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카터 3

낯설게 카메라를 본다

김선우 시인이 쓴 책 ‘김선우의 사물들’(단비)을 읽다가 19번째 사물 ‘사진기’에 대한 글에 유독, 아니 당연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인의 눈에 사진기란 어떤 것일까. 굳이 ‘사진기’라고 쓴 것은 ‘카메라’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다양한 기계를 배제한 채 아날로그적 감성 유지를 위함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탁자 위에 올려둔 사진기 렌즈와 무심하게 눈이 부딪혔나 보다. 커다랗고 둥근 눈, 맑고 깊지만 심중을 헤아릴 수 없는 건조한 광택을 지닌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그는 좀체 자신의 표정과 체온을 들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내 손 안에서 외부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던지던 사진기는 손에서 놓여나 탁자 위에 섬처럼 앉은 순간 자신의 내부를 향해 오래도록 면벽한 자의 얼굴로 돌변한다. 그는 손안에서..

사진이야기 2017.09.06

카메라를 내려놓을 용기

시리아발 사진 한 장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진기자 때문에 그 메시지가 더 부각되었지요. 주인공은 시리아 한 매체의 사진기자 압둘 카디르 하바크입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 오른손에 카메라를 손에 쥔 채로 부상당한 아이를 안고 달려 나오는 사진이었습니다. 일상적인 것이 그러하듯 시리아 테러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특히 한국 언론의 관심에서는 더 멀지요. 그런 중에 현장의 위험을 무릅 쓴 사진기자의 정의로운 행동이 기록된 사진이 널리 공유되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의 참상이 이 피사체인 사진기자 덕에 드러나고 관심의 영역으로 잠시 들어왔습니다. 만약 구조대원이 아이를 안고 뛰어나왔다면 역시 일상성의 범주 안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짐작도 해..

사진이야기 2017.04.24

투신 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사진기자 케빈 카터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독수리와 소녀’는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합니다. 굶주려 힘없이 웅크린 소녀를 먹잇감으로 노리는 것 같은 독수리의 모습은 전세계에 충격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 사진에는 사진가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아이를 먼저 구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케빈 카터는 시상식이 열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차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사진에 대한 논란이 그가 자살한 이유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지요. 다만, 그가 취재했던 수많은 전쟁과 죽음, 기아의 비참한 현장이 그를 늘 괴롭혔고 끝내 이를 견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케빈 카터가 몇 장의 사진을 찍자 독수리는 소녀를 두고 날아가 버렸다고 합..

사진이야기 20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