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3

B컷이란 무엇인가

광화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한글날을 앞둔 8일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어학당 교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진기자 선후배들과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는데 부장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늘 마감할 ‘B컷’이 없다." 토요일자 지면 고정코너 ‘금주의 B컷’에 쓸 만한 사진이 없다는 얘깁니다. 추석 연휴 뒤라 사진이 부족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문자가 아닌 육성 전화는 어떤 절실함이 배어있기 마련입니다. 이는 ‘현장에서 마감용 B컷을 챙겨보라’는 완곡한 지시였지요. ‘B컷이란 무엇인가?’ 솟는 질문을 눌러놓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뭐가 되든 찍어야했기 때문입니다. ‘B컷을 찍는다는 건 또 무엇인가?’ 때마침 발언자로 나선 한 교원의 간결..

사진이야기 2020.10.11

그들의 뒤통수

신문에 ‘금주의 B컷’이라는 코너가 신설됐습니다. B컷은 A컷에 밀려 쓰지 못한 아까운 사진을 말하지만 신문에 쓰기 부족한 사진의 의미도 있습니다. 나름 골라냈으나 지면에서 외면받은 사진뿐 아니라 아예 폴더 내에서 잠자던 사진도 B컷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코너가 생기다보니 삭제 직전에 기사회생해 'B컷'의 지위를 당당하게 누리게 되는 사진이 늘 것 같습니다. 신문에 쓰지 못하는 사진을 신문에 쓰는 것이니 B컷이 아니라 A컷이 되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들은 B컷 코너를 위해 준비했지만, 지난 주말 ‘정치 덕후’ 커버스토리에 꼽사리 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뒤통수 보고 누군지 맞혀 보시라'는 퀴즈가 되었던 것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

B컷 그러나 내겐 베스트 컷

잘 알려진 전시기획자가 "신문에는 B컷 쓰고, 블로그에는 A컷 쓴다"는 말을 하더군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가끔 제가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컷이 배제되고 그저 평이해 보이는 사진이 지면에 실릴 때 조금 서운해 집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싶지요. 매년 반복되는 현장에서 조금 다른 사진을 찍으려는 노력은 사진기자의 존재 이유중 하나입니다. 어제 서울시에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에 봄맞이 물세척을 실시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세척을 보다가 뒤로 보이는 세종대왕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세종대왕의 시선에서 이순신 장군을 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세종대왕 상 뒤로 걸어가며 제목도 생각했습니다. "이 장군, 시원하시겠소" "내 다 보고 있다" 등등. ^^ 뒷모습이라서 더 ..

사진이야기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