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2

'광장 노숙'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 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 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

사진다큐 2017.01.16

축제의 그늘

지난 3일 서울 태평로에는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진행되는 한편, F1 그랑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태평로는 차량이 통제됐고, 길게 이어지는 펜스 주위에는 F1 머신의 도심질주라는 이색 행사를 보기위해 시민들이 둘러섰습니다. 시민들의 관심 속에 경기용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태평로를 오갔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차량의 질주에 관심있는 시민들은 환호하고 있었지요. 그 태평로를 가로지르는 지하도에는 노숙자 몇이 쌀쌀한 바람을 피해 종이박스로 몸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잠이 들었나 싶어 슬쩍 들여다 봤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급히 움직이더니 잠을 설치는 듯 보였습니다. 축제의 뒤에는 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새..

사진이야기 201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