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4

'어쩔 뻔 했나...'

‘그 순간을 그냥 지나쳤다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5일장을 취재했습니다. 여러 차례 찍었던 현장이지만, 그런 이유로 부담입니다. 보던 사진이 아닌 것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번 추석은 좀 특별했습니다. 코로나로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이었지요. ‘코로나 시대, 명절을 앞둔 5일장’이 취재의 목적이 되었습니다. 느낌은 알겠는데 사진으로 표현이 잘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예년의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진에 그저 사진설명으로 우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전남 구례군에서는 구례5일장이 열렸습니다. 새벽에 장터를 한 바퀴 돌고 숙소에 들어왔다가 다시 숙소를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취재차량이 숙소 앞 삼거리에서..

사진이야기 2020.10.03

"둘이 묵으이 맛나네"

추석을 앞두고 신안군 안좌도 오동리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왜 하필 그곳에 갔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주변에 서너 명 있더군요. ^^ 오동리 마을은 사진기자 ㅂ선배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그 선배의 소개로 마을 이장님과 통화하고 다큐길에 오르게 된 것이지요. 수년 전 다큐하러 어느 농촌을 찾았다가 사기꾼으로 의심을 산 적이 있습니다. 이거다 싶은 사진을 못찍어 다양하게라도 찍으려다보니 긴 시간이 필요했지요. 종일 옆에서 이것저것 묻고 사진 찍고 하다보니 ‘이 사람 뭐지?’ 했던 것이지요. 기자라고 다시 신분증을 내밀어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안전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사람을 보증으로 내세웠던 것이지요. 안좌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선배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좀 누추해도 우리집 가서 자면 된다..

사진다큐 2018.09.26

'에덴미용실'

장돌뱅이처럼 5일장 돌았습니다. 뭘 팔았냐고요? ‘발품’입니다. ^^ 전날 함평장에 이어 전남 신안군의 지도장을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할머니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할머니를 뒤따라 들어선 ‘에덴미용실’은 읍내에 있는 여러 미용실 중 한 곳입니다. 파마약과 염색약이 스며들 시간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수건을 머리에 감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앞두고 5일장 사진 찍으러 온 경향신문 기잡니다.” 어르신들이 반겨주셨고 미용실 원장님도 “우리 엄마들 잘 찍어주세요”라고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명절 앞이라 새벽 6시부터 손님이 몰려들었지요. 아마도 ‘늙고 아프다’는 얘기 중에 나온 말인 것 같습니다. 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젊어 보이려고 (머리)하..

사진이야기 2017.10.02

남자들의 이별

추석 열차표 예매하던 날, 시민들의 긴 행렬을 위에서 내려찍기 위해 서울역 2층 대합실로 올라갔습니다. 군복을 입은 병사 세 명이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아니면 여러 장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지 찍고 또 찍었습니다. 이날 제대한 이들은 집으로 가는 열차 시간이 다가오자 헤어지기 아쉬웠던 모양이었습니다. 훌쩍 19년 전 기억이 스쳤습니다. 저는 논산훈련소 26연대 146번 훈련병이었지요. '전우조'라는 게 있었습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훈련병 생활을 하라며 세 명씩 짝을 지어 주었습니다. 145번, 147번 동기들이 제 전우조였지요. 힘들 때 많이 의지했습니다. 4주 훈련을 마치고 각자 배치받은 부대로 가기 위해 새벽녘 기차역으로 향하던 중 우리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