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4

사진은 문장만큼 명확할 수 있는가

‘꿀잠’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을 지난해에 들었습니다. 사진다큐라는 형식으로 한 번 다뤄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타이밍을 잡지 못했습니다. 구차한 핑계지만, 다른 언론사에서 같은 형식으로 먼저 다뤘고, 딱 고맘때가 제가 조금 긴 호흡의 다큐를 취재할 상황이 아니었지요. 지나고 나서야 어디서 먼저 다루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고, 굳이 하려고 했다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싶은 것이지요. 결국 의지의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습니다. 이거다 싶은 소재가 떠오르면 다른 소재로 전환이 잘 안 됩니다. 꿀잠이 그러했습니다. 유연하지 못한 것도 이유지만, 비정규노동자의 집이자 쉼터인 이곳을 짓는 과정부터 사진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후원한 기금으로 낡은 주택을 매입했..

사진다큐 2022.03.21

우산 그리고 환대

“지금 어디에 있어요? 박행란 동지(활동가들 사이에는 '동지'라는 호칭을 쓴다)가 강기자가 우산도 없이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며 전화를 했어요. 연락처도 없다면서.” 김경봉 꿀잠 활동가의 전화를 받았다. 버스에 막 오른 참이었다. 이날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지키려는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됐다. 꿀잠을 취재 중이던 나는 1인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박행란 꿀잠 활동가와 함께 영등포구청으로 향했다. 박 활동가의 가방에 삐죽하게 고개 내민 우산 하나가 보였다. 흐렸지만 비가 올 것 같진 않았다. 출근하면 챙겨온 우산을 들고 나설 겨를이 없었다. 1인 시위가 시작되고 곧 비가 내렸고 우산을 챙겨갔던 박 활동가가 피켓을 든 시위자 머리 위로 우산을 받쳐주었다. 빗발..

'2017년, 난 누굴 만났나'

2017년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뉴스’와 ‘올해의 사진’ 등 내·외신 매체들이 한해를 정리하는 뉴스를 내놓고 있지요. ‘나는 올해 무슨 사진을 찍었나?’ 싶어 개인 외장하드를 한 번 훑었습니다. 매년 12월 요맘때면 하는 연례행사지요. 올해 만났던 사람이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만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골랐습니다. 1월, 경향신문은 ‘대선의 꿈’이라는 신년 기획으로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단독’ 촬영했습니다. 인터뷰 장소였던 한 호텔 앞 인도에서 “5년 전 대선에서 제가 마크맨이었습니다”라고 인연을 앞세우며 “걸어오시겠습니까?” “카메라 보시면서 미소 지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었지요. 조기대선 이후 ..

사진이야기 2017.12.21

정작 '꿀잠'은 내가 잤다

공사 중인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 대한 사진다큐 기사가 지난 29일자 지면에 실렸습니다. 전날 미리 온라인에 뜬 기사를 본 노순택 작가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와 함께 올렸습니다. 지난 6월15일 열린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 작가와의 만남 뒤풀이 자리에 합류해 막걸리를 마시다 다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니, 그의 지분도 들어있는 것이지요. 계획된 다큐 게재일이 한 달이나 남은 6월 말쯤, 분위기나 보려 ‘꿀잠’ 공사현장을 처음 찾은 것을 시작으로 주중 2~3차례 오후시간에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며 다녔습니다만, 막상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놓고 일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사진 정택용 일하는 장면 하나 메인 컷으로..

사진다큐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