이동하던 거리 등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 주변의 풍광들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그려졌습니다. 8년 전으로의 여행이었지요.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사진은 8년 전의 시간에서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려 놓았습니다. 재밌는 사진이었습니다. 8년 이라는 시간의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찍을 당시에는 그저 밋밋한 훈련사진이었는데 말이지요. 사진설명에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사진이야기 2018.06.22

축구대표팀에 박수를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을 연달아 광화문 광장에서 봤습니다. 그 새벽에 잠 못 자고 본 것은 경기가 아니라 거리 응원이었습니다. 수만의 시선이 대형 전광판을 일제히 주시할 때 전광판을 등지고 그 시선들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약간 서러우면서 민망한 일입니다. 그렇게 경기 중 변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꼭 골이 터지지 않더라도 그 표정으로 경기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이다 보니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없고, 경기를 제대로 볼 수도 없어서 그런지 대표팀의 16강 탈락이 확정되자 응원나온 시민들의 실망과는 다르게 그저 '빨리 퇴근하자'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16강 탈락으로 또 한 번의 광화문 거리 응원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은, 제가 뜬 눈으로 광장의 새벽을 지켜야 ..

사진이야기 2014.06.29

S선배 "어, 내가 불렀다"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 경기에서 이근호가 골을 넣는 순간에 무슨 생각들 하셨습니까?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먼저 그 짜릿함에 환호를 터뜨렸을 테지요. 집에서 혼자 중계를 보던 저는 생애 첫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격하게 환호하는 이근호를 보며 ‘저걸 과연 찍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S선배’가 브라질에 '특파'되어 있거든요.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 축구장 광고판 뒤로 앉아 있는 사진기자들은 초조하고 또 고독합니다. 제가 4년 전에 남아공월드컵을 다녀와 봐서 압니다. ^^ 누군가는 쉽게 “그냥 찍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만, 카메라가 좋아져도 결국 셔터를 누르는 것은 사람이기에 집중력과 판단력, 경험이 요구됩니다. 골도 순간이지만, 세리머니도 표정과 액션이 절정인 순간은 길어야 ..

사진이야기 2014.06.19

기억해야 할 것

‘벌써 12년 전의 일이구나’하고 새삼 놀랍니다. ‘벌써’라는 말에 빨리 흘러버린 세월의 의미도 있지만, 그 세월동안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망각’의 의미도 들었습니다.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 56번 국도에서 미군 궤도장갑차량에 압사당한 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추모제를 다녀왔습니다. 좁은 국도변에서 30여 명의 추모객들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사고가 난 바로 그 지점에 사고현장 표지판을 설치했지요.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난 추모행사는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12년 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이 분개했습니다만, 광장과 거리에 가득했던 거대한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시민들의 분개를 가려버렸습니다. 효순·미선이의 죽음과 관련..

사진이야기 2014.06.13

연평해전 10년, 남겨진 슬픔

10년 전 대한민국은 온통 월드컵 열기에 뒤덮여 있었지요. 당시 대표팀이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가는 동안 재미와 기쁨보다는 피곤과 짜증이 조금더 자리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서 막내였던 저는 월드컵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선배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 그해 6월29일은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힘을 내 출근했었습니다. 이날 오전 우리 해군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영하 대위를 포함해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속보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월드컵에 혼이 쏙 빠져있던 부원들은 허겁지겁 군 병원과 국방부, 연평도 등으로 흩어져 달려갔습니다. 군 병원으로..

사진이야기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