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2

사진은 문장만큼 명확할 수 있는가

‘꿀잠’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을 지난해에 들었습니다. 사진다큐라는 형식으로 한 번 다뤄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타이밍을 잡지 못했습니다. 구차한 핑계지만, 다른 언론사에서 같은 형식으로 먼저 다뤘고, 딱 고맘때가 제가 조금 긴 호흡의 다큐를 취재할 상황이 아니었지요. 지나고 나서야 어디서 먼저 다루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고, 굳이 하려고 했다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싶은 것이지요. 결국 의지의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습니다. 이거다 싶은 소재가 떠오르면 다른 소재로 전환이 잘 안 됩니다. 꿀잠이 그러했습니다. 유연하지 못한 것도 이유지만, 비정규노동자의 집이자 쉼터인 이곳을 짓는 과정부터 사진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후원한 기금으로 낡은 주택을 매입했..

사진다큐 2022.03.21

[포토다큐]'철거민'이라는 죄로

고민하고 발품 팔아 게재한 ‘다큐’에 애착이 더한 건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그간 장애인,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주로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다큐가 결국 바라는 것은 조그만 변화입니다. 오랜 세월 익숙하고 공고했던 틀이 단숨에 깨지거나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단한 벽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넓은 강에 작은 돌다리라도 하나 놓고 있다’면서 감지되지 않는 변화에 그리 자위하곤 합니다. 이번엔 겨울을 앞둔 철거민을 만났습니다. 개발지역에서 만난 철거민들은 저를 보자마자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토해 냈습니다. 목소리는 금세 젖어들었고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얘기 끝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습니다. “들어줘서 고맙다. 말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진다..

사진다큐 201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