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2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3년 전쯤 조영남의 청담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빌라로 알려진 곳이었지요. 그 값에 합당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들어갔습니다. 통유리 밖으로 한강이 조망되고 휑할 정도로 넓은 거실의 벽을 따라 그의 화투그림이 포개져 있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답을 하고 있었지요. 그림이 거의 완성이 된 상태였고 배경부분에 덧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카메라 쪽을 향하다 말고 자꾸 그림으로 가서 ‘붓을 놓고 기자를 보시라’고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꽃과콜라’. 말장난 같은 제목과 화투그림이 참 잘 어울렸지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책이 가득한 방이었지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요구..

사진이야기 2016.07.01

사진가 노순택

어떤 현장에서는 사진가 노순택을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까맣게 탄 얼굴에 등산복과 등산화를 신고 스윽 나타난 그는 참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지요. 용산, 평택, 제주 강정, 밀양에서 그를 만났고 쌍용차 해고자들 사이에서도 그는 보였습니다. 그의 카메라는 대한민국 갈등의 현장에서 권력을 조롱하고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을 어루만집니다. 언론이 뜨겁게 모였다 빠져나간 곳에서도 그의 카메라는 머물러 있습니다. 어느 밀양 송전탑 관련 문화제에서 사회자가 “노순택 사진가도 함께하고 계십니다”라는 멘트를 할 정도입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직업인이지만 활동가이기도 한 것이지요. 금세 떠나버리는 사진기자보다 머물러 함께하는 사진가의 카메라가 더 ..

사진이야기 2014.08.06