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

다섯 번째 봄

세월호 참사 후 다섯 번째 봄이 왔습니다. 이전의 봄과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이제 4월은 더 이상 옛날의 4월이 아니”라는 시를 떠올립니다. 다시 4월, 다시 세월호를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난 세월을 핑계로 희미해지기도 했지요. ‘참사의 기억과 참사 후 각자의 자리에서 품었던 나름의 다짐을 다시 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진다큐를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세월호 관련 기획을 했었지요. 단원고 생존학생 장애진씨가 주인공이었고요. 그의 바뀐 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애진씨가 활동하는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를 짧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다큐에는 ‘메모리아’의 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섭외를 못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팠고, 두..

사진다큐 2019.04.11

세월호 인양과 그의 정신승리법

지난 22일 야근하며 이르면 23일 새벽에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게 그리 쉬운 거였나’ 간절히 바라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다음날 휴대폰 속보에 세월호의 선체가 드러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자위가 뜨거워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곧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런 걸 3년 동안이나...’ 사진/이준헌 기자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불과 두 주일 만에, 인양 작업 이틀 만에 물 위로 올라온 부식된 배를 보며 허탈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는 인양의 의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찔한 건 대통령 탄핵이 기각이 됐다면 인양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선체 인양이 탄핵 심판 결과에 달려있었다니 ‘세월호의 진실’을 누가 가리고 훼방하고 있..

사진이야기 2017.03.25

소설을 품은 사진

가끔 어떤 장면은 ‘서둘러 셔터를 눌러라’ 명령을 합니다. 몸과 마음이 급해집니다. 흘러가버려 다시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아쉬움’이 생각보다 짙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자리 잡고 명령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일단 찍고 본다는 게 더 정직한 표현이겠지요. 경험적으로 이렇게 얻는 사진들은 신문에 쓸 사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어디 쓰냐구요? ㅋㅋ블로그에 씁니다. ^^ 찍은 뒤에 무엇이 찍게 했는지, 왜 찍었는지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 ‘명령’은 장면을 기록하는 일에 익숙해진 몸의 명령인지, 움찔하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가슴의 요구인지도 답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다시 추궁합니다. 왜 찍었냐고. 찍은 당시의 상황을 세밀하게 더듬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모니터 위에서 보는 사진과..

사진이야기 2014.08.29

비는 눈물 되어

25일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진도를 찾았습니다. 지난 번 진도를 찾았을 때 팽목항은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실종자 가족의 분노와 절규, 울음이 가득했었지요. 다시 찾은 팽목항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원래 진도라는 곳이 이런 모습에 가까웠겠다, 생각했지요. 풍랑주의보가 내린 진도에는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팽목항 빨간 등대로 향하는 양쪽 난간을 따라 노란리본과 연등과 풍경들이 비에 젖은 채 흔들렸습니다. 휴일이라 가족 단위의 추모객들이 가끔 등대길을 찾았습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천천히 등대 주변을 둘러본 부모는 함께 온 아이의 어깨를 가만히 감쌌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지고 서너 명의 경찰 근무자뿐인 등대를 향해 걸어보았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사진이야기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