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3

우산 그리고 환대

“지금 어디에 있어요? 박행란 동지(활동가들 사이에는 '동지'라는 호칭을 쓴다)가 강기자가 우산도 없이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며 전화를 했어요. 연락처도 없다면서.” 김경봉 꿀잠 활동가의 전화를 받았다. 버스에 막 오른 참이었다. 이날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지키려는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됐다. 꿀잠을 취재 중이던 나는 1인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박행란 꿀잠 활동가와 함께 영등포구청으로 향했다. 박 활동가의 가방에 삐죽하게 고개 내민 우산 하나가 보였다. 흐렸지만 비가 올 것 같진 않았다. 출근하면 챙겨온 우산을 들고 나설 겨를이 없었다. 1인 시위가 시작되고 곧 비가 내렸고 우산을 챙겨갔던 박 활동가가 피켓을 든 시위자 머리 위로 우산을 받쳐주었다. 빗발..

홍콩시위 출장기 ② "힘내세요"

지난 17~19일 다녀왔던 홍콩시위 출장기 ②편을 올리려는데 25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기사가 났습니다. 경찰이 권총을 뽑아든 사진이 아찔합니다. 저기 있었다면 저 장면을 찍을 수 있었을까. 늦지 않게 접근은 했을까. 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평화시위와는 딴판인 기사가 업데이트 되다보니 미리 써 둔 이 출장기를 올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어쨌든 그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홍콩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의미에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18일 일요일 홍콩. 집회는 오후 2시로 예정됐습니다. 홍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아침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래봐야 숙소 주변을 한 시간 남짓 걸어 다니는 정도였지만요. 사는 게 별 다를 것도 없지만 이국의 일상을 걸으며 보는 것은 즐겁습니..

사진이야기 2019.08.26

밥 두 그릇

김의정씨(가명)는 홀로 사는 50대 남성입니다. 그는 가난하고 아픕니다. 이틀을 함께 보냈습니다. 다친 다리에 통증을 느끼면 12개의 알약을 털어 넣었습니다. ‘식후 30분’이라 써 있는데 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했지요. 애초에 ‘50대 고독사가 많다’는 뉴스에서 시작한 다큐였습니다. 고독사를 찍을 수 없어,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는 대상으로 섭외를 했습니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찍고 싶었습니다. “평소 어떻게 드시냐?” 물었더니, “뭐 대충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밑반찬도 없이 말이지요. 취재를 마무리할 무렵, 그가 쌀을 불려 밥을 지었습니다. ‘마지막 사진 컷이 되겠구나.’ 그는 반쯤 남은 카레 가루를 들어보더니 야채를 사왔습니다. 10500원을 썼습니다. 그에겐 가볍지 않은 지출..

사진다큐 201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