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 3

카메라가 낯설어 지던 날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중국의 최종예선처럼 관심을 끄는 경기는 기자실 자리 잡기 경쟁부터 치열합니다. 경기 시작 전 대여섯 시간 일찍 가는 게 기본이지요.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자리 추첨을 합니다. 번호순대로 선호하는 자리를 고르고 명함을 붙입니다. 좋은 자리가 반드시 좋은 사진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자리를 차지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자리 추첨의 운으로 취재사진 결과물의 운을 점쳐 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하는 A매치 시간은 보통 오후 8시. 신문 마감시간과 물려 있어 마음은 바쁩니다. A매치 취재는 오랜만이었지요.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종 허둥댔습니다.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접이식 의자 하나의 폭 안에서 두 대의 카메라와 무릎 위에 펼쳐 놓은 노트북을 다뤄야 했..

사진이야기 2016.09.05

S선배 "어, 내가 불렀다"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 경기에서 이근호가 골을 넣는 순간에 무슨 생각들 하셨습니까?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먼저 그 짜릿함에 환호를 터뜨렸을 테지요. 집에서 혼자 중계를 보던 저는 생애 첫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격하게 환호하는 이근호를 보며 ‘저걸 과연 찍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S선배’가 브라질에 '특파'되어 있거든요.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 축구장 광고판 뒤로 앉아 있는 사진기자들은 초조하고 또 고독합니다. 제가 4년 전에 남아공월드컵을 다녀와 봐서 압니다. ^^ 누군가는 쉽게 “그냥 찍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만, 카메라가 좋아져도 결국 셔터를 누르는 것은 사람이기에 집중력과 판단력, 경험이 요구됩니다. 골도 순간이지만, 세리머니도 표정과 액션이 절정인 순간은 길어야 ..

사진이야기 2014.06.19

붉은악마, 역사를 가르치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렸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붉은 악마들이 앉은 골대 뒤에서 대형 플래카드가 파도처럼 밀려올라 갔지요. 서둘러 올라가는 게 사인이 안맞았나 싶었지요 보통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대형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이 익숙한 모습인데요. 두 군데서 밀려 올라간 플래카드. 하나는 안중근 의사, 다른 하나는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날 한일전은 양국 동시 생중계가 예정되었지요.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보다 한 수 위임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이자,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에 대한 붉은 악마의 경고였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기를 받아 경기는 시작됐고... 허우적된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지요. 그나저나, 일본 ..

사진이야기 201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