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5

악수를 위한 변명

지난 12월22일자 1면 사진 얘깁니다. 가십 같은 사진이지만 눈에 익숙한 관행적인 사진이 아니라서 1면에 골라 쓴 것 같습니다. 지면에 쓸까 싶었지만,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마감한 사진이었지요. 설명을 하자면 이날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었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들이 유 내정자가 머물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기자들이 소감과 경제정책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답이 이어지던 중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인사청문회 준비 등을 이유로 사무실을 찾아와 기다렸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유 내정자와 기재부 간부들의 자연스러운 악수 모습을 담으려 파인더를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유 내정자의 보좌진은 이어지는 기재부 간부들과의 일정..

국회풍경 2015.12.23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

국회풍경 2015.03.17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

국회풍경 2015.03.10

배신당한 프레스 프렌들리

몇 달 전부터 다시 국회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진이라 1진 선배의 부재 시에 국회 사진을 전담합니다. 1,2진 부재 시엔 후배인 3진이 커버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국회사진’이란 기본적으로 회의 사진입니다. 모든 사진거리가 회의, 회견, 토론회의 범주를 여간해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주로 앉아서 얘기하는 회의 사진에 ‘회의’를 갖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정적이고 심심하고 밋밋하고 늘 보던 사진은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회의 사진을 다르게 찍는다는 게 어디 쉽나요. 국회에 다시 와서 보니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총리 후보인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참 좋아하더군요. 이유는 표정이 풍부하고 제스처가 다양한 것이 이유입니다. 밋밋한 회의 사진에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그는 사진기자들이 ‘사진이..

사진이야기 2015.02.12

김진숙의 후련하고 통쾌한 일침

짧은 머리를 한 채 당당하게 앉아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게는 흰 머리칼 흩날리며 크레인 위에서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분이었지요. 염색을 한 검은 머리의 김 위원은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젊어 보였습니다. 뿔테 안경과 목에 두른 스카프가 인상적이었지요.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검증 대상인 김신 대법관 후보자는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 지도위원에게 "퇴거할 때까지 회사에 하루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결정을 내렸었지요. 김신 후보자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청문회장에 들어서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퇴장했다는군요. 아..

사진이야기 201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