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5

버터링쿠키와 아메리카노가 문득 그리워진 날에

1년 전 이맘 때 평창동계패럴림픽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1년 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그 사이의 많은 것들이 뭉텅 잘려나가 버리고 1년 전의 기억으로 즉시 빨려듭니다. 사진과 함께 기록된 기억은 좀 더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지요. 지난해 평창에서 올렸던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하루하루의 단상을 써 모았던 글이 출장의 기억을 또렷하게 살렸습니다. 글의 시작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일기처럼 모았다. 훗날 사진과 함께 돌아볼 때 입체적으로 기억이 소환될 것”이라 써 놓았네요. 동계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덜한 패럴림픽, 개회식 전에 이미 찾아든 피로, 미투·MB소환 등 굵직한 뉴스에 묻힌 대회, 규칙도 모르는 낯선 종목들, 동료 사진기자..

사진이야기 2019.03.20

'곰의 일'

지난 주 마감했던 는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번식연구’에 대한 것이었지요. 작년 가을 무렵 반달가슴곰 취재를 시도했다가 시기가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었습니다. 잊고 있던 반달곰을 다시 떠올린 건 지난 3월 취재했던 평창동계패럴림픽이었지요. 마스코트가 반달가슴곰 ‘반다비’였습니다. 뭐 이런 순간에 몇 달 후 지면을 어렴풋이 그려보기도 하지요. 마음을 굳힌 건 ‘반달가슴곰 세계 최초 인공수정 출산 성공’이라는 뉴스였습니다. 지난해 한 차례 취재시도, 패럴림픽 마스코트, 세계 첫 인공수정 출산 등 일련의 과정이 ‘거부할 수 없는' 계시로 다가왔습니다.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 반달곰 인공수정 연구진 반달곰 복원에 애쓰는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에 연락을 하고, 그날 밤 구례로 달려갔습니다. 다음날..

사진다큐 2018.07.24

사진기자들이 울었다

지난 블로그에 이어 평창패럴림픽 동안 짧게 메모했던 단상을 옮겼습니다. 폐막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여운이 여전합니다. 3월11일 “파이팅”을 외치다. 크로스컨트리. 설상의 육상이다. 한국 신의현이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진이 될 것 같은 포인트를 옮겨가며 앵글을 잡았다. 전날 허둥댔던 바이애슬론 취재가 도움이 됐다. 북한의 마유철과 김정현도 첫 경기를 펼쳤다. 북한은 처음으로 동계패럴림픽에 나왔다. 경사로를 오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마유철과 김정현이 카메라 앞을 지나갈 때 동료들이 너나없이 외쳤다. “마유철 파이팅.” “김정현 힘내라.” 현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을 향해 소리 내 응원한 적이 있었던가. 두 선수는 나란히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경기에서 신의현은 동메달을 따냈다. 대한민..

사진이야기 2018.03.23

설상의 까막눈들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취재하는 하루하루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과 일과를 끼적거려 일기처럼 모았습니다. 훗날 사진과 함께 돌아볼 때 좀 더 입체적으로 기억이 소환되리라 믿어서지요. 패럴림픽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 블로그를 서둘러 쓰게 했습니다. 관심이 이어질까 (3월6일) 관심을 받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이어지는 패럴림픽 개막 사흘을 앞두고 평창으로 향하는 동안 설렘과 걱정이 뒤섞였다. ‘관심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관심이 줄어들겠지만 그 폭이 최소화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취재 온 동료 사진기자들의 수가 앞선 대회보다 줄어든 것으로 ‘관심'의 정도를 가늠한다. '언론의 외면일까, 국민 외면의 언론 반영인가?' 닭이냐, 달걀이냐 같은 물음이다. 답 없고 소모적이다. 사진기자들 ..

사진이야기 2018.03.16

'아름답다, 패럴림픽'

평창에 출장 왔습니다. 패럴림픽 개막 사흘 전에 와서 이제 일주일쯤 지났습니다. 보통 출장이 그렇듯 하루가 참 깁니다. 회사 출근시간보다 일찍 일을 시작하고 마감시간을 넘겨 일해서겠지요. 10년 전 베이징패럴림픽을 취재한 경험이 있어 패럴림픽 취재는 두 번쨉니다. 하계와 동계의 종목이 다르니 낯선 취재이긴 마찬가집니다. ‘어떻게 찍을까.’ 보이는 대로, 셔터가 눌리는 대로 찍히겠지만, 적어도 스포츠에서 장애인과 장애를 어떻게 드러내고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해 볼 좋은 기회지요. 쉽게 할 수 있는 취재가 아니라서 이번이 아니면 고민해 볼 기회가 다시 없을 지 모릅니다. 10년 전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일정을 촘촘히 짜서 하루에 되도록 많은 경기(아마도 4종목쯤)를 보려고 애썼습니다. 당시 절단장애든, 시..

사진이야기 201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