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 2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 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 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

사진이야기 2016.11.22

'쌍팔년도 사진'

어떤 류의 사진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대게 이런 이미지를 피하고 싶은 게 평균적 사진기자의 마음입니다. ‘주식거래 30분 연장’ 사진도 그랬습니다. 벽시계를 걸고 객장을 찍는다는 게 경험 있는 사진기자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한 증권사 객장을 찾았습니다. 저와 타사의 몇몇 후배들이 거래 마감시간 즈음해서 모였습니다. 한 후배의 손에 벽시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미 지면으로 증명되어 온 '굳은 이미지'는 떨치기 힘든 것이지요. “정성이 대단하다”고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시황 모니터 상단에 숫자로 시간이 표시돼 있어 벽시계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빤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는 준비한 시계를 카메라 앵글 속에 넣어 연방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이야기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