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4

벚꽃은 흩날릴 때가 절정이다

서울 여의도 벚꽃길이 3년 만에 전면 개방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벚꽃 철마다 통제됐던 곳이지요. 개방 사흘 만인 4월 12일에 찾은 벚꽃길엔 평일인데도 가족과 연인이 많았습니다. 만개한 벚꽃에 봄바람이 살랑하고 닿을 때마다 꽃잎이 흩날립니다. 걷던 이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작가가 됩니다. ‘꽃비’는 움츠리고 지친 시간을 위로하듯 상춘객들의 어깨 위로 수시로 내립니다. 마스크 너머의 표정이 꽃처럼 환합니다. ‘벚꽃 엔딩’이라고 사진 제목을 붙이려다가 망설입니다. 벚꽃은 흩날릴 때가 오히려 절정인 것 같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피는 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벚꽃잎이 휘날릴 때마다 다음 계절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ㅇㅈ

소심한 저의

신문 1면에 여의도 벚꽃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진 제목은 “여의도 벚꽃대궐…오늘부터 윤중로 보행통제” 뒤 이은 사진설명의 첫 문장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로 시작합니다. 마지막 바이라인 “강윤중 기자.” 네, 맞아요. 바로 접니다. ‘윤중’이라는 그리 흔하지도 않은 단어가 두세 줄 되는 글에 세 번씩이나 등장하니 좀 낯설다가 민망해지기까지 하더군요. 윤중로를 검색하면 ‘여의서로’로 뜹니다. “여의서로의 일부 구간”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어쨌든 “여의서로를 찾은 시민들이…”로 시작되어야 하는 사진설명이지요. 그럼에도 사람들 입에 붙어 익숙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이 계속 쓰이고 있는 겁니다. 사실, 사진설명을 쓸 때 멈칫했습니다. 여의서로로 써야할까. 하지만 윤중로로 쓰기로 했습니다. 다들..

사진이야기 2021.03.31

총 그리고 힐링

살벌하지만 ‘총 맞았다’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예정 없던 일을 떠안게 되거나, 막 일어난 '쎈' 사건·사고 지역에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 그리들 말합니다. 지난 28일 강원 고성에 산불이 났고, 상황을 지켜보던 부장이 외부에 있던 ㄱ선배에게 출장지시를(총을) 내렸습니다(쏘았습니다). 뒷날 봄 스케치 출장 일정을 잡아놓은 저는 총을 피했습니다. “불났는데 꽃 사진은 좀...” ㄴ후배는 산불이 주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산불 출장을 자원했습니다. 총부리를 제게로 돌린 것이지요. 불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드론을 띄울 수 있나, 마스크는 몇 개쯤 써야할까, 서너 개 챙겨 온 미세먼지 마스크가 효과가 있을까, 신고 간 등산화는 열에 버틸까. 고성에 도착하니 큰불이 거의 잡혔다..

사진이야기 2018.04.02

'용한 그림'을 청와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민중화가로 불리는 홍성담 작가를 지난 2월 초 만났습니다. 사진기획하며 만난 풍자 예술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풍자화 작업과 관련한 얘기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림 앞에서 포즈를 부탁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듯 큰 캔버스를 들고 와 벽에 기대 세웠습니다. 작품은 ‘벚꽃노리’(2013년 작)였습니다. 지난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를 기념해 그린 풍자화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그의 부친 박정희를 닮은 아이 손을 잡고 벚꽃 길을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입니다. 홍 작가는 작품의 벚꽃은 허무를 상징하며 저 꽃길을 따라 사라지는 박 대통령을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화백은 이 그림을 그리기 수개월 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출산 그림을 그려 논란..

사진이야기 201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