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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블로그 첫 포스팅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아주 먼 얘기, 다소 희망적인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보는 시야가 워낙 좁다보니 안 되는군요. 여전히 어수선한 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년 첫 신문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날 간담회 참석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을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지요. 참 가지가지 합니다.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6컷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기자의 카메라를 통제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널널하게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할 사진을 여섯 장이나 올려놓고 다양하게 제공했다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철저한 검열을 통해 제공된 사진이겠지요.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당번제로 취재하는 출입 사진기자가 간담회를 이런 식으로 찍어서 올렸다면 각사의 항의가 빗발쳤을 테지요. 사진기자라면 이날 대통령의 표정을 중심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양한 사진을 챙겼을 겁니다. 얼굴에 주사 바늘 자국까지 까발려지는 카메라에 대한 공포였을까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드러났을 때 각종 의혹에 대한 이날 대통령의 반박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원천차단하자는 계산이 깔렸을 것도 같습니다.

 

사진 속 대통령은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얘기하고 주위에는 참모들과 기자들이 둘러서서 대통령을 바라봅니다. 사진은 난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청와대가 사진을 통해 그리 말하더라도 상식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뻔뻔함으로 읽겠지만요.

 

대통령에 대한 취재는 경호 등의 이유로 기본적으로 제한적이고 통제적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라 통제가 한층 더 노골적이라 느껴집니다. 제공사진에는 지가 아쉬우면 쓰겠지하는 심보가 느껴집니다. 그 기저에는 사진은 다루기 쉬운 것, 부수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공사진은 합리적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로 국한 되어야지요. 입맛에 맞는 몇 컷을 주고 쓰라는 것은 보도통제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이런 발상들이 지금 국정농단 사태를 견인하지 않았나요.

 

박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이러한 통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통제가 작동한다면 그 안에 국정농단의 싹은 언제든 자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촛불 이후의 바뀐 세상을 얘기합니다. 사진기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사진기자가 찍은 그 사진이 무슨 얘기를 하든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더 바랄 것 없겠습니다.

 

  <청와대 제공>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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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소 뒷걸음에 쥐 잡는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진 청와대와 경내를 밝힌 가로등 불빛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 침묵하는 청와대정도의 제목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어둠은 금세 짙어졌고 삼각대도 없이 들고 찍는 사진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만하면 됐다싶어 철수하려다가 뭔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렌즈의 줌 링을 방정맞게 돌리며 셔터를 난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기자의 난사는 참 민망한 행위라 생각하지만 두 가지의 조건이 맞을 때 가끔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적당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가 들릴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한 번씩 후련하게 구사해 보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수다스럽고 간사한 셔터소리가 화나고 갑갑한 속을 잠깐 위로해 주었지요.

 

사무실로 와 쓸 사진을 골라놓고 난 뒤 난사 컷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흔들려서 버릴 사진들 사이에 그나마 덜 흔들린 사진 두어 장을 구색 맞추려 올렸습니다. 주변의 불빛이 청와대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구색용 사진이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상의 끝에 토요일자(11.19) 1면 사진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어둠 속 고립된 청와대의 느낌을 읽어낸 것이지요. 막상 1면에 배치되니 작자에게조차 천대받던 이 사진이 의미들을 뿜어냈습니다. 게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무료 배포되기까지 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진은 개인적·사회적 경험으로 읽힙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이 사진을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의 촛불로 읽었을 테지요. 국정농단의 주역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읽었을까요. 민심을 읽어내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왠지 이 두 분은 ‘온 우주의 기운이 청와대로 몰려오고 있다라 해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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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룩한 사명도 지금 당장 이동의 불편함과 마감에 대한 강박 앞에 무력해져 버렸습니다


 

 

 

늘 그러하듯 지나고 생각하니, 안달해봐야 그 순간에 해결될 것도 없지요. 좀 느긋하게 현장을 느끼고 즐기듯 취재했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테지요. 이건 뭐, 병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에 따라 일어나는 욕심이 현장에 있지만 현장에서 저만치 물어나 버리게 하는 것이지요.

 

회사로 돌아와 장비들을 벗어놓자 조바심은 달아납니다. 카메라를 놓고 나서야 촛불의 시간을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밤을 수놓은 100만 시민의 촛불은 뭉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내려오라외치는 사람들의 외침은 단호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나누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노해 모였지만 시민들의 표정들은 대체로 밝았습니다. 축제같은 집회가 분노를 표현하는 가장 진화된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광장에서 마음 졸이던 자는 저와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앞 진출을 두려워한 '경찰 간부' 뿐이었겠지 싶었습니다. 사다리를 밟고 선 제 옆을 지나며 경향신문 응원합니다라는 격려를 건네는 분들이 기억나 훈훈해 졌습니다. 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들어오는데 인파가 홍해처럼 갈라지던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8년 전 광우병 촛불MB는 청와대 뒷산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광장의 외침이 안 들릴 수 없고, 촛불의 물결이 안 보일 수 없지요. 박 대통령도 듣고 보았을 테지요. 하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분노의 촛불을 볼만한 장관으로 받아들이고, 하야 촉구의 행진을 흥겨운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울하고 씁쓸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자기합리화의 귀재 Q’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우주의 기운'에 기대 유체이탈을 도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그나마 희망을 보는 것은 허무맹랑한 우주의 기운을 압도하는 또렷한 사람들의 기운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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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오랜만에 뻗치기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뻗치기는 일종의 기다림인데 설렘은 전혀 없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지요.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늑장 부리던 검찰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재단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데스크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최씨의 신사동 자택이었지요.

