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2

빛바랜 사진이 '중심'을 묻는다

카메라 등을 넣어둔 개인 장비 캐비닛 앞에 붙어있는 제 사진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4년 초 태백의 한 탄광의 갱도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같은 자리에 적어도 10년 이상은 붙어있었을 텐데 한참 들여다보기는 처음이었지요. 등잔 밑이 어둡고 곁에 있는 사람이 귀한 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캐비닛이 바뀌고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질 때도 이 사진은 꼬박꼬박 챙겨 그 자리에 붙였습니다. A4지에 출력한 사진인데 빛이 많이 바랬습니다. 세월이 한 장의 종이에도 내려앉았습니다. 컬러사진으로 기억하는데 색이 빠져나갔는지 흑백사진으로 보입니다. 옛 기억은 흑백이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간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그림 속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갱도 끝 막장까지 내려갔다 막 올라 왔었지요. 저..

사진이야기 2017.07.08

산수유 할아버지의 모델료

산수유 마을로 알려진 경기 양평 주읍리. 겨울 초입에 서리와 바람을 맞고 이파리를 모두 떨어낸 산수유에는 빨간 열매만 남았습니다. ‘자세 좋은’ 산수유를 찾아서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두어 대의 차량이 지나갈 뿐 주민들이 보이지 않았지요.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산수유나무 근처로 주민이라도 지나가야 사진이 되겠다 싶어 이 마을의 산수유 권역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 그는 “KBS ‘6시 내 고향’에서 촬영 나와 주민들이 거기 다 간 모양”이라면서 자신도 “촬영 때문에 공장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고장 나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알아서 하란 얘기지요. ^^ 길가에서, 빛을 잘 받고 있으며, 여러 그루가 한데 모여 있는 산수유를 찾아내 앵글을 잡고 누구라도 지나가 주기를 기..

사진이야기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