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3

1분을 위한 8시간

오랜만에 뻗치기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뻗치기는 일종의 ‘기다림’인데 설렘은 전혀 없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지요.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늑장 부리던 검찰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재단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데스크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최씨의 신사동 자택이었지요. 이미 와 있던 타사의 사진기자들이 반겨줍니다. 동료기자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날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에서도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건 ‘덜 외로우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긴 시간 버티며 의지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지요. 종일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뻗치다 보면 애틋함이 솟아납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 어떻게 지냈나, 그간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나 등 시시콜..

사진이야기 2016.10.28

뻗치기..그 허무함에 대하여

"나온다~" 주변의 작은 분위기 변화에 무리속에 누군가가 외치고 삼삼오오 얘기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기자들은 부산을 떨며 카메라를 급히 들고 자세를 잡습니다. 5초도 안되는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지요. 흡사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동네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처럼 신속합니다. 금세 "에이~뭐야"하는 소리들이 이어서 흘러나옵니다. 보통 이런 상황들이 세 차례쯤 지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요. 바로 압수수색 현장입니다. 취재를 위해 무작정 기다린다는 은어 '뻗치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현장이지요. 어제 검찰이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오전 9시경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0시간을 사다리에 앉아 기다렸던 선배와 교대를 했습니다.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그..

사진이야기 2011.11.09

뻗치며 산다!!

'뻗치기'라는 기자들이 쓰는 은어가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얼차려를 연상케하는 단어인데요. 단어의 뉘앙스가 그러하듯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약이 없지만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어떤 상황이나,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마냥 기다리는 조금은 무식하고 단순한 취재방법이지요. 지겹습니다. 하지만 왠만큼 간이 크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습니다. 꼭 자리를 비운 잠깐동안 상황이 발생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지요. 그제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장충동으로 향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그저 '압수수색 영장발부'라는 사실에 '설마 이 늦은 밤에 하겠나'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모여든 것이지요. 집 앞에 도착하자..

사진이야기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