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8

'진박 성골' 최경환의 '버럭'

짬밥을 꾸역꾸역 먹다보니 촉이라는 게 생겨 ‘뭔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일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석했습니다.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최 부총리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촉이라는 게 발동했습니다. ‘음~ ‘설전’이 예상되는군.’ 사실 이날 사진으로는 중요도가 밀린다고 판단해 부총리 발언 사진 몇 컷만 신속히 찍고 회의장을 떠나려 했지요. 발언 기회를 잡은 최 부총리가 작심한 듯 뱉은 말에 결국 설전을 불렀습니다. 부총리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지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7~8년째 발목 잡힌 법이다. 이런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냐. 합리성을 따져보고 결론을 내야지 무작정 시간을 끄는 건 정부로서 안타깝다”..

국회풍경 2015.12.12

'사진도, 정치도 생물'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문(재인)·안(철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가 거부한 혁신 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한 뒤 장고를 위한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문 대표를 향한 최후통첩이며 탈당 수순이란 말도 나옵니다. 며칠 전 같은 당 이종걸 원대대표는 아침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감동적인 사진을 기억한다.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목도리를 걸어주었다. 오늘 날이 찼다. 당은 더 냉랭하다.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주어야 한다.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 책임이 두 분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감동적 사진’이 무엇인지 단박에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저는 안철수 후보를 전담해 사진 취재를 하다 안 후보가 ..

국회풍경 2015.12.08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국회의원들은 주중에는 여의도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보통 지역구를 챙깁니다. 총선이 가까워져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지역으로 달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일 국회는 보통 한가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출입기자들은 바빴습니다. 한·중 FTA 비준안과 예산안 등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미뤄뒀던 몇몇 일정이 이날 진행됐습니다. YS의 서거에 밀렸던 국회발 뉴스가 다시 정치 뉴스의 중심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이날 아침부터 일정이 돌발적으로 생겼는데요. 며칠 외부에서 현안을 놓고 비공개 협상을 이어오던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간사들이 원내대표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협상 파트너를 기다렸..

국회풍경 2015.12.02

반어적 정치사진

국회의 사진도 그날의 ‘야마(주제, 핵심)’가 있지요. 사진기자들은 짐작한 상황을 노리거나 나름의 해석을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되고, 지난 3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을 비난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여당 대표의 연설을 비판했지요. 두 사람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는 것이 이날 사진의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야당 대표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오후에 여야 대표가 함께 참석하기로 한 외부행사는 굳이 취재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지 않았습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던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였더군요. 아이들 눈에 정치인은 싸우는 사람일겁니다. 그..

국회풍경 2015.09.08

현수막 정치

정당 회의가 열리는 국회 여야 대표실 또는 원내대표실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앉는 자리 바로 뒤에 걸립니다. 대표 등이 앉아서 발언할 때 정확히 머리 위로 글씨가 지나갑니다.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잡는 앵글에 잘 들어가도록 제작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 전 홍보위원장으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씨를 영입했습니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아파트 ‘힐스테이트’ 등을 탄생시킨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군요. 손 위원장이 당의 현수막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대표 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 사진기사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정당 사진의 특징을 그새 파악한 것이지요. 머리 바로 위로 ..

국회풍경 2015.07.23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이라는 기획기사에 맞는 이미지 사진을 찍어라”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추상적인 소재를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 한쪽 벽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데스크가 참고하라며 예를 든 것도 이 사진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아침 회의를 취재하는 수많은 카메라 중에서 유일하게 제 카메라만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향했습니다. 저속으로 셔터를 누르면서 카메라 줌링과 카메라 바디를 번갈아 돌리며 블랙홀의 이미지를 시도했습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니?’하는 주변의 시선을 외면한 채 말이지요. 카메라 자체의 흔들림 때문에 표현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흔들림’도 우연에 의해 잘만 표현된다면 ‘친노 프레임’의 의미를 담아 낼 수 ..

국회풍경 2015.05.30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

국회풍경 2015.03.17

'891, 71, 0'

국회를 한 주 동안 매일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3월2일)은 김영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협상 등으로 챙겨야 할 일정이 많았습니다. 국회로 출근해 기자실에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1000mg 비타민도 한 알 삼켰습니다. 몸이 벌써 반응하는 바쁜 날을 예감했습니다. 밥과 비타민은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지요. 국회 하루의 시작은 여야 아침회의입니다. 09:00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무성 대표 등이 들어올 때의 분위기와 김 대표 등의 모두발언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09:15 뛰듯이 이동해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를 찍습니다. 보통 당대표의 발언은 지나가 버린 뒤지요. 매번 새누리 먼저냐, 새정치 먼저냐를 망설이게 마련입니다. 기자실에 돌아와 여야 아..

사진이야기 201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