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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해볼까요'

올 겨울에 눈이 왔던가, 쌓인 눈은 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출근했더니 강원 영동북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답니다. ‘누굴 보내야 하나?’하는 부장의 눈빛을 읽었고, “제가 함 가볼까요?”라고 자원했습니다. 대개 ‘함 가볼까요?’라는 말에는 이런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일단 가서 보고, 아니면 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었습니다. ‘대설’이면 사건·사고의 범주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지요. 내린 눈의 성격에 맞는 사진을 담아야 하는 겁니다. 인제군에 들어서니 날씨는 포근했고 하늘은 파랬습니다. 도로에 ‘대설’이 아니라 ‘소설’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한 번 가볼까요?”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부령이냐 한계령이냐를 저울질하다 한계령을 택했..

사진이야기 2019.02.09

'눈이 하는 말'

야생동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일이 있습니까? 전남 구례에 있는 야생동물의료센터를 다녀왔습니다.(9월23일자 포토다큐) 부상당하거나 어미 잃은 야생동물이 구조돼 들어와 치료·재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찍어온 사진을 고르다 다시 한 번 야생동물들의 눈을 응시하게 됩니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야생동물을 찍을 수 있어 마주치는 눈을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사람 사진도, 동물 사진도 눈에다 포커스를 맞춰 찍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동물의 눈이 잘 보이는 사진 몇 장 모았습니다. 문득 ‘저 반짝이는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슬픔 같은 게 읽힙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동물들이어서겠지요. 크게 다친 동물들의 폐사율이 높다고 하니, 아마 ..

사진이야기 2017.09.26

넉가래질과 사진질

눈 스케치에 나섰습니다. 눈은 이미 그쳤습니다. 어디 다른 거 없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만, 기본부터 챙기며 차차 떠올려 보기로 합니다. 서울 시내 경사가 많은 동네를 찾습니다. 쌓인 눈이 미끄러워 양팔을 벌린 채 뒤뚱거리는 출근길 시민을 사진에 담는 것이 1차 목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극적(?)인 그림이 되겠지’라는 ‘못된 생각’을 하면서 또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내면서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닙니다. 사실 이날 받은 일에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런 날이 있습니다. 큰 의욕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날은 이상하게 그림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일단 이동. 서울 창신동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경복궁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복궁은 제설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문화재보호재단에 속한 직원들이 전통..

사진이야기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