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학 2

유리멘탈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들 합니다만, 그 기다림이 미(美)의 가치를 보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다림 자체도 그리 우아한 일이 못 되지요. 그래서 기자들은 막연한 기다림을 ‘뻗치기’라 다소 가볍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일괄복당 결정 과정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지요. 아침부터 김 위원장의 논현동 자택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출입구부터 경비가 철저한 아파트 앞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찍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두고 찍지 못할 수도 있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주요 뉴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사의 기자들이 기다린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

사진이야기 2016.06.20

'생 라자르 역에서'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언제 또 오겠나’ 싶은 곳에서 강행군하며 과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를 말없이 가만히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같이 가는 여행의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하더군요. 그날은 파리 북부 ‘어느 곳’에 있는 벼룩시장부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따라갔으니 지명이 기억에 남을 리 없지요. 벼룩시장에 벼룩 한 마리 사지 못하고 몽마르뜨로 향했습니다. 언덕을 올라 성당과 인근의 피카소가 살던 집, 고흐가 살던 집 등을 확인(기념사진)하고 미술관이 된 모로의 집까지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일정을 걸어 다녔으니 해가 기울 무렵 몸에 힘도 기울었습니다. ‘생 라자르역’. 그때 기차역 이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여행 와서 제 의지로 찾아간 첫 장소..

사진이야기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