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4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

국회풍경 2016.12.12

성경책 든 회장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자정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최 회장은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모은 두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었습니다. 교도소를 나서고 기자 질문에 답하고 준비된 차량으로 향하는 동안 그의 손에서 성경책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진 정지윤 기자 성경이 상징하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감 생활 중 성경책을 옆에 두고 읽었다는 메시지가 읽히지요. 그 안에는 회개와 뉘우침의 의미도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새사람 됐어’ '나 달라졌어'라는 선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진정성을 믿고 싶습니다만, 여하튼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궁금했습니다. 홍보담당 직원이 “회장님, 성경책을 왼쪽 손에 들고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을까요. 최 회장..

사진이야기 2015.08.16

아사리판

시작부터 '아사리판'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법원에 출두했습니다. 질서와 안전을 위해 미리 SK측과 얘기한 것과 다른 식으로 최 회장이 출두하자, 취재진이 엉겨 붙어 난장판이 됐습니다. 나올 때는 이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SK측이 다시 제안해 취재진은 법원 밖 한 출입구에 포토라인을 치고 기다렸습니다. 출입구 앞에는 두 형제의 에쿠스 차량이 나란히 서 있었지요. 공판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이어 최태원 회장의 법정구속 속보가 휴대폰에 떴습니다. 최 회장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대신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최재원 부회장을 기다리며 라인을 지켰습니다. 그때까지 차량 언저리를 지키며 분위기를 잡던 한 직원이 무전을 받더니 곧,..

사진이야기 2013.02.06

뻗치기..그 허무함에 대하여

"나온다~" 주변의 작은 분위기 변화에 무리속에 누군가가 외치고 삼삼오오 얘기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기자들은 부산을 떨며 카메라를 급히 들고 자세를 잡습니다. 5초도 안되는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지요. 흡사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동네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처럼 신속합니다. 금세 "에이~뭐야"하는 소리들이 이어서 흘러나옵니다. 보통 이런 상황들이 세 차례쯤 지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요. 바로 압수수색 현장입니다. 취재를 위해 무작정 기다린다는 은어 '뻗치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현장이지요. 어제 검찰이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오전 9시경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0시간을 사다리에 앉아 기다렸던 선배와 교대를 했습니다.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그..

사진이야기 201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