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 5

어쨌거나 "하쿠나마타타~"

조금 열린 차창으로 케냐 초원의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이게 초원의 냄새겠지. 바람을 한껏 들이마셨다. 멀리 초원 끝에 걸린 구름과 그 사이에 내민 저물녘의 태양, 붉어지는 하늘색에 압도되었다. “참 좋다”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일 예상치 못했던 일로 가슴을 졸였던 첫 일정이 저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마무리 되고 있다는 것에 나름 안도했다. 그때 운전하던 사이먼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초원의 웃자란 나무사이로 야생 얼룩말 무리가 지나고 있었다. “우와~” 환호했다. ‘이건 아프리카의 축복이야.’ +해질녘 케냐 초원 시야를 가리지 않는 초원 위로 펼쳐진 하늘은 가늠할 수 없이 넓었다. 어디쯤인지 저 먼 곳의 하늘은 맑았고 일행이 달리던 거친 길 위의 하늘은 구름이 짙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진이야기 2018.07.13

'길 위에서'

검은 대륙 위를 달립니다. 끝이 어디쯤일까 싶은 녹색의 초원을 양쪽 날개인 듯 거느리고 길은 이어집니다. 길게 뻗은 2차선 아스팔트를 질주하고, 때론 몸이 튀어 오르는 비포장 길을 달렸습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길에 끌렸습니다. 아니, 그 길을 딛고 선 사람들에 끌렸습니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걸음이 낯설고, 한편 그 고된 걸음이 짠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와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삶들을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스쳐 지났지만 내가 바라본 순간의 인연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동시에 내 안의 탐욕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삶, 낭만, 자유, 만남, 인연, 함께 같은 단어를 품고 있는 ‘길 위에서’라는 말을 좋아합..

사진이야기 2018.04.20

'잠보~ 케냐'

두바이 공항에서 케냐로 출발하기 전, 몇 달 먼저 케냐를 경험했던 후배의 카톡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경찰이 시비를 걸지 모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돈을 바라는 것이라는 뉘앙스였지요. 도착비자 서류 한 장 작성하고 비용으로 50달러를 지불하자 그냥 쉽게 통과됐습니다. 짐 가방을 찾아 끌고 나가는데 경찰이 막았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가방에 담배 있냐?” “담배 안 핀다.” “오케이.”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별거 아닌데 카톡 문자에 괜히 쫄았던 겁니다. 경찰이 사람 봐가며 시비를 거는 것이라 결론지었습니다. ^^ 숙소로 이동하며 극심한 교통 정체와 끔찍한 매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프리카’하면 초원과 밀림을 먼저 떠올리는 수준의 얕은 지식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

사진이야기 2015.08.19

걷는 아프리카인

출장지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외곽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며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몇 가지 관심을 갖고 본 모습 중에 하나는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걸어왔으며 얼마나 더 걸어갈까?’ 궁금했습니다. 속도에 익숙한 제겐 눈앞에 펼쳐지는 느리고 막연한 걸음이 답답해 보였던 것이지요. 달구지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 걸었습니다. 걷는 아프리카인들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 안에서 걷는 이들을 찍는 것이 ‘비겁하고 소심한 사진 찍기’라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적어도 함께 걸으며 찍었어야 그 의미와 함께 사진의 무게감도 살아났을 테지요. 고로 아주 가벼운 사진들입니다. 멀..

사진이야기 2015.07.07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

앞선 글에서 언급한 아랍에미리트(두바이)에 이어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여행지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이지요. 또 올 일이 있겠나, 싶어 오가며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여행을 대체하지는 못할 사진이지만 블로그에서 틈틈이 보여드리려고(우려먹으려고) 합니다. 기획 취재로 간 출장이어서 관련 사항은 빼고(상도의지요^^) 나머지 것들을 사진 중심으로 올릴까 합니다. 골라 놓은 사진이 200장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 올릴까 고민입니다. 맛보기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가가 있습니다. 항공 촬영으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요. 한국에서 전시도 했습니다. 얀을 끌어들인 것은 포스팅 글의 제목을 ..

사진이야기 201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