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3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

국회풍경 2016.12.12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 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 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

사진이야기 2016.11.22

100만 촛불의 날에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

사진이야기 201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