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3

삼청동에서 만나는 행운

연예인을 가끔 찍습니다. 인터뷰 장소를 확인할 때면 “또 여기군”하는 곳이 있지요. ‘삼청동 한 카페’라는 사진설명으로 나가는 곳입니다. 사실 이곳은 8명의 판서가 살았다는 유래의 ‘팔판동’인데 그 일대를 통칭 ‘삼청동’이라 씁니다. 배우 강하늘을 찍었습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깍듯한 친구였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정도로 알고 갔었지요. 영화 ‘동주’의 주연을 맡아 진행된 인터뷰였지요. 구조가 익숙한 카페입니다. 몇 안 되지만 제가 최근에 찍은 배우 인터뷰 사진 중 세 번에 두 번은 이곳에서 찍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다양하게 또 개성있게 찍지 못해 늘 아쉽지만, 이곳에서 저에게 부여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잘 몰랐는데 은연중에 '이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을 강하늘을 찍으면..

사진이야기 2016.02.12

모범 부부

그는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었습니다. 양복 차림이었으니 집에서나 신는 홈패션의 일환은 아니었지요. 거실 바닥에 깔아 놓은 두툼한 러그 속으로 발을 넣었다 뺐다 하는 동안 제 눈에 띄었습니다. 찍었냐구요? 눈으로만 봤습니다. ^^ 강지원 변호사. 그는 정책중심선거로 기존 정치판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와 0.2% 득표해 낙선했지요. 강 변호사와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부부를 만났습니다. 부부는 삼청동 한옥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까지 40평 남짓 되는 아담한 한옥에서 지난 2년간 월세로 살았다는 군요. 밖으로 난 창과 문에는 큼직한 비닐을 덮어 새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고 있었습니다. 덧 댄 비닐과 구멍 난 양말로 이 부부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짐작하는 것은 오버입니..

사진이야기 2013.01.14

담벼락에 걸린 눈

영화 '이웃사람'의 원작 만화가 강풀씨의 인터뷰를 앞두고 시간이 남아 인근에 있는 팔판동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삼청동길 들어서서 왼쪽으로 있는 동네입니다. 조선시대에 열덟 명의 판서가 나왔다고 팔판동이랍니다. 묵직한 유래에 비해 이름은 다소 가벼워 보이는 동네지요. 아담한 이 동네는 골목을 따라 예쁜 카페촌이 형성돼 연인이나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카메라를 든 이들도 많구요. 일부러 오기 힘든 동네고, 시간은 때워야 하고, 오랜만에 여유를 누렸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한 번 지났던 골목인데 어떤 끌림이 있어 다시 한 번 걷게 되었지요. 저를 끌어들였던 것의 정체는 '벽에 그려진 눈'이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매서운듯 하면서도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눈이었지요. 전봇대 옆, 쓰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