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2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

국회풍경 2016.12.12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

국회풍경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그는 프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현직 경찰관인 국회의장 경호원의 멱살을 잡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멱살잡이 사진과 비난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경호원을 찾아가 사과했어야 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여론의 눈치를 보며 나흘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경찰 고발을 몇 시간 앞두고 “사과했다”며 속 보이는 증거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사과의 증거사진’을 찍을 일이 없도록 ‘멱살잡이의 증거사진’을 찍히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가 '진정한 프로'였다면 ‘사과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그 시선’을 들키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감췄어야 했습니다. ..

국회풍경 2016.09.06

텅 빈 국회에서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

국회풍경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총선 취재를 했습니다. 두 달 같은 두 주일을 보냈습니다. 당 대표들은 “한 달 같은 하루”라고 표현하더군요. 진짜 선거는 공천부터라는 말이 있듯 사실 일찌감치 총선 취재는 시작됐던 것이지요. 공천과정에서 진을 빼다보니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매너리즘이라는 놈도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놈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뭐 극복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몸을 고되게 하는 겁니다. ㅠㅠ 하루 열 서너 개나 되는 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을 모두 챙길 순 없지만 최소한 오후 신문 마감 시간까지는 되도록이면 많은 일정을 챙기려 했지요. 한 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다음 유세장으로 달리는 취재차 안에서 사진을 마감합니다. 미뤄두면 귀찮아지는 ..

국회풍경 2016.04.19

'진박 성골' 최경환의 '버럭'

짬밥을 꾸역꾸역 먹다보니 촉이라는 게 생겨 ‘뭔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일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석했습니다.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최 부총리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촉이라는 게 발동했습니다. ‘음~ ‘설전’이 예상되는군.’ 사실 이날 사진으로는 중요도가 밀린다고 판단해 부총리 발언 사진 몇 컷만 신속히 찍고 회의장을 떠나려 했지요. 발언 기회를 잡은 최 부총리가 작심한 듯 뱉은 말에 결국 설전을 불렀습니다. 부총리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지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7~8년째 발목 잡힌 법이다. 이런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냐. 합리성을 따져보고 결론을 내야지 무작정 시간을 끄는 건 정부로서 안타깝다”..

국회풍경 2015.12.12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국회의원들은 주중에는 여의도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보통 지역구를 챙깁니다. 총선이 가까워져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지역으로 달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일 국회는 보통 한가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출입기자들은 바빴습니다. 한·중 FTA 비준안과 예산안 등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미뤄뒀던 몇몇 일정이 이날 진행됐습니다. YS의 서거에 밀렸던 국회발 뉴스가 다시 정치 뉴스의 중심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이날 아침부터 일정이 돌발적으로 생겼는데요. 며칠 외부에서 현안을 놓고 비공개 협상을 이어오던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간사들이 원내대표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협상 파트너를 기다렸..

국회풍경 2015.12.02

국회의 시간

살다보면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을 인식할 땝니다. ‘이 귀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구나.’하고 말이지요. 국회 출입을 하면서 그런 일이 잦아졌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언론이 주목하는 전부입니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여러 형태와 조합의 회의를 통해 발언하고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회의 일정은 대개 문자와 메일로 출입기자에게 미리 공지됩니다. 급히 잡힌 일정도 긴급 문자를 통해 알려옵니다. 의원들에게 중요한 회의는 기자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언론이 중요하게 봐서 의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회의일지도 모릅니다. 기자들은 보통 ‘9시’ ‘10시’ ‘14시’등 정시에 잡힌 회의 일정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습..

국회풍경 2015.10.05

오뎅 정치학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지역 4곳 중 한 곳인 성남 중원구를 찾았습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김 대표는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와 재래시장을 돌았습니다. 서민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래시장만한 곳도 없습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방송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관심을 끌지요. 시장입구부터 상인 등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그림될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표를 기다립니다. 보통 시장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지요. 정치인과 상인이 인사를 나눌 때 시장음식은 공간 배경이 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가 음식을 집어먹거나 상인이 대표에게 먹여주는 모습..

국회풍경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

국회풍경 201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