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4

빗방울이 우주다

지금 충청도엔 비가 내립니다. 취재차량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비가 완전히 멈춰야 시도할 수 있는 사진이지요.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조금 전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는 동안 비가 그쳐 살짝 산책 후 찍어볼까 했더니 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차에 앉아 차창을 때리는 비를 바라봤습니다. 창에 맺히는 빗방울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물을 보충하듯, 본의 아니게 ‘길게 바라봐야하는 비’는 내게 부족한 '무엇'을 채우려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작은 빗방울들이 주위의 자연을 품었습니다. 빛을 받은 무수한 물방울이 반짝이는 게 ‘별’ 같습니다. 물방울이 부풀어 차창을 타고 흘러내릴 때 긴 꼬리를 끌며 떨어지는 ‘유성우’를 떠올립니다. 유성이 비고 비가 유성인 ..

사진이야기 2017.08.09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와 관련, 주민 설득을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설명회는 파행됐지요.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발표와 대통령 해외순방 시작 날 황급히 달려와 수습하려는 정부의 빤하고 딱한 '매뉴얼'에 화가 나더군요. 여기에 더 화가 났던 건 이를 사무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는 동안 갑갑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사드 지역을 발표하던 날(13일) 성주에 갔다가 다음날(14일) 밤에 올라왔거든요. 총리의 전격방문이 이날 밤늦게 결정되었고 이 일정을 미처 체크하지 못해 사진부에서는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오전 9시 넘어 기사를 통해 체크한 총리의 일정은 11시 성주였지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총리가 ..

사진이야기 2016.07.16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국회로 출근하는 길에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피습 속보가 휴대폰에 떴습니다. 평소 속보에 민감하지만 쏟아지는 속보 속에 가치 없는 속보, 낚는 속보도 많아 ‘미 대사의 피습’이라는 말에도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직업병이지요. 그 피습의 정도와 내용의 진위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뉴스가 클수록 오히려 의심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심의 순간은 잠깐이고 다시 직업적 현실로 돌아옵니다. 미 대사 조찬 강연에 우리 부서에서는 취재를 갔을까. 갔다면 이 상황을 찍었을까. 국회 기자실에 들어서니 뉴스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속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채널은 영상을, 그렇지 못한 채널은 사진 한 장 띄워놓고 한·미 관계와 파장, 용의자 신상과 배후 등의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었지요. 늘 출연하는 고..

사진이야기 2015.03.08

2억원 짜리 시계 보셨나요?

2억원 하는 시계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럼, ‘오데마피게’라는 시계 브랜드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날 처음 들었습니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 값과 맞먹는 이 시계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지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이 해외 패션관을 열며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선보인 시계입니다. 위도와 경도를 서울에 맞춰 서울의 일출과 일몰 시간이 표시된다는 세계 유일의 시계라는군요. 또 다른 낯선 브랜드 IWC 시계도 준비돼 있었는데요. 그 브랜드의 시계는 2억9000만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것도 아니고 다만 조금 묵직해 보이는 시계였지요. '묵직해 보!인!다!’는 건 만지지도 못했다는 거죠. 쫄았습니다. ^^ 사진을 찍으면서 이 사진이 신문 지면에 나갈 수 있을까, 자료를 제게 건넨 선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지면에 ..

사진이야기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