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2

'유리창 유혹'

유리창을 통해 찍은 인물사진의 경우 특종일 확률이 큽니다. 연출사진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제가 입사했던 2000년,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은신 중이던 서울 논현동 자택 담장 위에서 사진기자들은 24시간 3교대를 해가며 집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런 취재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수습이던 제겐 담벼락 취재의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연일 초췌해져가는 선배들을 보며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볼 수 없었던 린다 김을 당시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의 도준석기자가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찍었습니다. 창 속에서 어딘가로 다급한 전화를 하는 린다 김의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습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이 사진을 받아썼습니다. 확실한 특종이지요. 이 사진은 그해 대한민국 내에서 보도사진에 ..

사진이야기 2015.02.26

시나리오 사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승무원 하기’ 논란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조 회장의 회견 속보에 대한항공 본사 로비로 기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두 시간 후쯤 조 전 부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인근 국토부 조사실로 출석할 예정이었기에 ‘혹시 조 회장 부녀가 함께 사과회견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합니다. 사진기자들의 상상은 날개를 답니다. ‘회초리를 들지 않을까...’ 3면이 기자로 둘러싸인 로비로 조양호 회장이 걸어 나왔습니다. 선채로 잠깐 앞을 주시하더니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천천히 읽어가다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이날 사과 회견 동안 대여섯 번 정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살면서 90도 인사를 얼마나 하셨겠습니까. 조 ..

사진이야기 201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