 

이미 와 있던 타사의 사진기자들이 반겨줍니다. 동료기자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날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에서도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건 덜 외로우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긴 시간 버티며 의지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지요.

 

종일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뻗치다 보면 애틋함이 솟아납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 어떻게 지냈나그간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나 등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주택, 아이 교육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갑니다. 긴 시간 얼굴 맞대고 있으면 못할 얘기가 없지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건너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라도 뱉어내야 하는 겁니다. 대체로 나만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안이 크지요.

 

기다림의 목적이 같은 자들은 신문이니 방송이니 하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서로 마음들을 씁니다. 나이에 따른 체감 정도는 다를지언정 다 고생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최순실의 명품 구두 신발장사진도 그렇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중이어서 최씨의 집으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아래층 계단까지는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신발장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그 안에 명품 구두들이 많더라는 것을 먼저 알게 된 기자가 정보를 공유해줍니다. 함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간식 나눠먹던 동료를 제쳐 두고 혼자 몰래 무언가를 찍는다는 것은 적어도 뻗치기의 현장에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몇 개 들어가고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자 뭐 들고 나올 거나 있겠나.” “적당히 시간 때우고 있는 거 아닌가.” “보여주려 하는 거니 다른 데로 빠지진 않겠지?”런 얘기들로 은근한 조바심을 드러냅니다. 압수수색은 해가 지고 주위가 깜깜해지고 나서 끝이 났습니다. 8시간 이상을 최씨의 빌딩 앞에서 기다렸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허무한 몇 컷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뻗치던 기자들은 어둠 속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던진 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실 데스크는 두 시간 전쯤 철수하라했지만 이미 기다린 6시간이 아까워 그냥 버텼습니다. 동료들이 여전히 지키고 있는 현장을 먼저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무엇보다 떠나자마자 압수수색이 끝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치 보던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압수수색, 소환 등 뻗치기의 날들이 늘 것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의지에 달린 것이겠지만요.

 

뻗치기의 시간을 좀 더 잘 쓰는 방법을 매번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답은 찾아지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나라꼴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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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며칠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매너 우산사진이 화제였지요. 헬기에서 내려 우산을 받쳐 든 오바마가 백악관 참모들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오바마가 즉흥적으로 연출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그럼에도 훈훈한 사진입니다.

 

사진=REUTERS 

 

대통령이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언제든 의도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찍힐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의도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바마는 눈앞의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적용시킬 줄 아는 훈련된 사람이며 언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용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진에 곁들인 기사를 보면 2년 전 해병대원에게 우산을 씌워 달라 부탁했다가 보수매체의 뭇매를 맞았던 우산 스캔들을 인용했더군요. 이를 의식했다면 이 사진은 고도의 정치 행위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백악관 사진기자들에 의해 기록된 이 사진이 멀리 대한민국 신문지면을 장식하게 됩니다. 국내 언론이 이 사진에 눈길을 준 이유는 짐작이 됩니다. 한 우산 속 대통령과 참모들, 오바마의 허리를 자연스레 감싼 참모의 손, 젖은 대통령의 어깨. 오바마의 탈권위적이며 열린 모습에서 이와 대조적인 우리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이겠지요.

 

사진=UPI

 

오바마의 매너 우산 사진은 공식행사 사이에 있는 일종의 틈새사진입니다. 청와대발 사진에는 이런 틈새사진이 드뭅니다. 셀카봉 사진 정도가 나오면 그나마 참신한 사진처럼 보입니다. 울림은 없지요. 대통령 얼굴이 아웃포커스 된 사진을 쓰지 말아달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청와대의 사진 인식 수준으로 틈새사진을 말하는 것은 너무 먼 얘길 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대통령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의 자기연출은 숙명입니다. 사진은 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메시지를 담아내는 효율적인 매체지요. 폭 넓은 틈새 사진을 청와대 사진기자에게 허락한다면 대통령이 폐쇄적 이미지를 벗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박 대통령의 매너 사진을 임기 내에 볼 수 있을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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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향할 대상은 자명합니다. 

 

다음날 황교안 장관은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23일자 경향신문 1면을 포함해 몇몇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 뒤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황 장관의 사진을 게재 했습니다. 전날밤 청와대에서 이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더군요. 사진 앵글 왼쪽에 있는 박 대통령의 얼굴이 아웃포커스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파문이 커지는 국정현안에 침묵하는 대통령과 수사 외압 의혹에 함구하는 황 장관을 한 컷에 잘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에는 보통 신문사의 고참급 사진기자가 출입합니다. 생각해보면 그 한 컷의 사진은 뉴스에 대한 해석과 기다림 그리고 순간적 포착 등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응축된 것이지요황 장관의 표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당연합니다. 한편 산전수전공중전의 경험을 가진 사진기자도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황 장관을 둘 다 또렷하게 찍을 방법은 없습니다. 망원 렌즈의 기계적인 특성이 그러하기 때문이지요.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진을 바꿔달라며 청와대가 저자세로 사정을 하는 모양새였을지라도 최고 권력을 쥔 곳의 전화 한 통은 묵직한 압력이 아니겠습니까. 그 밤에 여러 신문사에 전화를 돌렸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몇 신문이 교체하지 않고 사진을 썼습니다. 간밤의 요구는 이미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만, 이런 경험이 학습이 되고 은연중에 사진에 대한 자기검열이 이뤄진다면 앞으로가 더 끔찍할 것 같습니다. 

 

현안에 둔감하고 사진에 민감한 청와대의 모습이 씁쓸합니다.

대통령의 모습이 아웃포커스 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정부가 침묵으로 포커스아웃 시키는 것들이 문제가 아닐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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