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4

우리의 목소리는 '예술'이다

새해 나의 첫 다큐는 무엇이면 좋을까. 보통은 뭔가 희망적인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황금돼지의 해’니까 돼지와 연결되는 것은 없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빤한 고민에 답이 잘 찾아지지 않았지요. 머리를 쥐어뜯다 지난해 포토다큐를 결산한 마지막 다큐 글의 맨 마지막 단락이 불쑥 끼어듭니다. “한해의 포토다큐를 돌아보며 아쉬움도 남습니다. 놓치고 외면했던 삶들이 스쳐갑니다. 어두운 귀는 상처받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둔한 손은 그 삶의 순간들에 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아파하고 상처받는 ‘작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며 다가가겠습니다. 그 삶에 가만히 카메라를 들겠습니다.”(2018년12월29일자) ‘아파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사진다큐 2019.01.28

'맥주 한 잔'

날이 덥습니다. 지난 주 취재차 수락산에 올랐다가 땀을 엄청 흘렸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일까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다 문득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박준호씨를 떠올렸습니다. ‘굴뚝 위은 지금 얼마나 더울까, 좁은 공간에 달궈진 시멘트와 철제 난간은 얼마나 뜨거울까.’ 작년 여름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공사현장에서 준호씨를 만났습니다. 취재하러 갔다가 일을 좀 거들면서 그와 두세 차례 작업을 했었지요. 당시 취재일기엔 이렇게 남아 있네요. “오늘 시마이~”하고 외친 박준호씨가 ‘부루스타’에 쥐포를 구웠다. “물보다 시원합니데이~”하면서 맥주 한 깡통을 내게 건넸다. 그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즐겁게 일하니까 힘든 줄도 모르겠다”는 그다. 이 더위에, 무보수에도 말이다. 여전히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그..

사진이야기 2018.06.10

'계란후라이'와 연대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아침을 맞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김경봉, 임재춘씨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주저 없이 들어서는 것으로 보아 늘 이용하는 식당인 듯 했습니다. 누룽지를 시켰습니다. 3000원. 가장 싼 메뉴였습니다. 식사를 절반쯤 했을 때 식당 주인아저씨가 누룽지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볶음김치를 한 접시를 내왔습니다. 밑반찬으로 김치, 멸치볶음, 어묵 등이 있어 부족하지 않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인양 ‘스윽~’ 테이블에 밀어 넣었습니다. “밥 다 먹었는데 진작 안 주시고...” 고마움에 슬쩍 농담을 건넵니다. 조금 뒤 이번엔 ‘계란후라이’를 인원수만큼 그릇에 담아 내려놓았습니다. 후라이는 순식간에 사라졌지요. 단골에 대한 서비스겠지만, 저는 그 밥상에서 '연대'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작은 계란후라이..

사진이야기 2018.01.15

정작 '꿀잠'은 내가 잤다

공사 중인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 대한 사진다큐 기사가 지난 29일자 지면에 실렸습니다. 전날 미리 온라인에 뜬 기사를 본 노순택 작가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와 함께 올렸습니다. 지난 6월15일 열린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 작가와의 만남 뒤풀이 자리에 합류해 막걸리를 마시다 다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니, 그의 지분도 들어있는 것이지요. 계획된 다큐 게재일이 한 달이나 남은 6월 말쯤, 분위기나 보려 ‘꿀잠’ 공사현장을 처음 찾은 것을 시작으로 주중 2~3차례 오후시간에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며 다녔습니다만, 막상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놓고 일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사진 정택용 일하는 장면 하나 메인 컷으로..

사진다큐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