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106

텅 빈 국회에서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

국회풍경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총선 취재를 했습니다. 두 달 같은 두 주일을 보냈습니다. 당 대표들은 “한 달 같은 하루”라고 표현하더군요. 진짜 선거는 공천부터라는 말이 있듯 사실 일찌감치 총선 취재는 시작됐던 것이지요. 공천과정에서 진을 빼다보니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매너리즘이라는 놈도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놈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뭐 극복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몸을 고되게 하는 겁니다. ㅠㅠ 하루 열 서너 개나 되는 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을 모두 챙길 순 없지만 최소한 오후 신문 마감 시간까지는 되도록이면 많은 일정을 챙기려 했지요. 한 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다음 유세장으로 달리는 취재차 안에서 사진을 마감합니다. 미뤄두면 귀찮아지는 ..

국회풍경 2016.04.19

'어이쿠!!'

총선을 앞둔 국회는 지금 총성없는 전쟁텁니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자 분위기가 격앙돼 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김 대표의 사진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챙기지 못하면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대표실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가 올 일은 없었지만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다른 분위기를 스케치하려 한 것이었지요. 그때 K선배의 전화. “국민의당에 가봐라. 좀 시끄러웠던 갑더라.” 잽싸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가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지요. ..

국회풍경 2016.03.21

몸싸움의 계절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종종 제 뒤에 섰던 사람들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해 서서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낀 채로 도착한 환승역에서 내리는데 이리저리 밀립니다. 갈 길 급한 여성들에게도 쉽게 밀립니다. 자리 못 잡고 잘 밀리는 저는 자리싸움과 몸싸움에도 능해야하는 사진기자입니다. 요즘 정치판이 분주합니다. 이세돌 사범과 알 사범의 바둑 대결이 시선을 상당히 돌려놓고 있음에도 여의도 기자들은 그냥 정신없습니다. 일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지만 현장에선 그럴 상황이 못 됩니다. 변수가 많아 일단 해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요.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기자는 많고 장소는 좁습니다. 요즘 아침부터 자리싸움,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아시겠지만 치고 박는 날선 싸움이 아니라 은근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정신 줄을 살..

국회풍경 2016.03.15

삔 나간 사진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지우려다 초점이 안 맞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 카드에는 선택돼 골라내어진 사진보다 몇 배 많은 사진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남게 마련이지요. 그 중에 초점이 나간 사진이 곳곳에 있습니다. 사진을 지우기 전에 한 번 빠르게 훑어보다 이런 사진들이 눈에 든 것이지요. 지난달 28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스케치 사진입니다. 흐릿한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니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좀 억지를 부리자면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느낌이 있어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진이 지면에 실릴 리 없고 그래서 버림을 받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려다 지금 이 블로그를 위해 선택이 되었으니..

사진이야기 2016.03.09

삼청동에서 만나는 행운

연예인을 가끔 찍습니다. 인터뷰 장소를 확인할 때면 “또 여기군”하는 곳이 있지요. ‘삼청동 한 카페’라는 사진설명으로 나가는 곳입니다. 사실 이곳은 8명의 판서가 살았다는 유래의 ‘팔판동’인데 그 일대를 통칭 ‘삼청동’이라 씁니다. 배우 강하늘을 찍었습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깍듯한 친구였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정도로 알고 갔었지요. 영화 ‘동주’의 주연을 맡아 진행된 인터뷰였지요. 구조가 익숙한 카페입니다. 몇 안 되지만 제가 최근에 찍은 배우 인터뷰 사진 중 세 번에 두 번은 이곳에서 찍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다양하게 또 개성있게 찍지 못해 늘 아쉽지만, 이곳에서 저에게 부여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잘 몰랐는데 은연중에 '이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을 강하늘을 찍으면..

사진이야기 2016.02.12

내 것으로 오는 풍광

사진으로 밥을 버는 자에게 사진 찍기가 휴식일 리 없습니다. 멋진 풍광을 앞에 두고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것은 고통입니다. 강원도 양양으로 1박2일 트래블(여행)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내와 국회를 오가며 반복하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이 나쁘진 않습니다. 제게 주어진 미션, 즉 여행면의 메인사진은 ‘낙산사 홍련암’이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낙산사의 여러 모습을 담았을 겁니다. 참고삼아 낙산사와 홍련암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려다가 말았습니다. 잘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그 사진에 연연하게 될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 발품 팔아 ‘딱 이 포인트’를 찾는 즐거움을 앗아가 버립니다. 겨울바다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린 발로 그 ‘포인트’를 찾아 섰습니다. 의상대(정자)..

사진이야기 2016.02.03

고개 못 든 이유

‘부끄러웠을까요’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찍었습니다. 전날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현안보고와 북한 핵실험 규탄 및 핵 폐기 촉구 결의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요.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윤 장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합의에서 일본이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 일본 기시다 외상은 배상금이 아니라는 10억 엔을 “정부 출연이라 배상금”이라는 것, 소녀상 이전에 동의한 것,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합의,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민간에서 하는 일”이라는 태도 등을 일일이 추궁하며 몰아세웠습니다. 장관의 답변에 심 의원은 “그런 추접한 소리 하지 말라...

국회풍경 2016.01.09

'새해 다짐 추가요'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잇달아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의원들이 지난 4일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동교동 사저를 찾았습니다. 응접실에서 이희호 여사를 기다리던 중 유성엽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향해 “김병관을 아느냐?”고 물었고 안 의원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영입한 것에 대한 얘깁니다. IT 기업인인 김 의장은 안철수의 대항마라 기사 제목이 달리기도 했지요. “(입당시켜) 기업인을 망하게 하면 되나?”하고 유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함께 자리한 탈당파 의원 모두 “허허허”하고 웃었습니다. 한 기업인의 입당과 그를 영입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꼰 것이지요. 인재영입 관련 기사에..

국회풍경 2016.01.06

새해에는...

2016년 들어와 오늘(4일) 첫 출근한 사진기자들은 아마도 ‘새해 첫 출근’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을 겁니다. 저 역시 출근길 지하철에서 제가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한 첫 출근 스케치를 생각습니다.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사진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거, 뭐 새로운 거 없나’ 싶은 거지요. 새해 새 각오로 시작하는 건 기자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여러 다짐 중에는 새로운 사진에 대한 갈증도 포함됩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 출근길 사진을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매번 보던 사진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 살짝 일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결국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매년 그랬던 것처럼 세종로네거리로 향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사진기자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