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4

2016 나의 '사진연감'

2016년 어떤 현장에서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기준으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할 만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12월 현재까지 마감해 외장하드에 들어간 사진이 6200여장이구요. 그 중에서 사진 20여장을 추렸습니다. 6000장이 넘는 사진이 다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빛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재한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의 그날을 기록한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사진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급히 고르느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에 밟혔지만 너무 많아질까 싶어 빼버린 사진들도 20여장은 됩니다. 골라내지 못한 사진..

사진이야기 2016.12.26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 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 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

사진이야기 2016.11.22

100만 촛불의 날에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

사진이야기 2016.11.1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밀양 주민과 시민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100일 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음독해 유명을 달리한 유한숙 할아버지를 위한 촛불이다. 쌀쌀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뒤로 빌딩의 불빛이 미동도 없이 빛났다. 밤이지만 어둡지 않은 도시 한 가운데서, 해 지면 소박한 불빛 밝혀 사는 밀양 주민들이 외친다. "전기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서울 전기 자급률 3%.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2014.3.14 서울 대한문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