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2

'생 라자르 역에서'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언제 또 오겠나’ 싶은 곳에서 강행군하며 과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를 말없이 가만히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같이 가는 여행의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하더군요. 그날은 파리 북부 ‘어느 곳’에 있는 벼룩시장부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따라갔으니 지명이 기억에 남을 리 없지요. 벼룩시장에 벼룩 한 마리 사지 못하고 몽마르뜨로 향했습니다. 언덕을 올라 성당과 인근의 피카소가 살던 집, 고흐가 살던 집 등을 확인(기념사진)하고 미술관이 된 모로의 집까지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일정을 걸어 다녔으니 해가 기울 무렵 몸에 힘도 기울었습니다. ‘생 라자르역’. 그때 기차역 이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여행 와서 제 의지로 찾아간 첫 장소..

사진이야기 2016.02.29

찰나를 기록한다는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딱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있지요. 사진 찍기를 업으로 하는 저는 바로 그 순간에 카메라가 없으면 두고두고 아쉬워합니다. 카메라가 있음에도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그 아쉬움은 더 하지요.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찾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카메라가 없을 때 눈에 들어와 박혀 애타게 하는 경우가 잦은 것을 보면 사진은 ‘마음 비우기’에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82일간 미국 체류를 끝내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날. 입국장을 바라보며 사다리를 밟고 서서 안 전 교수를 기다리다 곁눈질에 들어온 장면입니다. ‘재밌네’하고 서너 컷을 찍었습니다. 판단하고 찍는데 2초쯤 걸렸을 겁니다. 광고판 속 구두 ..

사진이야기 201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